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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씨가 광주사태라고 말한 건 실수다. 광주항쟁은 10년 가까이 군사정권에 의해 광주사태로 불리었다. 80년대 독재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광주항쟁보다 광주사태가 더 입에 익을 것이다. 지금도 광주항쟁을 군부독재의 시각을 담아 부른 광주사태로 말하는 실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실수를 두고 손가락질하는 건 좀 비열한 짓이다.

이명박정권이 중도적이라는 말은 좀 서툴렀다. 황석영씨가는 몽골에 같이 동행한 이명박정부를 위한답시고 립서비스한 것 같은데 지점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이명박정권이 보수적이라는 걸 밝히고 그 지점을 지나친 다음에 한마디 내뱉어야 했다. 이를테면 보수정권이지만 내부에 교섭의 의지가 많다라는 식으로 얘기했어야 했다. 립서비스는 민감한 지점을 좀 지나쳐서 나왔어야 했는데 황석영씨는 너무 급했다.

황석영씨가 이명박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건 표면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황석영씨는 통일운동에 앞장선 분이다. 통일이란 대의를 위해 이명박정권과 접촉한 것은 충분히 기다려볼만한 행동이다. 그 과정과 성과를 보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결론은 황석영씨가 변절했다거나 배신했다고 판단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 너무나 이르다는 것이다. 황석영씨의 행동을 경계하고 지켜보자고 할 수는 있지만 변절했다고 단언할 시기는 아니다. 황석영씨는 실수했고 서툴렀고 이명박정권과 함께해서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통일운동에 대한 신념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근접한 결론일 것이다.

진보진영의 황석영에 대한 과도한 비판엔 진보진영의 두려움이 묻어있다. 황석영의 이탈로인한 전선의 무너짐이 두려운 것이다. 전선을 단속하기 위해선 황석영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전선에도 교섭은 있지만 황석영이 MB와 동행한 것은 교섭이 아닌 핵폭탄급 유출이다. 그러나 이건 진보진영의 사정일 뿐 황석영을 말릴 수 있는 논리는 아니다. 우리는 지금 여론으로 시비를 걸고 있을 뿐 진영논리보다 더 큰 대의인 통일을 앞세운 황석영을 납득시키진 못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통일을 위해선 뭐든지 해야한다고 말한다. 김정일이 동족을 굶주림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북쪽 정권에 물자를 지원해야 동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라도 해야할만큼 절박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통일운동이 한시라도 급하다면서 이명박정부의 대북관계에 일조하겠다는 황석영씨에겐 왜 변절자라는 비난을 쏟아붓는 걸까? 그새 절박했던 북한주민들이 좀 여유로워진건가? 그게 아니라면 진보가 독점한 대북관계에 이명박정부가 뛰어든 게 못마땅한 것인가?

이명박정부도 황석영을 통일운동의 도구로 쓸 수 있다. 이명박정부가 지금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잘 믿기진 않지만 그들이 의지를 보인다면 밀어주는 게 옳다. 황석영이라는 통일의 상징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벤트라 할지라도 받아들여야한다. 대북관계는 확률로 하는 게 아니라 작은 가능성이라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보수진영이 북을 만나게 하고 대북관계에서 노하우와 경험을 쌓게해야 한다. 
 
황석영의 이탈을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 이런 유화적 제스처가 이명박정권의 다른 과실을 덮어줄까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고 북한주민을 위해서 황석영을 이명박과 함께 북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은 접어두고 오히려 진보진영이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남북관계와 통일은 진보와 보수 모두가 공유해야할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집권해도 전 정권의 사람들을 정치보복할 수 없다. 지금 온갖 전횡을 휘두른 사람들 모두 진보가 집권해도 무사할 것이다. 정치보복하게 되면 진보의 가치의 핵이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로 그들이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우리가 소중하게 키워왔지만 우리 안에서만 남북관계가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자원을 그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들이 하고 싶다면 통일의 모든 자원을 그냥 내주어야 한다. 우리는 통일을 우리가 이루겠다고 다짐해선 안되고 더 많은 통일의 기운이 이땅에 넘쳐나도록 해야한다. 그게 우리의 가치에 맞는 행동이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또 전략적으로도 옳다. 황석영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진보진영에 손실만 가져올 뿐이다. 황석영을 통크게 MB에게 보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여론은 자신감있고 당당한 쪽에 붙는다. 황석영을 두고 불안해하는 진보진영의 모습은 분명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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