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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사진전에 갔습니다. 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찍맹'입니다. 남들이 블로거니까 사진 좀 찍지 않냐고 부탁하면 제 사진은 '정보용'이라고 극구 거절합니다. K 모와 S 모 블로거께선 제게 커서님 사진을  못찍는다며 구박까지합니다.

그런 제가 사진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만은 그러나 좋은 사진을 보면 눈이 시원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좋은 노래를 못불러도 좋은 노래를 들을 줄 아는 것 처럼. 그래서 작년에 성황리에 열렸던 매그넘 사진전도 보러 갔고 그 독특한 사진들이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블로거라면 눈만 시원해지고 기분만 좋아져 나오긴 좀 그렇습니다. 뭔가를 쓸거리를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매그넘 사진전은 재미있는 사진이 많아서 사진을 잘 몰라도 보편적 느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쉬는 인물사진입니다.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어두운 배경에 빛이 내린 얼굴들입니다. 설명을 보니 카쉬는 빛의 마술사라고 합니다. 이건 뭐 내가 입 댈 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사진 속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카쉬의 사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그 아래 적힌 설명들을 찬찬히 읽었지만 쓸 '감'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무리 중에 한 분이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도슨트프로그램이었습니다. 도슨트가 작품 설명을 듣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자유로운 감상을 방해받고 또 신청하고 그 날짜에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도슨트 프로그램을 신청한 적이 없고 물론 들은 적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슨트를 듣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전시회 등을 많이 와보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는 좀 들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빛이라는 그 기술적인 부분은 제 혼자서 깨우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빛이 어떻게 얼굴 위로 내리는지 들으면 사진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있으니 빛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외부조명을 이용한 사진 작업실의 사진 앞에서 도슨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연조명이니 하루에 두시간 밖에 못찍었죠. 비오는 날은 노는 날이고. 그러니 몇시에 빛이 어떤 각도로 든다는 걸 다 알게 되고 빛에 대한 연구를 안할 수 없죠. 천장으로 들어온 빛이 사선으로 내렸다가 끝에서 벽을 타고 올라가고 다시 사진으로 내려오는데 그 사진이 손끝을 타고 (카쉬가 보는)다른 사진에서 카쉬 얼굴로 갔다가...(중략) 이렇게 빛으로 시선의 흐름을 이어주는...



이 설명을 듣고나니 뭔가 감상에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후 도슨트의 마이크를 드어주는 보조역할을 해가면서 이 무리와 함께 카쉬의 사진을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인물의 특징적 모습을 잡기위한 카쉬의 작업멘트에 대한 재밌는 얘기들이 쏟아졌습니다.


시벨리우스 선생님의 핀란디아 명곡을 캐나다에 와있는 노동자가 작업할 때마다 듣는데 핀란드 노동자들이 신이나서 능률이 오른더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길 듣고 시벨리우스가 흐믓했겠죠. 지긋이 눈을 감고 손을 어깨에 두르며 자신을 과시하는 이 장면을 끌어낸 거예요. 직접적으로 자랑스런 장면을 보여달라면 안나왔겠죠. 좋은 인물 사진은 그 인물을 특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거 그게 좋은 장면이죠.


 



그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일화는 카쉬가 처칠의 사진을 찍었을 때의 일입니다. 이 유명한 일화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도슨트를 통해 들으니 또 재미가 달랐습니다. 언론에서 듣지못한 훨씬 더 풍부한 얘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장의 도슨트의 얘기 들어보시죠.

처칠이 아주 명연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문을 쾅 열고 들어왔는데 카쉬가 시험삼아 조명을 함 터뜨렸데요 사진은 안찍고. 그랬더니 처칠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넌 뭐냐?", 영어로 어떻게 했는 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누군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느냐 나가라고했죠. 카쉬는 어안이 벙벙해서 (자신을 데려온)총독을 찾았죠. 그런데 총독은 숨어서 안보이고 책임을 못지니까. 그러다가 사실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허락을 해달라 그랬는데 조금전 있던 자신의 연설이 맘에 들었던지 시가를 하나 꺼내 물고 한두번 연기를 내뿜더니만 마음의 안정을 찾고 딱 한 장만 찍고 가라 그랬데요. 그러면서 계속 (처칠이)시가를 물고 있는데 카쉬가 재떨이를 들고가서 시가를 빼달라고 부탁했다죠. 두번 부탁을 해도 안들으니까 그냥 재털이에 뺐어서 놓았데요. 그리고 뒷걸음질 쳐서 카메라에 돌아와가지고 한방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찍힌 거예요.

만약에 거기서 처칠이 시가를 달라고 쫗아왔으면 이 사진은 못 찍었겠었죠. 그러나 처칠같은 그런 인물이 그랬겠어요. 쟤가 뭐하는 놈인데 시가를 뺐어가냐며 굉장히 노여워하고 있죠. 우리는 이 표정을 훗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노정치가의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는 표정이다 이렇게 하고 있죠. 밑에다가 사실은 시가를 뺐겨서 당황해하는 처칠의 얼굴이다 이렇게 하면 재미가 없죠.

한장을 찍고 나니까 화를 내다가 또 금방 처칠이 사려가 깊은 분이니까 알아채고 야 당신 정말 위대한 사진가다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웃으면서 한방만 더 찍어라라고 했다죠. 한방 더 찍을 기회를 주겠다 그러며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 이 사진입니다. 처칠이 기분이 좋아져서 방긋 웃고 있어요. 그럼 만약에 이 사진 대신에 방긋 웃는 사진이 걸렸다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은 아니죠. 이웃에 있는 인자한 할아버지죠. 

이 사진은 다 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이걸 의도한 건 아니고 나중에 카쉬가 데뷔60주년 인터뷰 한 걸 보면 "자기가 이 표정을 끌어내려고 시가를 뺏앗다는 설이 있는데 그건 다 와전 된 것이다. 시가를 뺏은 것은 존경하는 분으로 옷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는 기분으로 시가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내려주십사 한 것이지 자기가 이런 강렬한 사진을 끌어내려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나보니 이렇게 되었다.". 아주 솔직한 분이죠 사진을 찍는 분들은 다 솔직하고 평화주의자고 그렇습니다.





도슨트가 있어 카쉬사진전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전시회의 사진이 앞으로 걸어나오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도슨트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카쉬사진전의 몇 장면 더 보시죠.




카쉬사진전의 또 다른 대표적 인물 오드리헵번.



감상을 마치고 나니 관람객들이 사진 앞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습니다.






유겐트그림전 앞에서도 재밌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제일 멋진 포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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