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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정권말기 청와대보좌관이 기내에서 한 언론사기자에게 술을 먹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청와대보좌관이 술주정을 부린 그 신문사는 어디일까? 한겨레? 동아일보?

정답 : 조선일보. 

어떻게 아냐고? 조선일보가 당시 이 사실을 지면 한쪽 구석에 알렸다. 가볍게 쓰는 기자칼럼 그런데에 있었다. 

정권 말기 조선일보는 김영삼정권을 잔인하게 때렸다. 참여정부 때 조선일보가 노무현때리기 신문이었다면 당시 조선일보는 김영삼패죽이기 신문이었다. 어찌나 심했던지 김영삼정권에 별 관심도 없던 내가 집에 배달되는 조선일보를 읽고 분개할 정도 였다. 속으로 김영삼도 잘한 게 많은 데 왜 이래 하면서 그 신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김영삼에게 붙인 정이 지금도 조금 남아 가끔 토론방에서 김영삼의 민주화에서의 역할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 자택을 찾아 부부동반 만찬을 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며 시작했던 조선일보와 김영삼정권의 관계는 마지막에 대통령보좌관이 분통함에 술을 먹고 행패부리는 것으로 끝이 난 것이다. 시작은 둘이 화기애애했으나 끝은 울먹이는 김영삼정권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둘이 이렇게 극적으로 사이가 갈라진 이유는 뭘까? 7월3일자 프레시안에 김영삼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핵심위치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이런 넋두리가 나온다.


"김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개혁대상으로 꼽았다가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에 실패한 분야가 두 개 있는데 바로 언론과 종교였지요. ABC(발행부수 공사)와 언론사주의 재산공개부터 유도했지요. 과거 정권처럼 언론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목탁인 언론의 경영도 이제는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언론사주들의 반발이 엄청났습니다. 왜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지요.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더니 몇몇 (언론)사주들은 청와대로 찾아와 협박을 합디다. '권력이 센지 신문이 센지 어디 한번 해 볼 테냐'라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기가 꺾인 겁니다. 언론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미디어악법 물렀거라(김주언 시민사회 신문편집인)


94년에 있었던 세무조사결과는 공개되지 못했다. 결국 권력보다 신문이 세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이후 권력을 이긴 언론은 승리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감히 언론을 건드린 권력에 대한 신문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김영삼정권의 사람이라면 아침에 신문을 펴들 수가 없을 정도로 신문들은 김영삼에게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당시 유일한 진보언론인 한겨레는 구경하다시피 할 정도였으니.

김영삼정권의 말로를 보면 이명박정권의 끝이 궁금해진다. 보수언론과 화기애애하게 시작한 이명박정권이 마지막도 사이좋게 끝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보수언론을 건드리지 않고 당근을 잘 쥐어주면 끝이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좀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권력을 나누는 꼴이 된다. 이명박대통령이 아니라 조중동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친박에도 권력을 주지않는 현 정권이 언론과 나눌리 없다. 반드시 정권이 권력자임을 이들 보수언론에게 보여주려 할 것이다. 

넋두리한 김영삼정부 인사는 94년 세무조사가 원칙론에서 나왔다고하는데 "그건 니 생각이고"다. 실상은 권력이 언론에게 누가 위에 있는지 확인해주려는 의지인 것이다. 분명 이명박정권에서도 이런 권력의 우위에 대한 확인을 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언론에게 누가 주인인지를 이명박정권은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언론은 그런 의지를 읽고 또 그때처럼 반발할 것이다. 

언론개혁은 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권력의 문제이다. 정부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의 문제이다. 난 이명박정권이 이 정도의 인식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어느 순간에 분명 언론개혁의 칼을 꺼내들거라는 추측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짓거리를 보니 그런 인식이 전혀 없는 정권으로 보인다.

어떤 장면이 또 나올까? 김영삼정권과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까? 보좌곤의 기내행패? 비서관의 양주병 패대기치기? 아마 그렇게 되면 나도 정권 말기에 이명박정권을 옹호하는 주장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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