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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경남교육감 블로거간담회가 있었다. 6시30분 경남교육청에서 권정호경남교육감을 만났다. 권정호교육감은 지난 2008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교육감 선거에서 비주류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분이다. 











교육은 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랑만으로는 안돼요. 아버지는 엄해야 하고 어머니는 자상해야 합니다. 엄부자모. 학교에 옮겨놓으면 선생님이 어머니와 아버지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한두번 해도 귀담아 듣지 않으면 '요놈에 자슥' 하며 종아리를 때려야 합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권정호 경남교육감이다. 간담회를 질문을 준비하면서 권교육감이 체벌을 옹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질문 차례에 그의 체벌관에 대해 물어봤는데 권교육감은 체벌을 옹호하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체벌교사의 과도한 폭력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하는 요즘 조금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 어떤 교육관을 가진 교육감이길래 이렇게 거침없이 체벌옹호론을 펼치는 걸까? 


경남도민일보 사진 제공




필독서는 강제라로다 읽혀야 합니다. 오랫동안 국어선생을 해봐서 아는데 초등학생들 앉혀놓아도 잘 읽는 애들 많지 않습니다. 10명 중 자율적 독서는 1-2명이고 나머지 8-9명은 교사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강제 아니면 교육은 없습니다. 무엇이 효과적인가요? 자율에 너무 역점을 두면 교육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내용이 있고 명령해서 읽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최근 경남교육청이 추진하려던 독서인증제의 강제성을 따지는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필독서는 강제로라도 읽혀야 한다는 교육감의 독서관에서 보수적 교육관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확신에 찬 주장에서 그가 만만한 보수주의자가 아님이 느껴졌다.   


창의성은 하나의 학문이나 공부를 잘한다고 나오는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나오는거지 창의성프로그램으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창의성 올림픽 한다고 창의성 길러지는 게 아닙니다. 학습을 충분히 하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3多에서 생각이 탄생합니다.


이쯤 듣고나니 그의 교육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일관성과 철학이 있다. 참석자들 중 몇몇은 권교육감 주입식 교육관에 일부 동의하기도 했다. 지식이 없으면 생각도 없다. 생각의 도구인 지식이 채워져야 생각은 발전한다. 아이들이 수용 가능한 정도까지만 주입한다면 주입식 교육도 나쁘지 않다. 


대가족 장손으로 사랑을 받으며 엄하게 자랐습니다. 조부와 침식을 같이하면서 우물가 세수대에서 세수 허락받고 가야 합니다. 물 안비우고 오면 할아버지께서 호통을 치십니다. "네가 안비워서 내가 비워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때부터 생활습관이 이루어졌습니다. 


자신의 교육관을 어느 정도 펼쳤다 생각했던지 이제 권교육감은 자신의 보수적 교육관이 심어진 유년시절을 얘기해주었다. 사실 보수적 분위기에서 자랐다고 다 보수적 가치관을 가지는 건 아니다. 그런 집안 분위기에 반발해서 더 반항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 권교육감의 성장배경과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듣는 권교육감의 천성이 보수적 교육관을 길렀을 것이다 . 




하지만 역시 그는 보수주의자이다. 일관성있고 철학이 있다해도 그의 교육관은 진보적 교육관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악한 마음은 기가 세어서 밖으로 잘 나옵니다. 그게 본성입니다. 성선한 마음도 있는데 기가 약해서 잘 안나옵니다. 그럼 교육이 뭐냐? 사특한 맘이 밖으로 안나오도록 틀어막고 도와주는게 교육이라...


그의 교육관은 기(?)철학과 연결되고 있었다. 고전적인 그의 교육철학은 아이들의 심리적·생리적 연구까지 감안하는 사람들에겐 좀 '뜨악'해 보일 수도 있다.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불합리하다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교육학으로는 뒷받침 하기엔 좀 힘든 주장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유년시절부터 동양의 고전을 몸으로 체득하며 자란 교육감에겐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가르쳤으면 확인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교육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성취도 평가를 합니다. 그런 걸로 서열을 세워서 발표를 하는데 앞으로 그런 건 없습니다. 


권교육감은 평가가 없으면 교육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한다. 서열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안심이 되긴 하지만 어쨌든 일제고사 찬성론 입장이다. 이 부분은 시민단체의 일제고사 반대 운동과 충돌힌다. 


구성애 식 방식은 만족스럽지않습니다. 성이란 인간이 본능 중 하나입니다. 배고프면 밥먹고 싶은 것 처럼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것을 가르칠 때 인간의 육체적 구조만 설명해서는...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성이란 공개적으로 내놓을만한 자랑스런 건 아닙니다. 그러나 부끄럼이라해서 폐쇄하는 건 아닙니다. 오욕칠정을 정확히 가르치고 인체의 구조를 가르치는 게 옳지 않느냐는 겁니다.


성교육 부분에서 가장 긴장감이 느껴졌다. 보수적 교육자의 철학과 소신에 대한 이해를 해나가다 이 지점에서 분명한 벽을 느꼈다. 성을 부끄럽게 생각하라는 그의 성교육관에 대해선 '이거 아닌데' 하며 좀 반론을 펼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끝이 없다. 그리고 논쟁의 자리가 아니라 그의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 

권교육감의 보수적 교육관에 대한 신선함을 지나 슬슬 실망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 쯤에 권교육감은 교육개혁에 대한 얘기들을 시작했다. 다시 블로거들도 귀를 세우기 시작했다.  


