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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이 변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근거지라는 부산에서 30-40대가 모여서 나누는 대화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난일색입니다. 박근혜도 '뭐 하는 거냐'는 소리를 듣습니다. 여성들은 노무현이 불쌍하다며 눈물 짓습니다. 어르신들은 그런 젊은 사람들에게 "노무현이 니 애비냐"며 여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십니다. 하지만 그건 고립감에서 비롯된 어르신들의 언성높이기로 보입니다. 부산에서 반정부 여론은 점점 넓어지고 친정부 여론은 고립되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비난이 불편한 사람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이전에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은 이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새로운 비판자들이 그들보다 더 격앙된 얼굴로 정부와 여당을 성토합니다.




며칠 전 동생가족과 부모님을 모시고 바닷가에 놀러갔습니다. 해수욕을 하고나서 라면을 먹는데 동생이 미디어법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물어봅니다. 동생은 건드려주면 터질 듯 잔뜩 팽창된 목소리였습니다. 예전같으면 정치적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제가 침을 튀기며 떠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동생의 얘기에 맞장구만 쳐주면 됩니다.

"걔들 하는 게 다 그렇지"하며 추임새만 넣어주자 동생의 입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얘기가 막 튀어나오더니 노무현을 말하면서 목소리가 잔잔해지고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다 아고라를 얘기하면서 낄낄 댑니다. 작년부터 동생이 정치적 얘기를 말하는 빈도와 흥분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용도 깊어집니다. 한나라당 나쁜놈들 식이던 비판이 이날은 친일파까지 나옵니다. 해방 후 친일파가 정권 잡는 거 못막아서 나라가 이리 되었다며 반민주세력의 기원까지 얘기합니다.  

아시겠지만 동생이 이렇게 달라진 건 이명박정부 들어서입니다. 동생은 지난 대선 이명박대통령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명박에 대해서 지난 대선에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진보적인 주장을 할 때면 "형 노빠지?" 하며 놀리곤했습니다. 한나라당에 호의는 없었지만 개혁적 성향도 아닌 것입니다.

요즘 제 주변에서 이런 정치적 인식의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형님(아내의 언니 남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참여정부 당시에 처가댁에 가는 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장인은 뉴스만 나오면 노무현을 욕하기 바빴고 형님이 여기에 맞장구를 쳤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달랐던 저는 속이 쓰린 채 두 사람의 얘기를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형님이 작년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죽이 맞아가면서 함께 노무현을 욕했던 장인 앞에서 이명박대통령을 비판합니다. 이번엔 저와 형님이 죽이 맞고 장인이 우리의 대화를 외면했습니다. 아내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형님이 그간 구독하던 조선일보도 끊으라고 처형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아직 끊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의 회유가 끈질겼다는 후문입니다. 

제가 가장 통쾌하게 느낀 정치적 변화는 대학교 후배입니다. 2002년 대선 때 대학후배들 몇명을 모아놓고 술을 산 적 있습니다. 술을 산 건 당시 내가 지지하는 노무현을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술이 좀 돌아가고 노무현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몇마디 듣더니 그런 얘기하지말고 술이나 먹자며 제 말을 끊어버렸습니다. 분위기는 급격히 썰렁해지고 저는 급당황했습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벌개진 얼굴로 그냥 소주잔만 들이켰습니다. 지금 말하려는 그 후배가 나중에 그날 다들 내게 굉장히 불쾌해했다는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정치얘기는 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습니다. 후배도 그날 술자리에 있었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꺼낸 정치얘기가 불편했었던 것입니다.

변화의 조짐은 2007년 대선부터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후배도 당시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식을 투자하면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많이 접하고 bbk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이해가 있던 후배는 이건 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당시엔 그 정도의 정치적 공감대를 나누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촛불이 시작되면서 후배로부터 전화가 자주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후배도 동생처럼 잔뜩 달아오른 목소리였습니다. 내가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를 쏟아냈습니다.

후배와의 정치적 인식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이명박나빠'로 시작한 정치적 인식은 어느새 '친일파원조'론까지 도달했습니다. 후배의 정치적 교양을 높여준 건 아고라였습니다. 후배는 하루에도 틈만나면 아고라에 들어가서 주요 글들을 읽었습니다. 거의 1년 넘게 아고라의 베스트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다고 합니다. 현장일이 많은 후배는 인터넷을 하지못할 땐 휴대폰을 통해 아고라에 접속했습니다. 그 작은 휴대폰화면으로 하루에 수십개의 글들을 읽었다고 합니다. 아고라에 빠질 수록 후배의 정권에 대한 분노는 커져갔습니다.

7년 전 내게 정치얘기하지말라고 진지하게 충고하던 후배가 지금은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 다짜고짜 정치얘기부터 먼저 시작합니다. 얼마전 이런 후배에게 정말 많이 변했다고 얘기해줬습니다. 후배는 한나라당의 열성지지자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부산이 고향이고 부산의 대표적 정당이 한나라당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지지한 것 뿐이었다고 합니다. 알고나니 정말 이런 줄은 몰랐다며 자책도합니다. 7년 전을 생각하면 정말 후배의 변심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이들도 이런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주변에서 파악한 변심은 세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심했고 한 사람은 아직 불안정한 변심의 과정에 있습니다. 제 주변이라는 한계가 있긴하지만 이런 변화는 투표를 시작한 이래 처음 보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열을 올리는 그들 각자의 변심에 가끔은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이건 부산의 변화를 충분히 기대할만한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변심한 사람들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이런 징조들을 더 많이 찾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변심만이 아니라 여당의 근거지라는 부산과 경남의 다른 여러 변심들의 얘기도 듣고 싶습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 정부와 여당을 찍었는데 이젠 정말 싫다는 분, 그런 분을 주변에서 보신 분, 그 분들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왜 정치적 변심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변심하신 분들 이메일(pot@hanmail.net)로 연락 주십시오. 메일로 인터뷰 할 수 있고 직접 만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함께 부산(경남)의 변심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오늘 제가 전해드린 3명의 변심은 그 맛배기였습니다. 변심을 알리고 싶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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