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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출장 온 서울의 김대식(가공의 인물)씨. 오전 11시 쯤 부산에 도착해 거래처 몇 군데를 들려 업무를 마치고 6시 출발하는 서울행 KTX를 끊고 부산역 개찰구를 통과합니다.  

객차와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자신의 자리에 다가가는데 이럴 때면 은근히 기대되는 게 있습니다. 옆 자리엔 과연 누가 앉았을까? 이왕이면 상냥한 목소리에 화장품 냄새 솔솔 풍기는 아가씨가 앉았으면...
 
올해 30이 된 김대식씨. 이제 옆구리 짝이 많이 그립기 시작합니다.  바로 옆에 여자가 앉아 3시간 가까이 같이 간다면 인연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식씨의 기차 옆 좌석에 대한 기대는 매번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입사후 부산에 10번 가까이 출장을 왔다갔지만 김대식씨는 한번도 옆자리에 여성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 여성이 앉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식씨가 말하는 여성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여성입니다. 그 동안 4번 정도 옆 자리에 앉았던 분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의 반이 여자라는데 왜 김대식씨는 비슷한 나이 대 여자 승객이 옆 자리에 앉는 행운을 가지지 못했을까요? 서울과 부산을 10번 왕복하면서 KTX를 20번이나 탔는데 왜 한 번도? 

김대식씨는 어떤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코레일에서 표를 발매할 때 남자승객과 여자승객을 분리해서 하는 건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여자를 만나지 못할 수가...



지난 해 10월에 코리아리서치에서 코레일의 의뢰를 받아 승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설문조사엔 보면 김대식씨 옆자리에 여성이 잘 앉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건 KTX를 이용하는 여성 승객이 적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KTX 전체 승객 중 김대식씨가 기대하는 비슷한 나이대의 20대 30대 여성은 전체 승객 중 17.4%입니다. 남자의 그 나이 대 승객 비율은 34%입니다. 여자 승객이 남자 승객보다 50%가 적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좀 수긍안되는 게 있죠. 17.5%면 확률적으로 6번 중에 1번은 만나야 합니다. 김대식씨가 서울에서 부산을 10번 정도 왕복하면서 20번 KTX를 탔으니 3번 정도는 옆자리에 여성이 앉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대식씨에게 그런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건 여성승객의 열차 이용패턴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듯 합니다. 기차에서 보이는 젊은 여성승객들 중 홀로 여행하는 여성들은 눈에 뛸 정도입니다. 업무상 출장을 가는 여성들이 많지 않아서 일 겁니다. 기업은 여성을 적게 뽑는데다 출장도 남자만큼 보내지 않습니다. 나홀로여행하는 여성이 많지 않으니 김대식씨 옆 자리에 앉는 여성도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대부분이 남성


생각해보니 이 문제는 여성차별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KTX에 여성승객을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옆 자리에 여성이 앉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김대식씨가 원망해야할 것은 코레일의 음모론이 아니라 여성차별적인 한국사회?

KTX 여성 승객 비율은 남녀차별지수로도 쓸 수 있지않으까요? 현재 31%인 여성승객의 비율이 50%에 달하면 그땐 우리나라에 남녀차별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성승객의 비율이 40% 정도면 김대식씨가 4번에 1번 정도는 옆자리에 여성이 앉는 행운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때 자신의 자리를 확인한 김대식씨. 역시 오늘도 꽝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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