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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가 블로거들에게 제안한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여수는 태어나서 가장 멀리 들어가는 전라도 지역입니다. 지금까진 경상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순천이 전라도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전라도를 보다 깊이 느껴볼 수 있고 또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블로거들을 만날 수 있다는 두가지 기대를 가지고 간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수도 경상도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바다 넘어 경상도 남해가 보였습니다. 




팸투어 첫 일정은 여수의 명물 돌산 갓김치 공장 견학이었습니다.




공장을 보기 전에 먼저 맛부터 봤습니다. 갓김치가 혀에 닿자마자 블로거들의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삭함이 그대로다"
"입안 가득 알싸한 향이 퍼진다."
"수육이나 삼겹살을 곁들이면 쥑일텐데."
"소주는 어디갔냐?"
 
보통은 대여섯 동가리 정도 잘라 먹는 갓김치를 한입에 털어놓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갓김치 몇 줄을 그렇게 먹었는데 역시 썰어놓은 김치와 입안에서 끊어먹는 김치는 맛이 달랐습니다. 

물갓김치와 양념김치, 묵은지와 익은지, 끊어먹고 잘라먹고, 온갖 종류와 방식으로 갓김치를 즐겼습니다. 그야말로 갓김치 파티였습니다.




밥이 있어야 갓김치를 더 먹을텐데 하는 아우성이 들릴 때 쯤 공장 견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블로거들은 두 개조로 나뉘었습니다. 1조는 먼저 공장을 견학했고 제가 속한 2조는 갓김치를 먼저 맛보고 공장을 견학했습니다. 2조가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보고 어떻게 만드는지 보는 게 순서입니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위생작업이었습니다. 위생복과 탈모방지모, 마스크를 쓴 후 손을 씼었습니다. 그리고 수십초 간의 공기정화과정을 거친 후에야 공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아주 철저한 위생공정이었습니다.




갓김치들은 우리보다 더 철저하고 긴 위생공정을 거쳤습니다. 염수에 일정기간 담궜던 갓김치는 기계시스템 길이의 절반이 넘는 세척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렇게 깨끗이 씻은 갓김치는 이제 양념공정으로 넘어갑니다.




양념이 다된 갓김치들이 이동벨트위에 놓여져 포장대로 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포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게 10kg이라고 합니다. 아까 먹었는데 또 저렇게 포장된 걸 보니 입맛이 땡깁니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 견학자들이 위생처리 과정을 거칠 때 보림재님께서 김치 만드는데 뭐가 이렇게 깨끗하냐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동네아주머니나 가족들이 모여하던 김장의 그런 왁지지껄함과 연결되던 김치라는 단어가 이런 최첨단 공정을 거쳐서 만나게 되는 게 어색했던 모양입니다. 

음식은 맛과 모양도 좋아야하지만 그 음식하면 떠올리게 되는 풍경도 한 몫합니다. 씹으면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고 하는 그런 게 또 중요한 맛입니다. 그런 기억들이 강하게 남아있는 중장년층에겐 정겨운 풍경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위생설비가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백서방김치 공장은 그런 정겨운 풍경은 없었지만 그 부재를 상쇄하고도 남은 흐믓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회사 식당에 붙어있던 공문서입니다. 7월 기준으로 4명의 직원이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8월엔 10명이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해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총 14명의 직원이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사장님께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일용직을 정규직화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장님의 대답이 솔직했습니다. 자신은 그런 걸 잘 몰랐다고 합니다. 올 7월부터 2년 넘은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갓김치처럼 시원하고 알싸한 대답이었습니다. 

앞으로 갓김치 먹을 땐 14명이 정규직화 된 백서방공장의 흐믓한 장면이 떠올라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보림재님이 기대한 그 정겨운 풍경보다 맛을 더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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