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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 창원에서 학살양민유족의 시위를 취재했었다. 취재가 끝나고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관련 단체의 한 간부가 했던 말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그 간부는 양민학살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학살양민유족들의 정치세력화 부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학살양민에 대한 논의가 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의 얘기 덕분에 양민학살 문제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노무현이 서거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국민장 7일 기간 동안 5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지금도 주말이면 노무현의 유골이 모셔진 정토원에 추모객이 끝도 없이 밀려든다고 한다. 노무현서거는 민심까지도 급변시켰다. 가장 훌륭한 대통령에서 노무현은 박정희와 1위를 다투는 걸로 나왔니다. 친노정치인들도 그 수혜를 받고 있다. 전혀 오르내리지 않던 유시민 등의 친노정치인들이 선거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은 죽음으로 다시 우리 앞에 거대하게 살아났다. 그는 우리의 신화가 되었고 부엉이바위는 역사의 전설로 남게 되었다. 그의 인생과 그가 매진했던 가치는 다시 추앙받기 시작하고 있다. 노무현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표가 되었다.  

그런데 노무현의 전설은 영원할까? 노무현의 전설을 보면서 불안함이 밀려드는 이유는 이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게 노무현의 전설은 정치적 낙인이다. 이건 차떼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낙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이 노무현을 전설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할 것이다. 개인적 이메일을 파헤쳐서라도 이 전설을 흠잡으려 할 것이다. 이들의 끊임없는 폄하노력은 집요하게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노무현은 다시 논두렁시계로 불릴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민주당이 지킨다고 한다. 노무현정권의 공과를 재평가 하겠다고 나선다. 실제로 민주당 일부의원들은 노무현 지킴이에 열성적이기도 하다. 이런 민주당을 믿어도 될까? 역시 불안하다. 한나라당이 호시탐탐 노무현의 전설에 발톱을 세우는 것만큼 민주당은 불리한 상황에선 노무현 차별화로 다시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버렸다. 무엇보다 분노케 하는 것은 수사정국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자세이다. 이미 검찰의 정치보복적 수사행태를 그간 여러차례 목격했음에도 민주당은 노무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치정당으로서 정치보복성 수사를 주장하며 대결정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다. 그건 정당의 정당한 정치적 이의제기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식적인 정치적 이의제기도 하지 않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이명박정권이 아닌 노무현에게 따지는 어이없는 짓거리를 해댔다. 정권의 수사정국을 용인해주는 꼴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믿기지 않는 게 상식이다. 믿고 맡기는 게 바보짓이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의 추모자세는 오래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정국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배신을 때릴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에 노무현을 새기지 않고 언제든 떼어내는 간판 정도로만 달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서거 이후 친노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있다. 이에 대해 친노정치인들을 침묵으로 답하고 있다. 노무현의 49재 기간에 그런 말을 꺼내기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우선한 듯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 한 느낌도 난다. 약간 꺼리는 것 같다. 노무현이라는 전설을 또 논란의 자리에 끌어들여 그 가치를 훼손시키고싶지 않다는 판단도 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체게바라가 체게바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쿠바라는 강력한 정치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에겐 친노정치인과 친노시민세력이 있다. 이들이 있었기에 탄핵을 극복할 수 있었고 500만 추모객이 분향소를 찾았다. 노무현의 서거 후 이들 정치세력은 구심점을 잃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친노세력은 공중분해 될 것이다. 그러면 정치세력 없는 껍데기만 남게된 노무현은 반대정치세력의 난도질과 사수를 장담했던 자들의 외면속에 또 죽어가게 될 것이다.  
 
노무현을 두번 죽이지 않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친노의 정치세력화는 필요하다. 민주당으로 들어가 민주당을 호남지역과 영남친노의 공동정당으로 선언하던가 아니면 친노신당을 차려 노무현의 가치 계승을 선언하고 적극적인 정치세력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지않으면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와 노무현이란 전설도 동시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나중에 한줌 남은 친노세력은 주요 정치세력들에게 정치적 보상이나 요구하며 손을 내미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단골삼계탕집이 세무조사 당하는 걸 보고 노무현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수사결과에 도장을 찍으면 가족과 지인들은 이 잔인한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지지했던 수만배 더 많은 지지자들은 엄청난 상처를 받게된다. 그때 노무현은 그 '오래된 생각'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운명이라며 몸을 던진 것이다. 노무현의 서거로 친노정치들은 이제 지키지 않으면 비겁자가 되는 운명이 되었다. 근조 깃 달고 49재 올리는 것만으로 노무현을 지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치세력화만이 길인 것이다.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노무현의 서거로부터 이어진 당신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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