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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돌발영상 : 이래도 되는 겁니까


방송법  1차 투표에서 재석 과반수가 모자란 채 투표가 종료되었다. 허용범 국회대변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투표종료 버튼이 눌러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YTN돌발영상의 확인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는 이윤성국회부의장의 투표종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윤성부의장의 착오를 허용범국회대변인이 기계의 오류로 둘러댄 것이다.

허용범대변인의 "알 수 없는 이유"라는 변명은 헌법학회장으로부터 "말장난 하냐" 소리까지 들었다. 법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이유"는 황당한 답변이다. 어떻게 초자연적인 현상도 아닌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가 변명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터무니 없는 말이지만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리 거슬리는 말은 아니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정서적으로 이 말을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걸까? 그건 우리가 이 말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말을 너무나 자주 듣고 있다.




컴퓨터를 조작하다보면 "알 수 없는 오류"라는 팝업창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바로 이 팝업창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알 수 없는 이유"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컴퓨터의 "알 수 없는 오류"를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이듯 우리는 허용범국회대변인의 "알 수  없는 이유"라는 답변을 건성으로 듣게 된다. 

기계는 정확하다. 그러나 그 정확함은 단순한 경로에 한해서다. 경로와 경로 사이엔 판단이 개입한다. 이 경로의 접점을 기계에 맡겨두면 기계는 복잡해진 경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충돌하고 어긋나기 시작한다. 경로 전체를 기계화 할 수는 없다. 경로의 관절에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그래야 기계의 정확성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의 단순경로의 정확성을 확대해서 과정 전체의 정확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정확성은 투명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의지가 없는 기계에 맡겨두면 인간이 하는 것보다 더 공정하고 깔끔하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는 인간의 이런 기대를 "알 수 없는 오류"로 배반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알 수 없는 오류를 기계화 시대의 아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계는 정확한데 가끔 알 수 없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넘어가버리면 허용범국회대변인 같은 저런 터무니 없는 답변을 고개를 끄덕거리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기계화시대에 부정과 비리는 모두 알 수 없는 오류 속으로 숨을 수 있다. "알 수 없는 오류라는 이 한방은 모든 걸 숨겨줄 수 있다. 어떤 커다란 사태가 벌어져도 알 수 없는 오류는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 이건 인간이 고안한 사태 해결법 중 가장 막강한 해결법이다. 자동화로 편한 기계는 거기다 문제의 강력한 해결법으로 인간은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부정과 비리와 착오를 알 수 없는 오류라는 한방으로 깨끗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되면 이제 기계를 통제하는 테크노크라트가 권력을 장악할지 모른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오류로 권력과 언론과 유착해서 시민들을 속일 수 있다. 속이지 않아도 모른 척하거나 방치하는 걸로도 권력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그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권력은 테크노크라트를 내버려둘 수가 없게 된다.

기계화가 진행되면 세상은 더 크고 거대한 부정과 악이 판칠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 가늠하기 힘든 거악과 싸울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허용범국회대변인이 코메디의 주인공이 아닌 공포의 상대로 우리에게 두려움을 줄 것이다. 수십년 뒤 민주세력은 조중동이 아닌 테크노크라트들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현실에 가능한 터미네이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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