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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파업을 지지합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고 합니다.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이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거기에 갖다 붙입니다. 그러나 그 법안이 통과되면 정권이 언론에 보다 강력한 통제수단을 가지게 된다는 게 중론입니다. 20년전 5공군사정권의 강력한 언론통제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미디어법에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이 책으로 두어개의 포스팅을 궁리 중입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근 일어난 이메일여론조작을 보고나서입니다. 이메일여론조작사건이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두고 21세기판 '보도지침'이라는 말들을 했습니다. 

다음위키백과사전 보도지침

책은 보도지침을 폭로한 언론인 3명의 재판기록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시대였는데도 독재자의 법정에 불려간 3명의 언론인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재판에 임했습니다. 양심수에 대한 폭행과 금지조치로 옥중단신투쟁까지 벌였음에도 재판장에 나와서는 판사를 훈계하고 검사를 조롱하며 독재자의 법정을 관리하던 자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 나선 이들에 비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쉬워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재밌는 재판과정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맛뵈기로 과거 운동권의 주장 정도로만 생각하다 이번에 책을 보고 제가 알게 된 사실 하나를 얘기해드립니다.  

80년대와 90년대 운동권에서 한국에 수백개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 핵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한반도가 핵전쟁터가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들의 말이 개연성이 있긴 하지만 과장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운동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핵무기배치는 제가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당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보도지침을 보도한 86년 말지 9월호에 한국에 핵적재 전투기를 각국에 배치했는데 한국만 기사를 뺐다는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한국에 핵무기가 배치된 사실을 다른 나라에선 다 알고있었는데 우리만 몰랐던 것입니다.





재판과정에선 한국 내 배치된 핵무기에 대해 보다 풍부한 증언들이 나옵니다. 검찰이 이 "핵적재 전투기 각국 배치" 문구를 외교기밀누설죄로 기소하면서 500개가 넘는 보도지침들 중에 이 부분이 심문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데 그래서 이 문구는 한국 내 배치된 다른 핵무기들에 대한 얘기도 이끌어냅니다. 변호인반대신문에서 이상수 변호사의 "한반도 핵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김태홍민언협대표가 답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78년 미국하원위원 보고서는 한반도를 자유사격장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여기서 사격장은 칼빈이 아니라 '핵'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82년 미육군의 에드워드참모총장은 한반도 이외의 지역 분쟁에서 한반도에 비치된 핵을 꺼내쓰겠다고 해서 한반도가 미군의 핵무기저장소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아리조나주립대의 세미나에서는 한반도에 500에서 700개의 핵무기가 있다는 것과 세계 모든 지역에서 철수된 핵지뢰가 한반도의 DMZ에 남아있다는 것도 전합니다. 

핵무기만이 아닙니다. 1978년 세계가 경악했던 드리마일 핵누출사고를 일으켜 도산위기에 처한 웨스팅하우스사는 한국과 한 기에 20억 달러 가까운 원자력발전소 계약을 여러개 따내면서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은 웨스팅하우스사와 계약하여 발전소를 건설하는 중이었는데 사고가 터지자 즉시 건설을 중지시켰습니다. 그런 회사를 한국의 군사정권이 살려준 겁니다. 

대학교 때 운동권이 주장한 한국 내 배치된 핵무기 주장에 대해 사실이라도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 역할이 있지 않냐는 생각도 할 정도로 한반도 내 배치된 핵무기에 대해 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임을 확인할 수 없으니 공론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기 없어 그 심각함을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핵무기 몇기에도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도 모두가 알고 있고 공론화 되기 때문입니다. 20년전 미국이 이 땅을 핵무기저장창고로 쓰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았다면 우리가 그렇게 태연하진 못했을 겁니다. 이처럼 언론통제는 우리의 귀와 눈을 막고 그로 인해 우리는 실제적 위험에 무감각해집니다. 

보도지침을 폭로한 한국일보의 김주언기자는 보도지침재판에서 핵무기배치에 대한 언론통제의 위험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고영구 : <보도지침>에는 평균 하루 두 건씩 모두 5백26개 항의 지침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정권이  민족통일과 민주화, 민중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김주언 : 가장 큰 문제는 통일에 대한 권력의 태도다. 그 진전이나 논의가 국민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보도 통제로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민족과 국민의 열망과는 달리 비밀로 취급, 권력이 주무르고 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남한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만약 핵전쟁이 일어나 우리 민족이 전멸할지라도 보도통제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국민들은 핵에 대해 모르게 하고 여론화되는 것을 극렬 막고 있는데, 핵 때문에 쉽게 외세에 종속되고 굴복하는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자본과 권력의 통제가능성이 커진 새 미디어법은 우리를 또 그때처럼 위기로 몰아넣는 건 아닐까요? 두려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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