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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보면 민중독재라는 말이 나온다. '독재'를 붙였으니 좋은 말은 아니다. 앞에 "민주주의 가면을 쓴" 문구로 수식하여 부정적 의미를 더 확실히 하고 있다. 아마 이날 열리는 6.10시민대회를 겨냥한 말이지 싶다. 

그런데 민중독재란 말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민중에다 독재라는 말을 붙이는 게 과연 말이 될까? 이게 말이 되려면 민중의 독재가 가능한 사건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민중이 어떻게 독재를 한단 말인가? 민중 수천만명이 독재를 해서 수만명의 자본가를 지배한단 말인가? 거대 다수가 극소수를 지배하는 걸 두고 독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걸 우리는 그간 국민의 뜻이라고 하지 않았나?

'민중독재'는 독재가 발생하는 순간 그 의미가 파괴된다. 민중이 독재를 하는 순간 자본가는 자신의 계급을 잃을 수밖에 없다. 만약 자본가가 자신의 계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민중의 지배를 받는다면 그걸 두고 과연 독재라 할 수 있을까? 자본가를 그대로 자신들의 상층 계급에 둔 채 해체하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민중이 어떻게 독재를 한단 말인가?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는 자본이 '민중독재'라고 소리치는 것은 전체 민중의 통제에 대한 극단적 엄살일 뿐이다.

민중독재라는 말에는 엘리트주의가 내포되어 있다. 민중의 의견이나 주장은 듣기 싫다는 것이다. 위에서 잘 알아서 하는데 왜 대중들이 시끄럽게 구느냐는 말의 다른 소리다. 민중을 멸시하는 기득권세력의 지독한 오만이 이런 조잡한 조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민중독재라는 조어를 막 우겨넣은 동아일보가 사설 말미에서 풀어낸 부분은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6.10 시민대회 주도세력이 선거결과인 다수결 원칙에 왜 불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한다. 앞뒤가 하나도 안맞다. 앞에선 여론을 앞세운 다수의 민중독재를 비난하면서 뒤에선 민중독재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를 선거의 다수결을 옹호한다. 이명박정권과 1년6개월을 함께 하더니 동아일보가 논리파탄집단이 되었나? 

민중독재라는 말이 가능하다면 재벌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민중이 독재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에 맞서 재벌도 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막강한 자본을 가지고 가족주의로 뭉쳐 도덕적 결함도 있는 재벌에게 연대란 말이 가당키나 할까? 바꾸어 말해야 말이 된다. '민중연대'와 '재벌독재'라고 말이다. 

어쩌면 다음 사설에선 동아일보가 민중독재에 맞서 '재벌연대'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엔 조중동 불매운동의 민중독재에 맞서 법치수호를 위한 사법기관 연대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 논리와 정신이 파탄난 자들과 함께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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