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8월18일 오후 1시 40분 김대중 대통령님이 서거하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87일 전 서거하신 노무현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책과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잘했어요. 잘했어요."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일 당시에 우연히 국회 본청의 의원 식당에서 만난 DJ가 나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건넨 말이었다. 항상 멀리서만 보아 왔던 DJ를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이었다.(여보, 나 좀 도와줘 92P)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처음 들은 말은 칭찬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이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과 여당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평민당의 총재였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의 칭찬이 '정말일까'하는 의구심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DJ의 표정은 정말 후배를 격려하는 어른의 자상한 모습 그대로"여서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3년 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좀 더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3당 합당 후 남아있더 꼬마 민주당과 평민당 간의 합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만났습니다. 이 만남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선입관과 달리 자상한 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하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장이나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무엇에 관해서든 입장이나 의견을 말로서 분명히 밝혀 두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분명해서 좋긴 좋은데 너무 여지가 없고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런 태도로 말할 것 같으면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버릇이 대인관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해 보았지만, 또 그것만큼 뜻대로 잘되지 않는 일도 없다.(여보, 나 좀 도와줘 94P-95P)


노무현 대통령은 고치려 했다고 하지만 그런 비슷한 태도를 가진 두 분이 대통령이 된 걸 봐서는 그게 바로 지도자가 되는 사람에게 찾을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장을 할줄 알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굽히지 않을 때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민 따르는 사람도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가 시작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점점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게 됩니다. 





내가 본 DJ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공부하는 사람, 그래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사람이었다. DJ에게는 모든 문제들을 항상 미리 앞서서 깊이 생각해 두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정말로 열심히 사는 사람을 손꼽으라면 나는 DJ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여보, 나 좀 도와줘 95P-96P)


김대중 대통령의 단호하고 명쾌한 상황정리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배울 점이었습니다. 92년 정책연합을 했던 '국민연합'이 좌경용공으로 공격받자 민주당 사람들이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는데 이때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준 반응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왜들 변명하려 하십니까? 그 사람들 말이 옳으니까 정책 연합한게 아니었습니까? 선거전이 불리해진닥 해서 우리가 옳다고 주장했던 것까지 뒤엎어야 합니까? 우리에게 불리한 거지만 또 옳은 건 옳은 게 아닙니까 당당하게 나갑시다." 
내가 만난 정치인들 중에서  DJ만큼 단호하게,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동자 등 서민에 대한 정책을 강력히 옹호하고 피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론이 아무리 불리해도 어물쩍 물러서는 일은 없었다. 그건 반대로 운동권이나 노동자들을 나무랄 때도 마찬가지였다.(여보, 나 좀 도와줘 97P-98P)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두 분을 모두 같은 당에서 겪어본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두 분을 얘기할 땐 양쪽을 비교하는 평가가 가끔 들어있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나 완벽한 게 단점이라고 했다. 그의 이 말은 김영삼 대통령의 태도를 염두에 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강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DJ에게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허점은 허점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너무 완벽하고 또 그 완벽성에 대해 너무 자부심과 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들에게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논쟁을 하면 항상 이겨버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꺼내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니 남의 머리를 빌리기가 여렵지 않을까 싶다.(여보, 나 좀 도와줘 96P)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두 분의 차이를 분명히 밝힙니다.


나는 YS를 '탁월한 정치인'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를 '지도자'로 인정한 일은 없다. 그러나 DJ에 대해서는 '지도자'로 이름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래 저에 역사의 인물이 된 김구 선생을 제외하고는 역대 대통령이나 현존하는 정치인 중에서 내 마음 속으로 지도자로 생각해 본 사람이 없고 보면, 나로서는 그분을 특별히 존경하는 셈이다.(여보, 나 좀 도와줘 98P)



2006년 2월26일 취임 3주년 기념 등산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안목에 대해 "천재적"이라며 극찬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17P



'천재적'이란 말이 모자라 이날 기념 등산에서는 "DJ는 천재"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정말 천재가 아닐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그동안  부품소재 산업에 대해 많이 떠들었는데 알고 보니 지난 2001년에 DJ가 법까지 다 만들어놓았더군요. 손댈 만한 것은 대개 한 번씩 손질을 해두었더군요. DJ 시절 일어났던 시스템의 정리나 정책 시스템의 과정들을 한번 연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다른 DJ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의 천재 DJ가 아니ㅏ 정책에 있어서도 천재성을 탐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양반은  총체적인 능력, 역량이 천재급 정치인입니다.(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20P)


노무현 대통령의 이 말을 소개한 오연호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해외의 인물로 링컨을 롤모델 삼아 안목을 기르고 있다면 국내 인물 가운데는 김대중 대통령 일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두고 독보적 존재라는 말도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와서 김대중 대통령 발자취를 보니 이런 말이 나오더라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퇴임 5년이 지난 지금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내가 청와대에 들어와서 보니 이 정부의 구석구석에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내가 창조적인 것이라고, 내가 처음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가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 것이 한두 개가 아니고 상당히 많습니다. 정부 혁신 부분에도 그런 것이 있고,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모든 것에.(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19P)



하지만 이렇게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아쉬워하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87년 6.10 항쟁 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역주의의 폐해를 뼈아프게 겪었던 노무현 대통령으로선 그때의 분열의 상처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내가 하나, 지금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은 1987녀 대선에서 YS하고 후보 단일화에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집권당인 노태우 후보에) 이길 방법이 없으면 그랬어야 하는데 타협했어야 하는데.(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22P)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여보 나 좀 도와줘 98P에 나온 말)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우선권을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습니다.

나는 장의원이 공연히 쓸데없는 소릴 해서 분위기를 깨는구나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싶어 YS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김광일 의원이 나섰다. "장의원, 그건 그런 게 아냐." 그리고 김의원이 이어서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나서고 말았다. "아니 말이야 장의원 말이 옳지 않습니까?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죠."(여보, 나 좀 도와줘 78P)






천재적이고 독보적 정치인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한계는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87 대선은 어떤 탁월한 정치인도 뛰어넘기 힘든 시대의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그 한계는 있었을테고요. 이제 그들의 한계는 남겨진 자의 몫일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김대중 대통령 서거에 대해 어떤 말씀을 했을까요? 항상 이 나라의 위기가 있을 때면 김대중 대통령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판단과 행동에 항상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을 듯 합니다.

내 몸의 원동력이 사라진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