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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가짜 논란은 그가 체포되었을 때부터 있었다. 체포된 미네르바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50대의 유학파가 아닌 20대의 전문대졸 백수라는 데에 사람들은 갸우뚱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네티즌의 의심을 산 건 경찰이 미네르바에게 작성하도록 해서 언론에 공개한 미네르바의 경제보고서였다. 경찰에 체포된 미네르바가 작성한 보고서는 온갖 자료를 동원해 리만의 부도를 예측한 아고라의 미네르바 보고서와 너무나 질적 차이가 큰 보고서였다. 경찰은 미네르바 가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공개했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가짜 논란이 더 불붙었다.

그러나 미네르바 가짜 논란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에 기인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가짜 논란은 일단 멈추었다. 여기에 박찬종변호사가 미네르바의 아이피와 아이디가 일치함을 공개하면서 체포된 미네르바에 대한 가짜 논란은 와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증거도 없이 의심했던 것에 대한사과문이 올라왔고 미네르바의 대출관련 자료 등을 검토해보니 리만보고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렇게 해서 아고라의 미네르바로 굳어지는 듯 했던 박대성씨가 다시 가짜 논란에 휩싸인 건 무죄석방되어 자신을 미디어에 드러내면서부터다. 조선일보는 미네르바 출소 장면을 보도한 기사에서 미네르바가 눈을 깜빡거리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는데 의도가 뻔한 기사이긴 하지만 그게 틀린 지적은 아니었다. 실제 동영상에서 보여진 박대성씨는 조선일보가 전한대로 눈을 자주 깜빡거렸고 자기성찰 등의 현학적 용어를 반복하며 종잡기 힘든 말을 쏟아냈다. 미네르바에 대한 의구심이 일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틀 뒤 미네르바와 대담을 한 유창선씨가 미네르바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가짜 논란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현재 미네르바 가짜 논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미네르바가 아닌 박찬종변호사이다. 박찬종변호사는 미네르바가 체포된 후부터 미네르바의 재판 뿐 아니라 미네르바를 둘러싼 현실의 논란에 대한 변호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4월 25일 박찬종변호사는 석방 후 불거지기 시작한 가짜 논란에 대해서도 반론하는 글을 적었는데, 그는 이 글에서 이전에 확인했던 박대성씨의 아이피와 아이디가 일치함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진짜 미네르바가 있다면 한번 글을 써볼 것을 주장했다. 



따로 있으면 한번 보여주시죠. 그분의 다음 아이디가 무엇이고 글쓸때 아이피가 무엇인지 한번 확인하죠. 이것도 조작가능하다고 주장할거니,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써 보는 것입니다. 한번 글을 써보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하지만 못하죠. 한국에는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수십명의 미네르바가 있습니다. 권오홍의 미네르바, 리드미의 미네르바 등등. 진짜 미네르바를 아는 사람들은 그 진짜 미네르바보고 아고라에 글을 한번 써보라고 하시죠. 그럼 자신의 주장이 증명되지 않을까요? (박대성이 가짜이길 간절히 원하는 분들게)



글을 써보라는 박찬종변호사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또 진짜 미네르바를 알고 있다면 스스로 글을 쓰거나 미네르바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글을 써보라고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미네르바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박대성씨씨와 박찬종변호사에게도 해당된다.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한다면 아고라에 글을 써서 예전의 그 필력을 보여주어 가짜 논란을 불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박대성씨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확신한다면 그에게 아고라에 그 아이디로 다시 예전의 그 글빨을 보여줄 것을 권해볼 수 있는 것이다.

대중이 미네르바를 받아들이고 인지한 것은 아이피와 아이디가 아니다. 대중은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서 그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이피와 아이디가 일치한다는 박대성씨와 아고라에서 봤던 미네르바와의 불일치를 대중들이 너무 크게 느끼고 있다. 박대성씨는 오마이와의 대담에서 구두로 하는 것엔 아직 어렵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설명으론 대중에게 그 불일치를 납득시키긴 힘들다. 그렇다면 대중은 접속코드의 일치에도 불구하고 미네르바의 진위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대중의 의심을 박찬종변호사가 나무랄 수는 없다. 

대중의 의심을 아이피와 아이디의 일치만으로 해소하려는 건 좀 부족해 보인다. 의심받는 쪽 입장에선 억장이 터질 일이겠지만 일단 의심이 발생하면 의심받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한번 시작된 대중의 의심은 멈추기 어렵고 그 의심을 방치하면 대중은 그 의심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의심받는 쪽은 터지는 억장을 부여잡고 자신의 명예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 해명에 나서게 된다. 가짜 미네르바 아니냐는 의심이 박대성씨에겐 분통터지는 일일 수 있겠지만 의심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위해선 보다 적극적 해명이 필요하다. 박찬종변호사도 이런 적극적 해명을 미네르바에게 충고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들은 이것을 노린 것입니다. 이명박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박대성은 가짜여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정권을 뒤집을 수 있다.

참 무서운 사람들이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일개 개인은 희생양으로 삼아도 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라. 이런, 명분 없이 결과만을 바라보는 자들은 제가 감히 말하건대, 이 사회에서 척결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진보라도 생각하고 촛불의 선두주자라고 주장하는 원조 촛불팀들도 양아치라고 명명하는 일부 세력들(박대성이 가짜이길 간절히 원하는 분들게)



박찬종변호사는 미네르바 가짜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이명박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현재 박대성씨의 신뢰에 흠집내기에 더 열성인 것은 조선일보이다. 보수언론은 박대성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틀 안에서 그를 최대한 흠집내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미네르바 가짜 주장은 보수언론의 덫에 잡혀 미네르바 흠집내기를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박대성씨가 가짜라 해도 박찬종변호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지는 미지수다. 미네르바 가짜 논란에서 정권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릴 의도라는 박찬종변호사 주장의 의도성에 더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미네르바 가짜 논란의 정치성을 공격하기 위해 미네르바 가짜 논란의 의의를 확대해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박찬종변호사의 주장은 너무 부풀려진 감이 있다. 미네르바 가짜 논란을 제기하는 네티즌들 중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박대성씨가 그들이 알고있던 미네르바와 너무나 다른 것에 실망감을 느끼고 자신의 맘속에 있는 미네르바를 지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박대성씨는 앞으로 기고도 하고 글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다려 볼 일이다. 그의 활동을 통해서 미네르바 진위 논란은 천천히 가려지게 될 것이다. 박찬종변호사가 미네르바에게 의심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공격할 게 아니라 좀 더 기다려보자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가짜 논란을 제기하는 쪽에서 박변호사의 그 자신감에 한풀 꺽였을지 모른다.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박대성씨가 풀려난 마당에 그 정도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찬종변호사의 대응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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