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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플러스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역할은 결코 눈요기 감이 아니다. 입담좋은 남자들 사이에 던져진 상플의 여성아나운서는 미모의 여성이라는 성적긴장과 자유분방한 엔터테이너와 엄숙한 아나운서의 충돌이라는 재미를 불어넣는 활약을 했다. 선생님 역할을 하는 아나운서를 놀려먹거나 그를 중심으로 출연자 간의 밀고 당김이 벌어지면서 웃음이 창조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상플의 아나운서는 존재감을 굳혔고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플은 아나운서가 중심이 아니라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가 되버렸다. 지난 1월 8일 방송분에서 최송현 아나운서의 모습은 안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는 프로그램 내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화들짝 놀란 모습만 카메라에 몇번 비쳤다. "세대공감 올드앤뉴" 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를 거쳐 '놀이의 탄생'으로 바뀌면서 상상플러스에서 아나운서 역할이 완전히 무력화 된 듯 보였다. 상플에서 아나운서는 토크에 참여할 수도 없는 자리다. 그간 굳어진 역할 이미지가 그렇다. 그런데 새로운 코너는 그런 아나운서에게 약속된 발언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아나운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놀이의 탄생에서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끼는 건 아나운서만이 아니다.

요즘 오락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예측할 수 없는 난행과 오바로 웃음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프로그램과 달리 올드앤뉴는 시청자에게 자연스런 웃음을 선사했다. 올드앤뉴의 단어를 맞추는 단계를 따라가다보면 오바하지 않아도 웃음의 소재들이 쏟아져 나왔고 출연자들은 그 소재들을 활용해서 시청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데 새로 바뀐 놀이의 탄생은 다른 오락프로와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상플에서만 느낄 수 잇었던 웃음은 사라지고 다른 프로처럼 오바와 난행이 난무하고 있다.

이건 제작진의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입심만으로 웃음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래서 기존의 언어에만 의존하는 정적인 방식을 버리고 놀이라는 동적 활동을 통해 출연자나 게스트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더 많이 담아내려 한 것같다. 이런 제작진의 의도를 출연자와 게스트가 모를리 없다. 문제는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한 그들이 더 우스꽝스런 동작을 연출하려 애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 기존 오락프로와 다를 바 없는 난행과 오바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8일 방영분에서 개콘 개그맨들이 출연했던 것도 난행과 오바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방송분은 성공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날 시청자들은 상상플러스가 아니라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을 보는 것같았다.

게스트의 재미도 이전과 다르다. 게스트가 멍하니 있다가 가는 다른 프로와 달리 상플은 게스트의 입심을 한껀 활용했다. 담날이면 상플 게스트가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중년충 게스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옛말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웃음이었다. 오히려 중년층일 수록 그런 추측에 더 적절한 웃음을 보탤 수 있었다. 그들의 실감나는 사연이 실리면 옛말은 살아나고 웃음은 터져나왔다. 이러다 보니 게스트의 선정에서 제한이 없었다.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여성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이 또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놀이의 탄생은 이전과 같은 다양한 연령대 게스트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코너의 포맷자체가 초대손님이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조를 받아야 하는 중장년층 게스트를 제작진이나 고정 출연자들이 꺼릴 것이 뻔하다. 차분한 스타일의 게스트도 프로그램의 동적인 성격상 어려울 것이다. 정말 뛰어난 게스트가 아니라면 활약을 하기 힘든 코너가 되버린 것이다. 따라서 게스트의 역할도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스트 섭외의 폭이 좁아지므로 당연히 상플 웃음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현정이라는 스타의 영향력이 컸던 올드앤뉴를 상플이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말한다. 얼음공주라 불리는 노현정만의 여성적 매력을 뒤이은 아나운서들이 받치기엔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현정이 이 포맷의 여성캐릭터를 이미 다 소비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여성 아나운서들은 노현정 캐릭터에 맞춘 포맷에 들어와서 불리한 입장이었다. 게다가 제작진은 이런 불리한 아나운서에게 텔미댄스를 추게하고 개그맨과 함께 키컸으면 이라는 자학적 개그까지 시켰다. 이렇게 제작진에 의해 아나운서의 엄숙함은 무너졌고 그로 인해 성적긴장까지 잃어버렸다. 이런 아나운서들에게 여성적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할 수 없다. 혹시 이제는 쓸모 없어진 아나운서를 폐기처분하기 직전에 몇번 더 볼거리 선사하려고 그랬던 걸까. 그랬다면 제작진은 악랄하다 할 수 있다.

올드앤뉴의 포맷을 이대로 계속 끌고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코너자체가 이미 식상해졌고 문제로 올릴 단어에도 한계가 왔을 것이다. 사실 그간 뻔한 단어를 두고 멤버들이 모른척한다는 느낌을 받은 시청자가 많았다. 단어가 어려우면 시청자 호응이 낮고 단어가 쉬우면 긴장이 떨어지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코너의 여러가지 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포맷은 바꾸더라도 상플만의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가 가능한 정적인 웃음과 공익적 요소는 지킬 수 있도록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간단한 실험을 끝으로 실패를 선언하고 유행하는 오락프로와 다를바 없는 포맷으로 가버린 것은 상플이 그간 지켜왔고 넓혀왔던 공익적 부분들을 스스로 내팽개 쳤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연예프로그램에서 상플은 차별적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의 상플은 차별성을 상실했다. 빨리 상플이 이전의 사랑받던 그 차별성을 다시 되찾길 바란다. 시청율을만 좆다 보면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차별성을 잘 구축하면 방송역사에 크게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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