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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간 딸이 칠판 글씨가 잘안보인다고 합니다. 시력을 재어보니 0.3 이 나왔습니다. 아이구 이 어린 나이에 벌써 안경을... 테레비를 자꾸 앞에 붙어봐서 눈 나빠진다며 뒤에서 보라고 했는데 그게 사실은 잘 안보여 앞으로 갔던 거였습니다. 한 달 전인가 돌잔치에서 본 딸 또래 친구의 아이가 안경을 쓰고 있길래 걱정스레 벌써 안경을 쓰냐고 물었는데 그게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내가 그 걱정을 들어야 할 판입니다.




아내도 눈이 좋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꽤 오랫동안 실눈을 뜨고 칠판을 보다 초등 5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고 합니다. 렌즈를 끼고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아내의 안경렌즈 두께는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눈이 많이 나빠진 게 초기 시력이 약해졌을 때 안경으로 보호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아내는 칠판이 잘 안보인다는 딸의 소리에 당장 안경을 맞추자며 달려갔습니다. 늦게 안경을 맞춰 자기처럼 시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눈이 좋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칠판이 잘 안보여 지금까지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아내만큼 나쁘진 않지만 제 안경도 렌즈 두께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눈이 안좋으니 딸 아이의 눈이 안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딸이 처음 글씨가 잘 안보인다고 할 때 아내와 나는 '그럴리가' 보다는 '올게 왔구나' 했습니다.

처가에서 안경을 쓰는 사람은 4형제 중 아내와 처남인데 그 중에 아내의 눈이 가장 나쁩니다. 우리집에선 부모와 3형제 중 저만 안경을 씁니다. 그런데 아내와 저 둘다 가족 중에서는 공부를 제일 잘합니다. 그러니 아내와 저의 안경은 유전보다는 노력(?)이 더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공부를 잘했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눈 나쁜 게 그리 독한 유전은 아니라는 거죠.

* 초록색은 개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되니 우리 가족 4명 중 3명이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안경을 안쓰는 건 둘째 하나입니다. 걱정입니다. 둘째는 괜찮을까요? 엄마와 아빠의 유전에다 컴퓨터까지 많이 쓰는 세상이니 눈이 나빠지는 건 피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안경을 쓰게되더라도 제발 초등학교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
 



딸의 사진을 찍어 어머니께 보내드렸습니다. 안경을 쓴 게 보통일은 아닙니다. 점만 찍어도 못알아보는데 안경은 그에 비하면 대변신입니다. 할머니가 혹시나 안경 쓴 손녀 못알아 보면 안되죠.
할머니는 안경 쓴 손녀의 모습을 보고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애를 벌써 안경을 씌워서 어쩌냐"며 안경을 쓰더라도 공부할 때만 쓰고 평소에는 되도록 안쓰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십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시력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어머니도 초등학교 때부터 눈이 안좋았는데 안경을 쓰지않고 지금까지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력은 그때 이후로 나빠지지 않고 계속 유지한다고 합니다. 현재 어머니의 시력은 대략 0.3 정도입니다.   

딸에게 반에 안경을 쓴 아이가 몇 명있냐고 물었습니다. 남자 2명이 더 있다고 합니다. 딸의 반은 총 31명인데 그 중 3명이 안경을 쓰면 10%의 학생이 안경을 쓰는 셈입니다. 그런데 안경 쓴 남자 애 둘은 매일 만나면 게임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 딸은 게임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벌써...

딸은 안경을 맞춘 이후로 안경을 항상 쓰고 다닙니다. 처음 맞춘 안경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이 예전 보다 시원해서 일 것입니다. 안경을 써서 좋냐고 하니까 좋다고 합니다. 수업시간 말고는 안경을 안써도 되지않냐고 물으니 안경을 쓰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써서 어떡하죠? 나중에 아내처럼 두꺼운 렌즈를 끼면 어떡하죠? 중학교 될 때 쯤 아이의 안경 두께가 아내만큼 된다면 ... 어우!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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