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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복귀 환영한다. 허튼 소리가 아니다. 진심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데에 별로 꺼리낄 게 없다. 내가 정동영의 복귀를 환영하는데에 네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는 정동영에 대한 기대가 있다. 여권에선 박근혜가 차기로 든든히 버티고 있는데 야권에선 차기를 겨룰 인물이 아무도 보이지 않고있다. 야권이 여론상 유리하면서도 힘을 받지 않는 이유가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론을 모아봤자 그 여론의 기대를 업고 달릴 사람이 없으니 반한나라당 여론은 금방 흩어지고 잊어지는 것이다. 지금 야당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구심점이다. 그리고 그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미안하지만 현재로선 정동영이다.

정동영이 정치의 무대로 다시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치흥행이 시작된다. 지지자들은 정동영과 박근혜 또는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선거전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적어도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정동영이 이번엔 어떤 모습과 전략으로 맞설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관심은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이 황당한 정치현실이 정동영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극복되어 정동영과 이명박 또는 정동영과 박근혜의 대결이 되는 것이다.

정치가 흥행되고 대결 양상이 시작되면 유리한 쪽은 십중팔구 야당이다. 지루하고 답답한 여여대결에서 진짜 볼만한 여야 대결이 벌어지게 되면 유권자들은 보다 흥미로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좀 더 긴장감 있는 대결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아무래도 대결에서 밀리게 되는 정동영과 야당 쪽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이다.

정동영은 옛날의 정동영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정동영이 가장 많이 들었던 비판은 컨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정권 1년 지나서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비판이지만 그때는 그런 평가가 정동영을 힘들게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동영은 컨텐츠가 없는 후보가 아니다. 그는 한번의 대선을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컨텐츠를 장착했다. 이거야 말로 한국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컨텐츠다. 



둘째, 정동영이 지역적 지지가 있는 곳에 출마한다는 게 더 이상 결함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 정권 하에선 왠만한 결함도 우스운 게 되버렸다. 정부가 거짓말 하는 건 부지기수고 거짓말을 추궁하면 기억이 안난다며 발뺌을 하는 세상이다. 이런 정권을 상대함에 있어 정동영이 도덕적 부담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정권 덕분에 정동영은 한국정치발전을 후퇴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다. 이미 후퇴한 한국정치를 구하기 위해 정동영 자신도 뒤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면 얼마나 그럴싸한가. 거짓과 술수와 기만이 난무하는 이 정치판에서 고고한 척 하는 것보다는 덜 기만적인 정치세력이 더 나쁜 세력을 교체하는 게 낫다.

셋째, 이게 가장 큰 원인이다. 민주당 꼬라지를 보니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거다. 이명박정권이 이 정도로 개판쳤으면 지금쯤 야당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더 위축되었다. 오히려 이명박정권이 날뛸수록 더 쪼그라들고 있다. 왜 그런가? 민주당에 정치인다운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겁먹고 물러나고 눈치보는 관료정치인만 활개치는 게 바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여당에 맞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큰 기개를 가진 인물이 없다. 대차게 맞서는 놈은 없다. 미래를 위한 약간의 투자조차 꺼리는 쫌생이들만 당에 득시글거린다. 이런 종자들 믿고 언제까지 갈텐가. 4년 다 보내고 나중에 또 인물이 없네 하는 그 꼴 보자고? 1년이면 볼 거 다봤다. 안될 놈들은 기대를 접어야 한다. 그 안에서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

물론 정동영이 기대만큼 당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나중에 결과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지금으로선 매가리 없는 민주당에 계속 가능성을 주입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만들어 국민들이 지켜보게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최대한 시끄럽게 해야 민주당도 정신차리고 국민도 쪼금이라도 지켜본다.

정동영을 환영하는 넷째 이유는 그 때문에 민주당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동영 복귀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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