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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갔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생가족이 부산에 왔는데 제부가 해운대가 보고싶다고 했습니다. 영화 해운대를 보고나니 영화 속 그 장면들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서울로 올라가야하는 빠듯한 시간 때문에 해수욕은 하기 힘들었습니다. 해운대와 인근의 동백섬 등을 둘러봤습니다.




8월16일 일요일 해운대입니다. 장마가 끝난 뒤 부산은 날씨가 선선한 편입니다. 구름이 계속 하늘에 끼어있어 올 여름 땡뼡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8월 한가운데 여름인데도 폭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때 쯤 백사장에 빽빽해야할 파라솔은 듬성듬성 꽂힌 모습이었습니다. 더운 날씨로 지치지 않은 건 좋긴한데 그래도 물놀이 다운 물놀이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올 여름이 좀 아쉽습니다.




해운대의 해변을 둘러보고 동백섬으로 이동했습니다. 해변이 바다가 바위 사이로 가릴 때 쯤 해운대의 인어상이 눈 앞에 들어왔습니다.




해운대에 인어상이 있다는 건 아는데 사실 그동안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이곳에 여러변 왔는데 누군가 인어상을 가리키면 그냥 있겠지하며 지나쳤습니다. 이날은 사진기를 들고가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렌즈를 통해 본 인어상이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얼굴이 한국인을 닮은 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데 몸매가 인어공주라 하기엔 좀 그랬습니다. 살집이 제법 붙은 상체와 매끈하지 않고 좀 넓직해보이는 고기의 하반신은 우리가 기대한 인어공주의 몸매가 아니었습니다.




팔뚝을 보십시오. 장난이 아니죠. 허리도 잘룩한 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등판 보십시오. 넓직하니 딱 아주머니 등판입니다. 삐져나온 두툼한 허리살이 이젠 더 이상은 인어아가씨라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거 이론의 여지가 없네요. 리얼리즘의 정수라 할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인 아줌마 몸매입니다. 

그런데 왜 해운대 인어상에 인어아가씨가 아니라 인어아줌마가 앉아있는 걸까요? 




인어상 옆에 설치된 이 안내석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인어상이 모델로 한 것은 공주가 아니라 왕비입니다. 왕자를 흠모하다 물거품이 된 그런 애절한 이야기 속의 인어공주가 아니라 왕에게 시집와서 왕비로 잘살고 있는 인어왕비입니다. 공주와 왕비이다 보니 두 인어가 그리워하는 대상도 다릅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흠모하지만 인어왕비는 멀리 떠나온 친정을 그리워합니다.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는 비극적 결말이지만 인어왕비는 가끔 인어가 되어 회포도 풀고 그러는 나름 훈훈한 얘기입니다.

이제 해운대 인어상의 몸매가 납득이 되십니까? 해운대 인어상은 왕자가 아니라 친정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시댁에 적응하고 애도 몇 명 낳으며 한 십년 정신없이 보내다 이제 뱃살이 올라오고 두툼한 허리살이 삐져나오면서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 아버지가 생각나는데 그때 인어왕비의 몸매가 아가씨 몸매는 아닐 겁니다. 왕자님도 아닌 부모님 앞에서 다이어트 할 필요는 없지않겠습니까? 

수천년전 전설에서 우리들 일상적 삶의 애환을 찝어낸 작가의 표현이 참 맘에 드네요. 두툼한 인어상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안내석의 글씨가 잘 안보이죠. 아래 인어상에 얽힌 전설 함 읽어보십시오.


먼 옛날 하늘이 처음 열리던 때, 인어의 나라 나란다에는 아름다운 황옥공주가 살았는데 공주가 자라자 나란다국의 왕은 머나먼 나라 무궁국의 은혜왕에게 공주를 시집 보낸다.
인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황옥공주는 동백섬에서 은혜왕의 왕비로 살아가지만 고향과 가족 생각이 간절하여 그리움이 쌓여가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은혜왕이 황옥왕비에게 ‘이곳의 달은 신통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대 할머니께서 주신 황옥을 달빛에 비추면 그대의 나라가 보일 것’이라 한다. 그 날 이후, 매일같이 황옥을 달에 비춰 보며 향수를 달랬던 황옥공주, 그 순간만큼은 예전의 인어 모습으로 변해 동백섬 앞바다를 마음껏 헤엄칠 수 있었다고 한다.
인어로 변한 황옥공주가 지키고 있는 동백섬 앞바다 지금도 공주의 애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듯이 해운대해수욕장 바다를 끼고 조선비치호텔을 돌아 나가면 바닷가 바위 위에 인어상이 앉아 있다.(
부산 이야기 지도- 인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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