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한나라당이 졌다. 시흥시 선거까지 해서 0:6 참패다. 득표차도 크다. 전북을 제외한 3개의 선거구에서 10%전후의 큰 차이로 졌다. 2% 차이의 박빙을 벌여 한나라가 기대를 하게 만든 시흥시장 선거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니다. 진보정당들이 지지선언을 한 최준열후보가 10%의 표를 잠식하고 보수적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19.8%의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민주당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보궐선거 투표율로는 상당히 높은 40.8% 투표율까지 생각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앞이 캄캄해진다. 숨어있는 표가 있다거나 보수정권 집권으로 인한 보수지지층의 이완이라는 변명을 할 수가 없다. 별다른 정국 변화가 없다면 이 분위기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고 지자체 선거에 육박하는 이번 선거결과는 그대로 내년 지방선거에 대입해볼 수 있다. 한나라당 사람들의 머리에 몰락한 열린우리당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그래서 오늘 홍준표대표가 선거얘기 하지 말라며 대노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가 정권에 유리한 언론환경과 사정기관의 '때마침(?)' 지원을 받고도 나온 결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 공황에 이르게 된다. 집권 초부터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이명박정권은 YTN과 KBS에 친정부인사를 사장에 앉혔고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MBC는 명예훼손고발이라는 법적 수단으로 묶어두었다. 이명박정부 하의 사정기관들은 주로 상대 정치진영과 비판자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였고 '때마침(?)'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4.29재보선과 겹쳤다. 언론은 연일 이 사실을 1면에 중계했고 노전대통령은 비판적 여론에 직면했다. 야권의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노전대통령의 수사는 4.29재보선에서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바로 이런 일방적 환경에서 치러진 선거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명박정권이 대참패를 한 것이다. 

뇌물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건 노무현인데 정작 민심은 이명박정권에 뿔이났다. 왜 일까? 정권에 유리한 국면을 제공한 언론과 사정기관에 국민이 저항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검찰 수사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민심이 검찰과 언론의 여론조작을 의심하며 불쾌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서 이명박정권에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의 민심을 그대로 두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대참패를 할 확률이 아주 높다. 내년 지방선거의 참극을 막기 위해선 결국 국민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친노기업인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기업에도 전례가 없었다는 규모의 인원으로 세무조사로 오해를 사지 말고 선거에 맞춰 상대 진영의 정치인을 건드리는 것도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언론인을 체포하거나 친정부 인사를 언론사 사장에 앉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에 따라 광고를 차별하여 줘서 괜한 의심도 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사정기관이야 정권에서 어찌해볼 수 있는데 언론이 문제다. 언론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언론과의 관계는 미안하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되돌려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손 떼는 순간 언론은 지금까지 자신을 길들이려 했던 대상에게 몇 배의 보복을 시작할 것이다. 언론의 보복은 검찰의 수사와 차원이 다르다. 한 인간과 조직을 아예 생매장을 시킬 수 있다. 피디수첩의 광우병보도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가 보라. 유력보수언론을 손보려던 김영삼정권은 정권 말기에 그 언론사에게 완전히 난도질 당했다. 

언론의 고삐를 잡을 때는 절대 안놓겠다는 각오를 하고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정권이 언론의 고삐를 잡았다면 지금 놓을 수 없다. 고삐를 놓은 사람들의 결말이 고삐를 놓지 못하게 한다. 더 강하게 고삐를 죄어 민심에 대응하는 것 외에는 딴 길이 없다. 그렇다면 이때 민심은 어떻게 반응할까? 정권의 강력한 의지에 항복하게 될까? 앞서 말했듯이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더 강하게 언론을 조이면 그 노골적인 장면은 더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여론이 눈치 못채게 민심을 기획하는 건 거의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민심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고삐를 잡았던 이명박정권 이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전면적인 방향전환만이 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계속 언론의 고삐를 잡으면서 민심의 저항에 부딫져 산산조각 나는 길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게 그러게 언론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퇴로도 안만들고 뛴 결과다. 이명박대통령 하나 보고 밀어부친 결과다. 밀어부치기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하게 나타날지도 참 궁금하다.

아 참! 열린우리당의  학습효과 때문에 한나라당은 더 급속히 괴멸할지도 모르겠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