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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죠. 일본에서의 3박4일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날 부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도쿄역 인근의 황궁공원을 들렀습니다. 나리타공항에 가려면 도쿄역에서 나리타행 익스프레스를 타야하는데 호텔에서 일찍 서둘러 몇 시간 여유를 가지고 도쿄역에 도착해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황궁공원을 관람했습니다.



이 황궁공원 정식명칭이 한국어로는 무언지 잘모르겠습니다.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가 않아 포기했습니다. 영어로는 'East Garden of the Imperial Palace'입니다. 동쪽에 있는 황궁공원 정도로 보시면.

황궁공원의 관람객 절반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좀 과장해서 일본노인들이었습니다. 서울의 궁궐 관람객도 일본과 다르지 않습니다. 궁궐을 천천히 거니는 노인들 사이로 외국인들이 지나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전통적 관광지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양국 다 노인관람객이 많다는 건 같은 점이지만 그 노인관람객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이 달랐습니다. 일본의 노인들 손엔 카메라가 손에 하나씩 들려져있었습니다. 

 


여기는 황궁공원 앞에 위치한 분수대입니다. 부부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이 장면을 함께 사진에 담고 있습니다. 부부 두 사람이 같은 시간 한 장소에서 자신들만의 카메라로 두 가지의 시각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노년의 부부는 이 뒷모습으로 이만하면 성공적인 노년 아니냐 자랑하는 듯 보였습니다.




여기는 니노마루라는 정원입니다. 공원을 거의 다 둘러보고 마지막 쯤에 도착한 곳입니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연못에 꽃이 피어있는데 카메라가 그 꽃들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카메라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노인들이었습니다. 40대와 50대는 가볍게 구경하고 있는데 60대 이상은 여지없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습니다. 뭔가 세대가 역전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40대와 50대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것이고 60대는 작정하고 이곳에 온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담는 할머니 자세는 완존 프로입니다. 표정도 너무나 진지합니다. 양쪽에 포진한 할아버지도 삼매경입니다.




두 분이 하나의 피사체를 거리를 두고 담고 있습니다. 뭘까요?




카메라를 든 5분의 노인들이 한 샷에 담겼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장면 참 보기 힘들겠죠.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다니면서 노년을 보내는 일본노인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한편으로 이 분들 모습 위로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고 하루를 보내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울적해집니다. 우리의 노인들은 일본의 노인보다 빈곤한 세대를 살아왔습니다. 연금을 받으시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빈곤한 노년을 보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카메라는 엄두도 못낼 사치가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년층은 70년대 경제성장기를 이끌어오신 분입니다. 그들은 과도성장기에 땀만 흘리고 그 성장의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무임승차에 대해 "고생만 하다 곧 죽을 사람이 이 정도도 못누리냐"고 목소리 높이는 노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분이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우리는 노인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생각만 하지 그분들의 고생 덕분에 오늘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산 용두산공원의 노인들



우리는 노인에 대해 무료음식이나 몇푼 쥐어줄 일자리 정도만 생각하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품위있는 노년을 안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풀뽑기나 휴지줍기 같은 허드레일을 시키면서 큰 걸 베푸는 것처럼 떠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노인들은 길 위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안스런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휴지줍고 풀을 뽑는 일은 안해도 그만인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줄까 고민하다 그거라도 시키자며 고민없이 나온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고민하면 같은 비용으로 노인노동력을 보다 품위있는 일에 돌릴 수 있습니다. 일본의 노인을 보면서 힌트를 얻습니다. 우리의 노인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블로깅을 하게해서 블로깅활동에 따라 돈을 지불하면 어떨까요? 점점 사라져가는 그들의 기억은 소중합니다.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남겨진 그들의 기억은 지급한 몇십만원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인들의 블로깅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후일 노인들의 기록물은 시대의 재구성에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체는 기억이고 사회의 실체는 기록입니다. 이런 물려줄 소중한 기록의 유산을 가진 노인들이 왜 거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허드레일을 하면서 품위없는 노년을 보내야 합니까?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부모 잘못 모시면 자식들이 고대로 본받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의 노년세대에게 품위없는 노년을 안긴다면 우리도 우리의 자식들도 우리를 그만큼 대접할 것입니다. 이것은 노인들의 품위있는 노년을 챙겨야할 또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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