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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노회찬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노회찬대표는 민노당과의 울산재보권선거 단일화문제로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정을 따라잡느라 인터뷰 약속은 계속 늦춰졌습니다. 드디어 4월 14일 여의도 진보신당사무실에서 노회찬대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1, 2부로 나누어서 4시간을 했습니다. 사실은 노회찬대표가 중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이 있는 바람에 인터뷰가 나누어졌고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걸린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이미 노회찬대표와의 인터뷰 중 인상적인 내용 몇개는 따로 기사 (어! 노회찬대표 부산사람이었어?)로 보낸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외 답변 중 음미해볼만한 내용들을 추려보았습니다. 논리와 언변의 달인을 인터뷰하니 포스팅으로 요리해 먹을 게 참 많아 좋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질문부터 들어갑니다. "부산사람인데 어디 사셨나?" 등을 묻고 그 다음에 수준급인 첼로에 대해 물었습니다. 고수라면 자신이 다루는 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회찬대표라면 첼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 같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첼로의 소리를 이해시켜달라고했습니다.


음악전문가들이 얘기할 때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다고 합니다. 바이올린보다 몇 옥타브 낮죠. 인간의 말할 때 높낮이와 비슷해요. 음악 좀 듣는 사람은 첼로 좋아하죠. 우리 드라마에 보면 첼로가 바이올린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바이올린은 굉장히 치열하다면 첼로는 울림이 있고 분위기 있게 다가서니까



정치인에게 이런 얘기 듣기 쉽지 않죠. 제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 낚시들어갑니다.

노회찬대표 학창시절은 지금보다 입시제도가 더 심했습니다. 노회찬대표는 중학교입시 마지막세대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시험을 친 겁니다. 중학입시가 있었던 그때와 지금의 사교육강도를 비교해달라고 했습니다. 


매우 심하죠. 그때는 입시제도가 있었음에도 우리 반에서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사람이 60명 중에 열명 정도되는데 지금은 다 받죠. 그 당시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 절반 정도는 과외나 학원을 한번도 안하고 들어간 사람들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100%잖아요. 그때는 입시제도는 똑같았는데 돈 경쟁은 아니었어요. 우리 때는 학교공부만 열심히 해도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많았어요. 





과거에는 시골출신의 가난한 고학생이 성공하는 사례는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교육에서 빈익빈부익부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죠. 노회찬대표는 자신의 친구를 예로 들어 이런 현실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서울대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제 친구가 그때 몹시 가난해서 카이스트 갔어요. 그때는 카이스트가 전액장학금을 주고, 매우 잘하면 유학까지 보내줬어요. 그 친구가 지금 카이스트 교수예요. 이친 구 얼마 전에 만났더니 지금 카이스트 입학생 중엔 자기 같은 친구 없데요. 자기처럼 가난한 사람은 아예 카이스트 오지도 못해요. 이미 카이스트 올 정도면 특목고나 자사고 다니는 아이들이예요.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던 대학생에 비해 요즘 대학생들은 많이 어려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낮은 정치의식에 대해서 노회찬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당시엔 독재냐 민주냐 문제였죠. 어떤 일도 저 독재정권을 물리치지 않고는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땐 테니스 치는 것도 굉장히 비판적으로 봤어요. 맥주도 안먹었고. 그런데 요즘엔 정치는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되어 느슨해진 반면 경제는 사회양극화로 더 어려워졌습니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양극화로 경쟁을 뚫은 10% 정도만 삶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가 되었고, 지금 그 경쟁에 몰입해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잘못된 룰을 바꾸기 보다는 그 잘못된 제도하에서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합니다. 이게 본인만의 책임은 아니죠.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진 않아요. 이런 조건 속에선 자신의 일신에 매몰되는 걸 막기 힘듭니다. 그걸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히 집단이 사회전체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천착하게 되는 거죠.



노회찬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자꾸 다가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육을 자주간다고 합니다.

일년에 백번 간다면 절반은 대학에 갑니다. 학생들에게 그럽니다. 너희들이 취직을 위해서 토익을 공부하는 거 하지말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결국엔 이건 로또다. 누가 어떻게 경쟁해서 되느냐가 문제지 결국엔 이 경쟁을 뚫고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 건 10%뿐 아니냐. 그러면 로또 제도를 바꿀려고 해야지 로또만 사서 당선되길 바라면 곤란하지 않느냐.


김문수나 이재오처럼 노동운동가들 중에 기존 정당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 기존정당으로부터 노대표님께 접근한 적은 없었을까요?