교장들이 (교육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작년 말 교육청 돌 때 점심을 하려고 문앞에서 악수했는데 전체 태도가 손만 내밀고 얼굴을 안봐요. 권위를 두려워해요. 이젠 나를  바로 보고 목을 치켜들고 악수해요. 미소도 짓고 말도 하고. 교육은 눈 얼굴 가는데부터 시작됩니다. 결국은 (교장이) 선생을 대할 때 그렇게 되고 (선생이) 학생을 대할 때 그렇게 됩니다.



교육에선 보수주의자인 권정호 교육감은 개혁에선 급진주의자(?)였다. 불합리하다 생각되는 건 바로 개선을 지시했고 성과들도 얻어냈다.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서 그렇겠지만 어쨌든 통쾌했다. 

그가 몸서리치도록 싫어하는 건 쓸데없는 권위였다. 보수적 교육자 권정호교육감은 권위타파에선 진보적이었다. 의외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건 너무나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나온 것이었다.


같이 술 먹으러 가서는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지를 않나…. 내가 그래서 그랬어요. 이보세요. 무릎 꿇고 술 따르는 건 부모님이나 스승님 아니고는 아무에게도 해선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거 욕하는 거예요. 예가 지나치면 망발이예요. 예란 뭐냐.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꼭 지켜야할 도를 가리키는 겁니다.(파비님 블로그 인용) 



이날 참석했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권교육감의 말이 천만번 지당한 얘기다. 강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건 동물의 질서이다. 강자라해서 절대적 복종의 표시를 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인 것이다. 자신과 함께 자신의 복종의 표시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함께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욕이라는 것이다. 강자가 아닌 자신을 낳아주고 이끌어준 부모와 스승에게 절대적 예를 표해야 인간인 것이다. 이날 교육관과의 만남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교육감은 뭐하는 사람이냐? 교육감은 불편을 찾아 해결해주는 사람이예요. (내가) 서비스 열심히 하꾸마. 교육장에게 요구해서 안되면 교육감에게 전화 하라고 했어요. 예전엔 교육장이 앉아 교장보고 오라가라했어요. 지금은교육장이 현장으로 직접 달려갑니다.



권정호교육감은 합리적 보수주의자였다. 그의 보수적 교육관은 사회적 통념이나 안이함에 갖힌 그런 보수주의가 아니었다. 보수적 가치들은 그의 내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보수적 가치들은 판단 근거이지 규범이 아니었다. 


60년 동안 일곱 번이나 교육과정을 바꿔서 해도 사람다운 사람을 못키우고 전부 머리만 큰 괴물만 만들어놨단 말이예요.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고,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고, 자식의 행복을 생각해야지 내 몸만 생각하는 거예요. 대리만족…, 아이들 그렇게 키우잖아요. 그래서 안 되겠다. 그래서 내가 만약 위정자가 되면 나는 교육을 이렇게 한 번 해보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위정자는 안되고, 교육감이 되었기 때문에 1년 6개월 잘 버텼지 않아요? 앞으로 1년 더 버티면 경남교육 어느 정도 방향은 제대로 잡힐 거예요.(김주완김훤주기자의 블로그 글 인용)


마지막에 나온 말은 그의 교육관의 절정이었다. 그는 우리가 서양식 교육에만 매달리다 이 지경까지 왔다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자식의 미래가 아닌 대리만족을 위해 교육을 대하고 있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대리만족이란 부분은 내가 보는 한국교육의 문제와도 일치한다. 저 부분에서 문제인식이 같다면 해결방법에서도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부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고전문구가 뭐냐는 대답에 권교육감은 온고지신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삶과 가치관이 잘 일치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보수적 개혁가로서 그에게 딱 어울리는 문구였다. 그러나 권정호교육감은 보수란 말을 싫어했다. 보수가 싫다는 게 아니라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못마땅하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보수 대신 '전통적' 이란 말로 바꾸어 불러드렸다.

다시 기회가 되면 그와 성교육과 체벌에 관한 토론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만큼은 바꾸고 싶었다. 체벌엔 어쩔 수 없는 폭력성이 있다. 그건 이해와 끈기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권교육감은 성을 부끄러운 본능이라고 했는데 성이 부끄러워질 수록 여성이 더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 성문제는 여성해방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권교육감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경남교육청 측은 공문서 축소, 연구시범학교 축소, 전시행정 축소, 평가기준 합리화 등에서 꽤성과를 거두었다고 얘기했다. 관계자가 설명하는 그 과정에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그에 대해선 좀 더 취재를 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권정호교육감에게 듣는학교폭력팁을 소개하고 마친다. 김주완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것이다. 학부모님들은 참고하시길.


(나도) 손자가 맞고 왔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맞고왔다고 하면 한 템포 늦춰야 합니다. 자식에게 사연을 들어보고 상대와 담임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학교의 담임- 교장-중재위원회 순으로 올라가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가해자에게 뛰어가면 어른 싸움이 됩니다. 때린 학생이나 학부모를 바로 상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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