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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그렇게 쉽게 하는 게 아니다. 깊은 상처와 절망으로 출구를 찾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서 택하는 게 자살이다. 악플은 화나고 약오르지만 절망은 아니다. 악플은 아프지만 깊은 상처는 아니다. 어떻게 악플이 술접대·성상납 요구, 폭행 같은 것들과 비교가 되는가? 악플이 어떻게 그 무거운 자살의 무게를 채운단 말인가? 자살의 무게를 채우는 것들은 바로 장자연씨가 문서로 고발한 그런 것들이다.

물론 쉽게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가벼운 자살까지 사회가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건 어쩔 도리가 없는 자살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조치를 취해야할 것은 돌볼 수 있는 자살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그런 자살이 아니라 비리와 악행이 만연한 구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자살이다.

 
술접대·성상납 요구, 폭행   VS 악플
자살의 원인은 어느 쪽?



작년말과 올해초 정부와 여당은 연예인자살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사이버모욕죄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만약 그 법이 통과되었다면 어땠을까? 악플은 분명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연씨가 말한 '술접대·성상납 요구, 폭행'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네티즌들이 힘들게 하진 않았겠지만 연예계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 연예인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악플이 자살을 격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는 있다. 따라서 트리거인 악플을 줄이면 폭발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발을 일으키는 불안한 상황은 여전하다. 폭발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폭발의 원인인 폭발물을 없애고 그 폭발물을 생산하는 시스템과 구조를 손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트리거만 없애면 잠재된 상처와 절망은 다른 트리거를 찾을 때까지 폭발을 잠시 늦출 뿐이다. 나중에 누군가의 한마디나 소문이 트리거가 되어 자살을 폭발시킬 수 있다. 


KBS <뉴스9>에서 고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술접대·성상납 요구, 폭행 등 연예비리에 대한 내용과 함께 신문사 고위 인사, 방송사 PD, 제작사 대표, 기업체 간부 등의 실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의 죽음은 연예계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전까지 연예인자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론으로 거론되는 것은 네티즌의 악플이었다. 그러나 장자연씨 사건으로 연예계의 여자연예인에 대한 착취가 구조적으로 만연했다는 걸 알고나니 과연 악플이 연예인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악플의 스트레스를 술접대 자리의 치욕감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악플이 주는 상처가 성접대를 요구 받은 상처에 견줄만 할까? 악플 때문에 죽었다는 말이 이젠 좀 허망하게 들린다.

장자연씨의 자살에 가장 책임이 큰 자들은 장자연씨를 술접대 자리에 부르고 성상납을 요구한 사람들이다. 장자연씨 문서에 의하면 연예인들을 술접대 자리에 부르고 성상납을 요구한 사람들은 정치인, 재벌, 유명피디, 언론사주들이다. 지난 미디어법사태에서 사주가 있는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연예인을 자살에 이르게 하는 악플을 막기 위해 사이버모욕죄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이제보니 연예인 불러놓고 온갖 모욕과 상처를 주던 부류의 종자들이 연예인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살인범이 집쩍대는 잡범 잡아주겠다고 설친 꼴 아닌가?

여자연예인들의 자살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연예인의 자살이 연예계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했다는 시각이 현재 우세하다. 그렇다면 여자 연예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선 연예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할 것 없다. 연예인들을 술자리에 부르고 성상납을 요구한 쓰레기들 명단을 밝히면 된다. 밤의 권력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낮의 태양이다. 환한 빛 앞에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뱀파이어처럼 녹아버릴다. 여자연예인들을 보호하는데 이 방법이 사이버모욕죄보다 백만배는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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