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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과정 중에 공정관리실무 수업이 있었습니다. 공정관리는 정해진 금액과 기간 내에 목적한 공사나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기록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입니다.

강사의 말에 의하면 미국엔 공정관리에 종사하는 스케쥴러가 5만 명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업무를 표준화해주면 개인은 이에 따라서 일을 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조직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러한 공정관리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조직이 아닌 개인이 일을 하게 됩니다.

개인주의적인 미국이 조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집단적인 한국이 개인적으로 일을 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시 머리를 굴려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미국에선 조직은 실제 업무를 위한 조직이지만 한국에서 조직은 집단을 위한 조직입니다. 미국은 개인에게 조직의 일을 하라고 하지만 한국은 개인에게 집단을 위한 희생을 강조합니다.

한국의 건설현장에선 공정표를 3개월 정도만 지나면 아무도 안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공정표와 실제 공사가 하나도 맞지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공사계획은 제출하는 서류의 의미만 가질 뿐 실제 공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공정표대로 정확하게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공정관리가 어려운 이유로 강사는 대본사업무와 대관업무를 들었습니다. 한국의 건설현장에선 공정보다 더 중요한 게 본사와 관청업무입니다. 본사와 관청에서 일이 내려오면 공정은 뒤로하고 먼저 그 일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니 공정계획은 종잇장이 되는 겁니다. 

또 한국건설사업의 도박성에 대해서도 먈했습니다. 강사가 아는 어떤 분은 아파트 분양 한 방으로 천억을 벌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이런 건설대박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이러니 건설사 입장에서 공정관리에서 몇 푼 아끼는 돈이 푼돈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자연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겁니다.

한국과 미국의 이런 업무방식의 차이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미국은 주5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전체 공기가 40% 적다고 합니다. 우리의 작업공기가 미국에 비해 널널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업무인수인계서가 없다고 합니다. 미국은 이런 자료 자체가 파일링되어 시스템으로 공유한다고 합니다. 업무인수인계가 없어 후임자가 일을 못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합니다.

강사가 한 미국인에게 한국의 현장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그가 평하길 한국은 잘하는 현장은 굉장히 잘하는데 못하는 현장은 정말 개판이랍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보다 아래라는 게 그 미국인의 평가였습니다. 

미국인의 평가에서 한국 현장의 실정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현장지휘자가 얼마나 능력있느냐에 따라 일의 진행이 달라집니다. 그러니 한국에선 일하는 사람이 항상 일하게 됩니다. 조직적 공정관리가 사회시스템상 불가능하니 밑고 맡길 사람에게만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몇년전 신문에서 조직사회 미국을 꿰뚫어본 어느 교수의 칼럼을 본적 있습니다. 그 교수가 공원에서 종이만 줍는 청소부에게 왜 다른 쓰레기는 줍지않느냐고 물었는데 그 청소부의 대답이 기가막혔습니다. 자신은 종이를 주우라는 명령만 받았다는 겁니다. 처음엔 이 청소부가 한심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당당한 대답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오히려 미국사회의 강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명령에 충실한 한명 한명을 잘 조직한다면 오히려 집단 문화의 한국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답니다.

서구의 조직적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로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로마인이야기를 보면 로마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철저히 교본대로 행동했다고 합니다. 숙영지의 텐트치는 법까지도 교본에 나왔다고 하니 말 다한 겁니다. 이미 서구는 고대에 공정관리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한 시스템이 때로는 한니발같은 능력있는 지휘자에 의해 격파되기도 했지만 결국엔 전체적으로 외부의 적들을 압도했던 것입니다. 결국 천재적 전쟁지휘자 한니발은 로마의 시스템에 무릎 끓게 됩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조직적'이란 말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여태까지는 한 사람을 구심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조직적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집단적인 것이었습니다. 조직적이란 말은 일사불란이란 말보다는 표준화나 공정함과 더 통하는 말이었습니다. 표준화 되고 공정해야 구성원들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에 기여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대한민국 조직 그거 다 말짱 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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