왜 없었겠습니까. 국회의원 자체가 인생의 목표라고 본 적은 없습니다. 노동자 대변하는 의원이 힘이 되니까 국회의원을 할려는 거지 그거 자체가 목표가 된 적은 없습니다. 한나라나 민주당의원으로 가면 노동운동 국회의원은 끝난 거거든요. 그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그 간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게 옳고 또 이걸 끝까지 굽히지 않고 하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 사회가 나아진다는 생각이 있기 떼문입니다. 

 

언제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주요 정치세력이 될까? 진보정당의 가능성은 지금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운동을 맨처음시작한 노회찬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진않을까요? 그런데 노회찬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노동조합의 역사는 200년이 넘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동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건 100년의 역사입니다. 그 당시에 만들어진 노동자정당들이 발전하는 속도를 민주노동동과 비교해보면, 다른 나라는 20년 30년 걸린 걸 민주노동당 2004년 기준으로 4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토양이 우여곡절이 있고 백년 늦게 시작했지만 토양이 나쁘지 않다는 거죠.



노회찬대표는 강자가 기대를 저버린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라고 말합니다. 더 강해지면 더 많은 약자를보살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강자의 도덕이 사라진 시대가 신자유주의시대인 겁니다.


경쟁을 통해서 한다는 그 이데올로기는 그럴듯할지 모르나 경쟁을 통해서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 약해지는데, 더 강해진 강자가 더 늘어난 약자를 책임 못지고, 소수의 강자를 위해서 다수의 약자가 희생하는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강자가 강해진 다음에 더 많은 약자를 보살필거라 생각했습니다. 만명 넘게 잘라가며 현대자동차를 살릴 땐 그렇게 살아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거 아니냐고 했던 거죠. 십년 전에 현대차는 부채가 전체 자산의 5배였습니다. 지금 현대차는 사내유보금만해도 수조원이 있어요. 십년전보다 현대차는 훨씬 강해졌어요. 그런데도 만명, 이만명의 희생이 있어요. 강자가 약자를 위해서 뭘 해주느냐? 아무것도 없습니다. 



87년 이후 정치가 정치문제를 정치로 해결하지 않고 법으로 들고가는 경향이 많아졌습니다. 스스로 법에 종속되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출발점은 민심과 국회가 다른 것입니다. 서민이 80%잖아요. 그런데 국회에는 80%가 아니잖아요. 비정규직 악법을 재작년에 재정할 때 그거 문제있다고 한 국민은 70%였어요. 그런데 국회에서 그거 문제있다고 한 사람은 4%입니다. 국회에서 의사결정의 분포가 약간 다른 게 아니라 너무 차이가나니까 사실 국회의원을 뽑은 것도 국민이지만 자신이 뽑은 정치인을 안믿는거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정치인의 말과 돈 몇푼 먹을데서 출발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저 집단은 우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데 대 전제에 있다는 거죠. 한미 FTA도 그렇잖아요. 국민의 50%가 문제있다고 하는데 반대하는 의원은 4%예요. 정치라는 것은 자기를 선출해준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경쟁하는거거든요. 그래서 이 당이 내놓은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다른 당이 내놓은 정책은 다른 데서 지지를 받고 거기서 타협들이 있는 건데, 실제로는 선거 때만 국민의 지지를 받고 일상적으로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 세력이 국회 90%를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법에 많이 의존한다지만 사실은 제가 현장에 잇던 사람으로서 보기엔 야합이 더 많습니다.




노회찬대표의 말은 그러니까 도덕적 불신과 대의의 불일치입니다. 국민들이 뽑아준 그들을 도덕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자신을 대표하는 부류로 인정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투표한 정치인이 법에 종속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아한다는 것입니다. 일리있는 얘깁니다.

마지막에 일어설 쯤 이명박정권이 매파위주의 팀웍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는 프레시안의 분석기사를 얘기하고 그에 대해 노회찬대표는 어떤 생각인지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이명박정부의 경우 어느정권도 이보다 낮은 지지율이 없기 때문에 매우 불안하게 본단 말이죠. 그러나 제가 보기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2등하고의 차이가 커요. 이게 안정감이거든요. 이명박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그랬어요. 당선될 때 득표가 총유권자 대비 30%였는데, 이건 87년 선거 이후에 가장 낮았던 노태우보다 더 낮은 겁니다. 그런데 2등하고의 격차는 역대 모든 선거가 100만표 이내였는데 이 양반은 2등하고 격차를 580만표로 벌렸어요. 이 추세가 계속 이어져 가고 있어요. 야당이 무능하고 진보정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안정성을 가지는 거죠.



노회찬대표의 대답은 질문을 뚫어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시원후련한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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