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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람은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다. 든사람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된사람은 사람 도리를 하는 사람이다. 권력을 놓고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난사람은 권력을 잡을줄 알고 든사람은 권력을 부릴줄 알고 된사람은 권력을 부리는 사람을 쓸줄 안다. 그래서 난사람 위에 든사람 있고 든사람 위에 된사람있다. 그런데 된사람 위에 또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준사람 노무현이다.

어쨌든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은 권력자이다. 권력을 쓰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을 어떻게 모으고, 권위를 어떻게 사용하고, 권력자로 비쳐지지 않기위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고민하면서 권력을 쓴 사람들이다. 그들은 탁월하고 영리하고 지혜로웠지만 권력을 놓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무현은 그들처럼 권력을 쓰는 방법보다 시민들에게 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쓴 사람 위에 준 사람이 있는 법이다.

사람들은 노무현이 이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셋 중 하나이길 기대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해서 강력히 정책들을 추진하라고 했다. 영리하게 밀고 당기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모습을 드러내지말고 조용히 뒤에서 사람들을 부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권력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기대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권력을 내려놓기 바빴다. 분권과 자율을 외치며 권력기관들을 독립시키며 국민들에게 권력을 나누어주었다. 

기대했던 권력드라마 대신 권력을 받은 국민들은 냉소했다.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왜 이 쓸줄도 잘 모르는 걸 우리에게 주냐며 혀를 찼다. 국민에게 권력을 주는 대통령이 무능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재밌는 권력드라마를 보여주는 야당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노무현은 권력드라마를 틀지않고 국민에게 권력퍼주기를 계속해나갔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권력자가 되었다. 대통령은 점점 작아졌고 그래서 더 조롱받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무능한 대통령이 물러나고 유능하고 국민을 부자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그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빨리 돈을 달라고 외쳤다. 이명박대통령은 정말 그들에게 빨리 돈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그건 그의 진심이었다. 문제는 국민에게 돈만 준다면 다른 건 어찌되어도 괜찮을 거라는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보니 그에게 주어진 권력은 너무나 적었다. 기업의 집중된 권력시스템에 익숙한 그에게 대통령의 권력은 보잘 것 없었다. 왜 대통령이 소고기수입 하나도 제대로 결정할 수 없을까? 왜 대통령이 공영방송사도 제대로 손에 쥘 수 없단 말인가? 그는 국민과 권력을 나누어야 하는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빨리 돈을 주기위해서도 권력은 더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전임대통령 노무현이 준 권력을 국민에게 다시 빼았기 시작했다. 

'난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있다. 국가로부터 권력을 빼았기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행사했던 권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이 쓰고싶은 맘을 참아가며 조롱을 받아가면서 내어주었던 그 권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정권에 격렬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시민권력을 뺏어간 정권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다시 '준사람' 노무현을 바라봤다. 지금 대통령에겐 기대할 게 없었다. 그건 준사람이 또 줄것이라는 반사적 기대감이었다.
 
노무현은 시스템을 고민한 지도자였다. 대통령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국가시스템이 그의 꿈이었다. 대통령은 국가의 비전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국가기관들을 독립시키고 자율적이고 분권적인 제도를 추진했다. 그러나 그가 5년에 걸쳐 다져놓은 것들은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권력기관들은 다시 권력의 품으로 들어갔다. 노무현의 시스템은 파괴되고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노무현이 만든 제도는 이 나라의 빈약한 정치자본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준사람 노무현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노무현은 이대로 파괴되는 민주주의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전임대통령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준사람 노무현은 또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권력에 맞서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그러나 봉하마을의 노무현은 시민에게 나눠줄 권력이 없었다.  

권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가치다. 권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가치다. 권력은 제도와 시스템을 파괴해도 가치는 파괴할 수 없다. 가치는 권력이 공격할 수록 더 크게 살아난다. 인간노무현에겐 바로 그 가치가 있었다. 노무현이 권력에 맞서는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가치였다. 시민에게 권력을 주었던 노무현은 이제 가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 권력은 온갖 야비한 방법으로 노무현의 가치를 빼앗기 시작했다. 

노무현은 가치를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게해서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을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노무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이 떠올랐을 것이다. 노무현은 수천만이 바라보는 가치였다.  노무현의 가치는 노무현도 파괴할 수 없었다. 그 가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시민들의 것이었다. 권력은 노무현의 가치를 가만두지 않느다. 노무현의 가치가 죽는다면 시민들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노무현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09년 5월23일 노무현은 부엉이바위 위에 섰다. 노무현은 살아있는 가치를 포기하기로 했다. 죽음으로 가치를 지키기로 했다. 자신의 육체에 실려있는 가치를 더이상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몸을 던지기로 했다. 노무현은 날았다. 노무현의 육체로부터 해방된 노무현의 가치가 하늘로 날았다. 그리고 수천만 시민들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준사람 노무현', 내가 쓰고 싶은 묘비명이다. 그 주변에 이런 말도 새기고 싶다. 살아 권력을 주고 죽어 가치를 준 노무현 여기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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