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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있었던 정부조직 개편에 사실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 자체가 정치중립적인 성격의 것이라 입을 댈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에선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인수위의 개편에 우려를 표했지만, 어차피 새 정부의 새로운 시도는 운영과정에서 검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로선 우려는 할 수 있지만 비판은 쉽지 않다. 비판의 근거는 후일에서 찾고 당장은 새롭게 시작할 정부의 새로운 시도를 지켜봐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정부조직 개편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귀를 긁는 내용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둔다" 앞에 발표된 내용과 비교했을 때 이질감이 확 느껴지는 문구였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말이 붙어서 타 부서 개편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수위가 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려는 걸까. 그간 발언과 책 등을 통해 정부를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다룰 것임을 시사한 이명박 당선자의 철학에 따라 인수위가 인권위의 효율화를 위해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만들려는 것일까? 인권위는 인권에 대한 사항을 판단하는 곳이다. 잣대를 세우는 기관에 대해 효율성 제고를 요구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다. 인권위는 애초에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인수위의 정부 효율화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효율이란 가치는 어떤 곳이든 휘둘러질 수 있는 무소불위의 잣대가 아니다.


아니면 대통령이 직속기관으로 두고 인권을 챙겨 대한민국 인권을 신장시키겠다는 것일까? 인권위는 국가권력이 저지르는 각종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에 중점을 두는 기관이다. 즉 대통령도 국가권력으로서 인권위가 구제침해 대상으로 삼는 한 기관이 될 수 있다. 인권위가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의 직속기관이 된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인권위 구성을 보면 이번 대통령 직속기관 결정이 더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권위 위원 11인은 국회가 4인, 대법원장이 3인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4인을 추천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은 이들의 임명권을 가진다. 입법과 사법이 지정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속으로 둔다는 것은 독립기관인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사법부와 입법부라면 인수위의 인권위 대통령직속 결정에 반발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간 인권위는 활동 과정에서 국가기관과 몇번 대립을 하기도 했다. 몇몇 기관들은 인권위의 결정 사항에 대놓고 반발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인수위가 이러한 사회적 논란을 비효율적 요인으로 보고, 논란을 차단하고 인권위의 활동을 국정과 보조 맞추기 위해서 직속기관으로 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불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대통령 직속기관 결정을 인수위측 개편 의도에 맞춰 최대한 이해해서 해석해본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의심은 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관 결정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조치가 아니냐 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2001년 국민의 정부 때 출범했다. 진보정권에서 탄생한 기구인데다 인권 자체가 진보적 성향의 가치라 인권위엔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민의 정부가 국제적 권고에 의해서 만든것이지 독단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로선 인권위 조직을 정치적으로 경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관 결정이 이명박 정권의 이러한 경계심이 발동한 진보적 국가기관에 대한 보수정권이 묶어두기 조치라는 의심을 해보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의심처럼 인수위가 진보정권 10년 간의 정부기관과 공무원에 대해 의심과 불신을 가지고 국정을 접근한다면 앞으로의 국정운영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국가기관의 시스템적 운영을 고민해야할 정부가 국가기관 내에서 내 편과 니 편을 찾는 정치적 분류를 하는 모습은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여 국가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벌써 정통부의 공중분해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들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답답한 마음에 인권위에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 직속기관이 된다는 데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직속기관이 되니 대통령에게 보고는 드리게 될 것이다. 그 외엔 우리가 아는 바가 없다." 더 이상의 대답은 그쪽도 피하는 듯 했다. 업무 보고를 하게되면 업무 협의도 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인권위에 대해 대통령이 간섭하게 되면서 인권위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활동을 하기 힘들지 모른다. 17일 인권단체 연석회의도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이 되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불가능하게 되고 국가권력에서 비롯되는 인권침해 구제나 감시의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고 우려를 표시해다.


이해 안돼는 결정엔 추측과 의심이 따라 붙기 마련이다.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결정에 이런 저런 의심과 추측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의심은 인수위에서 해소시키고 설명해야할 책임이 있다. 특히 국가기관과 공무원에 대해서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서 분류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권위의 직속결정에 대해서 명쾌한 이유가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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