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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 씨네21 지면입니다. 제목 아래 펜으로 체크한 부분에 '스포일러 있습니다.'라는 주의표시가 달려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게시판 영화리뷰에 저런 표시가 있는 걸 가끔 보는데 영화잡지에서는 처음 봅니다. 뒤져보니 130여 페이지의 잡지에서 두 개의 리뷰가 저 스포일러 표시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스포일러 표시는 글이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당연히 빼야할 스포일러를 제대로 빼지 못해서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리뷰어의 구차한 고백같아 보입니다. 또 양식있는 관객이라면 읽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스포일러표시는 자신의 글이 졸작이라는 걸 알려주는 문구를 스스로 집어넣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리뷰를 쓴다는 건 묘기에 가까운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노출을 피해야한다는 강박은 글쓰기를 제한하여 리뷰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일러를 빼다보면 리뷰는 등장인물의 정보나 평가의 호불호 정도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영화사 보도자료 받아서 쓰는 영화기사나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찌라시 수준의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추측컨데 씨네21이 스포일러표시를 지면에 반영한 것은 인터넷영화게시판에서 영화줄거리를 노출한 게시물에 줄기차게 달리는 스포일러라는 경고성 댓글의 영향인 듯 합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스포일러 에티켓이 통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은 영화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나 정보들입니다. 재밌는 영화를 선택하기 위해 사람들의 감상이나 정보를 파악하려고 클릭했다가 핵심적인 내용들을 다 알아버리게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씨네21 독자들은 리뷰어의 줄거리를 피해가는 묘기가 아니라 맛깔나고 깊이있는 리뷰를 기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정보나 평가가 아닌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감상을 읽고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독자들에게 씨네21은 간단한 게시물이 오가는 온라인 게시판에 통용되는 에티켓을 통용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씨네21이 온라인 게시판의 경향을 잘못 읽고있는 것입니다. 씨네21 독자를 우스운 꼴 만드는 겁니다. 잘못된 리뷰 읽기를 정당화 시키고 다른 리뷰어를 스포일러 비난에 노출시켜 글쓰기를 방해하는 짓입니다. '스포일러'표시 당장 떼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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