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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출근한 딸이 집에 귀가하지 않았습니다. 딸은 다음날 회사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딸을 죽인 범인이 자수를 했습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어머니는 싸늘하게 식은 딸의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딸의 직장상사였습니다.어머니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은 것은 딸의 죽음만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어머니는 더 찢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자수한 이튿날 피의자의 진술에 근거해 딸과 살해자가 내연관계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내용을 일부 언론은 그대로 기사화합니다. 딸이 부인이 있는 유부남과 만남을 가졌다는 얘기에 처음 어머니는 딸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딸에게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어머니는 범인의 살해 동기나 이후 행동에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범인이 딸이 자는 것을 보고 격분했는지, 왜 경찰은 그런 납득돼지 않는 진술을 그냥 받아적었는지 이해가 돼지 않았습니다. 죽은 것도 억울하데 말을 할 수 없는 죽은자가 산자에 의해 그 명예까지 난도질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속에서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딸을 보면서 어머니는 한때 딸을 원망한 자신이 너무나 미워 미칠것 같았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딸의 명예를 찾기 위해 법정투쟁을 선언합니다. 법이라고는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가 혼자서 법무사, 변호사사무실, 시민단체, 정치인 집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딸의 명예 하나를 위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블로깅 왠만큼 하신 분이라면 이 이야기의 어머니가 누군지 눈치 채셨을 겁니다. 블로그에 딸의 사연 댓글을 적고 다니는 물망초님 이야기입니다. 물망초님이 현재까지 벌인 재판은 10여개 가까이 됩니다. 한 언론사를 상대로한 명예훼손과 관련자의 위증재판은 물망초님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회사를 상대로한 재판과 명예훼손 재판 2건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행정법원에 제기해 놓은 것이 한 건 있고 그간 판결난 재판을 헌법소원 신청한 것이 또 3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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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서비스 시장은 소비자가 법이란 상품에 너무 무지한 탓에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물망초님은 게다가 약자인 여자입니다. 한국법률시장에서 물망초님이 법률서비스 소비자로서 제대로 대접받았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습니다. 딸의 명예를 찾기위한 그의 투쟁이 상대와 맞서보기도 전에 법률서비스시장의 어려움으로 암초에 부딪히는 일은 없었까요. 전화를 통해 들은 물망초님 얘기들을 몇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너무 돈이 많이 든다.

먼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선임비가 듭니다. 물망초님은 선임비로 대략 많게는 천만원 정도에서 적게는 300만원 정도였습다고 합니다. 그간 변호사 4명이 바뀌었는데 그들 각자 선임비가 있었고 또 재판마다 따로 선임비가 들었습니다. 재판 중에 바뀐 변호사의 선임비는 돌려받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변호사가 바뀌면서 선임비가 중복지불되는 경우를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재판에서 이기면 성공보수금을 또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끔 변호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서는 10만원 정도의 서류 복사비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그건 지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소송을 진행할 때마다 인지대와 송달료가 들어가는데 이 비용이 한 건당 수백만원이 넘기도합니다. 이런 인지대와 송달료가 지급된 사건들이 십여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물망초님 말로는 현재까지 5천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릅니다. 일부 승소금을 받기로 한 재판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한다 해도 모든 재판이 끝났을 때 재산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딸이 살해당한 피해자의 가족으로선 이중고통입니다. 딸의 죽음에다 그 죽음을 제대로 밝혀보자는 소송으로 또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성실하지 못한 변호

물망초님이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망초님은 변호사들이 재판 서류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는  것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딸의 죽음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데 딸의 임금이 호프만 방식이 아닌 일당 노동자로 계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범인과 딸이 내연관계라며 상대측에서 딸이 범인에게 보낸 편지라며 내놓은 메모를 사문서위조를 밝혀낸 것도 그 많은 문서를 밤새 읽고 검토한 물망초님이었다고 합니다. 물망초님은 자신이 찾아내고 지적한 정도는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기본적 검토가 되어야할 부분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따지니까 주더라

물망초님이 선임한 변호사는 총 4명입니니다. 사건이 마무리 돼고 바뀐 게 아니라 변호인과 물망초님간 생각 차이로 인한 변호사 교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가 바뀔 때 마다 선임비를 두고 양측간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변호사측은 선임비 돌려주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준다고 해도 약속을 정확히 지키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무실은 밤새워 시위하다시피 해서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돌려주는 금액도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양자간의 입씨름 끝에 일부 돌려주는 식이었습니다. 법을 다루는 곳이라 어떤 원칙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원칙이 없었습니다. 따지면 주고 안따지면 넘어가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어떤 원칙이 없는 사람들이 법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뭔가 불안해 보입니다. 그들의 이러한 태도는 법을 다루는 데에도 그대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법이 따지면 챙겨주고 안따지면 덮어 씌우는 그런 것이라면 끔찍하지 않을까요.  

과연 변호사는 내편일까

물망초님이 느끼는 불안 중에 하나가 변호사가 자기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법률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모두 사법연수원을 통해 선후배와 동기의식으로 끈끈한 연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변호사 간에 서로 잘아는 친구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있어선 안돼겠지만 재판이 서로 잘 아는 그들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분만에 반말이 오가고 깊은 사이가 되어버리는 한국에서 의뢰인의 이런 불안이 막연한 것은 아닙니다. 물망초님은 그간 자신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불성실함을 떠올리면서 이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사실 법률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 할 수 있습니다. 판사와 변호사 검사 모두 사법연수원을 통해 엮어져 있습니다. 필요시 법률서비스를 받게되는 일반인으로서는 이런 시장을 보면서 당연히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만 빼고 다 알고 있다는 건 분명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입니다.

***

올해부터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실시된다고 합니다. 적극 찬성입니다. 죄의 유무를 가리는 것은 전문적인 부분이 아니라 상식적인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일반국민들도 올바른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보다 일반국민의 교육수준이 떨어지는 미국도 배심원 제도를 아무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민 자질이 미국보다 떨어지지 않습니다. 국민이 판사들의 도움으로 판결할 수 있다면 변호사의 도움으로 변호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법률시장에서 일반인이 느끼는 소외감은 어느정도 합리적인 점이 분명 있습니다. 그들에게 괜한 걱정 한다고 타박할 게 아니라 법률을 서비스 하는 사람들이 그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덜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첫경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저소득층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법률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받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미국은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법률서비스가 누구나 다 받아야 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돈 없다고 죽어서 안돼지만 돈 없다고 죄가 되어서도 안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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