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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통령이 320여억원의 돈으로 '청계재단'을 만들었다. 만약 어제였다면 별생각 없이 '기부'라고 썼을텐데 오늘 나온 기사 하나가 이런 표현을 쓰는데 신중하게 만들었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청계재단 발표가 있은지 하루만인 오늘, 조건을 단 기증은 기부가 아니라는 시기적으로 절묘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조건 딸린 기증, 기부 아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대통령이 기부의 방식으로 '재단'을 택했고 그 재단의 이사에 자신의 친인척들을 앉힌 것은 일종의 조건이라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청계재단은 재단을 만들면서 조건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고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설립된 재단에 기부하면서 조건을 협의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대통령의 청계재단은 기부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재단설립 자체만으로도 이명박대통령의 기부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들은 많다. 기부라는 말은 자신의 재산을 "대가 없이 내놓"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만약 그 기부에 대한 효과를 그 이상으로 얻고 또 지속적으로 챙긴다면 기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320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면 그 기부시점부터 320억원으로부터 어떤 수익도 얻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청계재단이 이명박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안겨주지않까?




물론 청계재단으로 이명박대통령이 얻을 금전적 이익은 없다. 이명박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장학금과 청계재단의 공익활동에 의한 이미지상의 효과이다. 그런데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그 자체로 자산이다. 청계재단의 공익활동이 언론에 노출되면 이명박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청계재단은 이사장과 이사진을 이명박대통령의 친익척들로 채움으로서 활동과정에서 얻는 정치적 이익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느 구조를 만들어두고 있다. 그들이 재단설립자인 이명박대통령을 우선에 두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청계재단의 효과를 이명박대통령만이 아닌 이명박의 사람들로 넓혀보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생각해보라. 청와대의 명함과 청계재단 명함 중 어떤 것이 더 효과가 클까? 난 둘이 거의 맞먹을 거라고 본다. 청계재단의 이사들 면면은 청와대 비서관 못지않다. 이명박대통령의 옆에서 보좌했거나 아주 친한 사람들이다. 가히 청와대 밖의 청와대라 할 수 있다. 청계재단의 명함을 받아든 정부관료와 기업들의 두손 모은 공손한 태도가 눈에 그려지지 않을 수 없다. 그 권력으로 좋은 일에만 쓴다면 좋겠지만 몇몇의 면면을 볼 때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청계재단은 이명박대통령의 이미지 효과에 이사진의 정치적 영향력까지 합하면 상당한 정치적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상의 효과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더라도 청계재단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300억원을 5% 금리로 따지면 15억원이면 손익분기점이 된다. 그러니까 청계재단이 이명박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에게 한해 15억 이상의 효과를 준다면 청계재단은 기부가 아닌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올해 재산기부의 홍보효과만으로 이 정도 수익은 달성한 것 같다. 앞으로 재임 3년 동안도 그 정도의 수익은 충분해 보인다. 11억의 장학금에 대한 언론홍보가 3년간 쏟아지고 이사들도 청계재단 명함으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계재단의 사업에 제동을 걸 정부기관은 없기 때문에 청계재단은 공익의 이름으로 실제 사업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3년 간 청계재단은 사업적으로 볼 때 상당한 흑자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재임 때 발판을 잘 마련해둔다면 청계재단은 퇴임 후에도 흑자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재단설립은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경제인의 재단설립도 재산상속이나 세금회피용이라는 의심이 자주 따라붙으면서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곤한다. 정치인의 재단은 금전적 수단 정도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서 국가시스템을 어지럽힐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재단이 하는 사업을 누가 말릴 것인가? 현직 대통령의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이런 뻔히 보이는 문제를 두고도 언론이 이명박대통령의 청계재단을 찬양한 것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만약 노무현대통령이 재임 중 재단을 만들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안봐도 뻔하니 더 말은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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