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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영화들이 뻔뻔해졌다. 예전엔 스토리를 얼버무리는 식이었는데 이젠 대놓고 무시해버린다. 오락영화 보러와서 무슨 완결성을 찾냐며 핀잔을 듣는 느낌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스토리를 위한 장치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은유나 상징, 중의적 표현 등은 연출에서 사치가 된 것 같다. 대신 물량공세하고 시지로 떡칠한 장면과 화려한 스타일이 볼거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아이조도 예고편을 봤을 때 대략 그런 영화라는 걸 짐작했고 트랜스포머 제작자가 만들었니 어쩌니 했을 때는 확신했다. 디워수준의 작품이 좀 더 높은 수준의 시지와 세련된 포장으로 다듬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포머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이병헌 때문이다. 이병헌이 헐리드우 블록버스터에서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았고 얼마나 자신을 인상적으로 미국시장에 런칭시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출신의 국제적 배우의 출현을 응원하기 위해서 본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병헌의 헐리우드 진출은 지금까지 헐리우드에 데뷔한 한국배우들 중에선 가장 성공적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하얀 재킷을 입은 이병헌은 스크린에 기대 이상으로 자주 나왔다. 영화에서 꼭 빠지지않고 나오는 시닉한 악역 캐릭터의 어느 정도 비중있고 폼나는 역할이었다. 헐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동양인으로서 이 정도의 데뷔를 한 건 성공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서 뭐라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앞서 밝힌 것 처럼 오락영화에서 이제 스토리는 은하계 별나라 얘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무대에서 깊이있고 인상적인 연기의 포인트를 찾기가 힘들다. 그냥 전형적 악역 연기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스타일은 선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다른 배역과 다르게 하얀 색의 재킷이 눈에 띄었다. 액션은 칼싸움 장면보다 표창을 던지는 장면이 더 스타일리쉬하게 나왔다. 칼싸움은 화려했지만 표정이 잡히지 않은 반면 표창은 표정이 같이 꽂혀 더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상반신 누드도 서양여성에게 동양남성의 근육미를 어필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이병헌의 대사가 극의 주요 포인트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 것도 이병헌의 비중을 높였다. 프랑스 파리의 추격신에서 클라이막스 장면과 지아이조가 다시 폭탄의 실마리를 찾는 장면 등이 이병헌의 대사에서 암시되었다. 극이 암시되거나 의미있는 대사들이 이병헌의 굵게 깔리는 저음에 실리면서 이 영화에 이병헌은 완전히 각인되었다.

아쉬운 것은 이병헌이 지아이조의 이런 역할과 비중을 만족스럽게 마무리짓지 못한 점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한방도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었다. 엑스맨에 출연한 다니엘헤니는 분량이나 비중은 작았지만 초반에 총질액션이 인상적이었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그런 기억될 한방을 때려박지는 못한 것 같다. 마지막 상반신 누드 장면을 활용했어야 했는데 이병헌은 그 장면에서는 걸맞는 액션을 못하고 상대에게 맞기만 했다. 

그러나 이런 화끈한 인상에 대한 기대는 욕심일 수도 있겠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은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한 배역에 쏠리지 않게 조정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정이입은 밋밋해졌다. 정서적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이병헌 캐릭터의 고조는 애초에 용납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병헌에게 또 하나 희망적인 것은 영화 지아이조가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요즘 헐리우드는 원작을 영화화해서 성공하면 시리즈를 계속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영화 지아이조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있다. 영화 지아이조가 어느 정도 흥행에만 성공하면 영화사는 익숙한 원작과 안정적인 캐릭터를 활용하여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다.

지아이조에 제대로 자신을 각인시킨 이병헌은 이제 지아이조의 어느 정도 수준의 흥행을 기다리면 된다. 이병헌은 현재 헐리우드 진출한 한국 엔터테이너 중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이먼트는 이병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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