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제주도에서 처음 본 말이다. 제주도에 말이 많다지만 그래도 여긴 한국이다. 많다해도 그리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놈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왠걸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니 말이 온사방에 깔렸다.




14년 전 제주도에서 10개월 가까이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땐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말이 많은 제주도라지만 말을 보려면 좀 찾아봐야 했다. 한라산 중턱 쯤에서 차를 타고가다 좀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말이 해안 가까운 곳에도 있었다.




농가 밭 사이에도 풀 뜯는 말이 천지였다. 보통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소보다도 더 많이 보였다. 관광지 근처에도 말들이 긴 밧줄에 묶여서 풀을 뜯고 있었는데, 어찌나 많던지 잔디밭에 쉬러 온 대학생 한 무리가 말똥이 없는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닐 정도였다. 




첫날 제주도의 숙소로 태워준 택시기사 얘기에 의하면 요즘 제주도에 말고기집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한다. 예전에 대여섯 집 정도가 영업허가를 받고 장사했는데 지금은 허가난 집만 20개가 넘고 허가 안나고 장사하는 집도 상당하다고 한다. 




택시기사 말에 의하면 말고기 코스가 보통 3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먹어보기 힘든 음식 치고는 생각보다 가격이 높지않다. 택시기사가 말고기 얘기하면서 입맛을 다신다. 기사가 말하는 말고기 최고의 부위는 간과 내장이다. 간은 소와 달리 아삭하게 씹힌다고 한다. 말도 소처럼 뼈를 고아 먹느냐고 물으니 정색을 하며 날 처다본다. 말고기 값이 200만원이면 뼈 값이 120만원이라는 거다. 말의 뼈는 한약재를 넣고 고아서 건강보조재로 먹는다고 한다.

2박3일 동안 정말 많은 말을 봤다. 제주 북쪽의 일부지역만 돌았는데 그 많은 말이라면 하루에 도축되는 말의 양이 상당할 듯 했다. 말고기 유행이 제주도에 급속히 퍼지는 것 같았다. 걱정도 좀 든다. 혹시 말고기 대량소비국가로 해외에서 시비를 걸지나 않을까? 혹시 제주도에서 시작된 말고기 바람이 육지까지 상륙하는 건 아닐까? 몇년 뒤 농촌 여기저기에 말이 풀 뜯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되는 건 아닌지.

일정 때문에 말고기를 먹어보진 못했다.

반응형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