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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정신없이 읽은 책입니다. 얼마나 재밌었냐면 집에 도착하고도 단락이 끝나는 데까지 읽으려고 문앞에 서서 몇 분을 더 봤을 정도입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선거혁명을 수행하는 과정은 많은 사회적·경제적 영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천연자원을 둘러싼 특권적인 지대(地代, rent)가 발생하고 이 특권적 이윤을 획득한 집단이 사회 전체를 장악한다는 것이다."(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


특히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오히려 더 가난한 수수께끼같은 현실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답으로 내놓은 책 210페이지의 이 문구에선 어떤 중요한 영감이 떠오를듯 말듯 하며 뇌를 간지럼 태웠습니다. 책을 덮고 잠시 사색하며 이 놈을 살살 끄집어내봤습니다. 천연자원 대신 노동력을 대입하면 한국의 현실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을 바꾸면 한국의 현실에 대한 분석이 된다는 겁니다.


"노동력이 이익의 원천인 한국에서는 노동력을 둘러싼 특권적인 지대(地代, rent)가 발생하고 이 특권적 이윤을 획득한 집단이 사회 전체를 장악하게 된다."(차베스 미국과 맞짱 뜨다를 보고 떠오른 생각)


석유 등의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선 경쟁이 자원에 집중됩니다. 그런데 자원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자원을 늘어나게 하거나 자원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생산의 증가는 없고 비용만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자원경쟁에서 승리한 쪽은 자원의 특권적 지대를 계속 지키기 위해 사회전체를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한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차베스의 경제혁명이란 바로 이걸 뒤엎는 것이었습니다. 소수가 장악한 석유를 몰수해서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을 모든 국민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부를 분배하고 가치없는 자원경쟁을 없앤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원에 적용되는 이 원리가 한국의 노동력에는 어떻게 적용될까요?

한국에는 군사문화와 유교적 가치관을 따르는 조직적이고 순종적인 양질의 노동력이 있습니다. 천연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 사회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노동력입니다. 자본으로서는 이 노동력을 유리한 조건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쉬운 이익의 방법입니다. 80년대 까지는 국가가 자본에게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했기 때문에 자본이 크게 애쓸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중의 감시를 받게된 국가는 자본에게 더 이상 저렴한 노동력 공급을 약속하지 못합니다. 이제 자본이 유리한 조건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됩니다. 특히 90년대 후반부부터 투자이익이 점점 줄어들면서 노동력에서 이익을 확보하려는 유혹은 더 커지게 됩니다. 자본은 정치인로비로 법과 제도를 바꾸고, 미디어를 통해 노동운동을 비난하면서 유리한 조건의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은 비정규직으로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고, 갑을의 관계로 하청업체 노동력까지 착취합니다. 이에 대항할 노조는 언론을 통한 자본의 반노조선전으로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합니다.

질 좋은 노동력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유리한 조건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놓고 벌이는 경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경쟁은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저항과 갈등의 비용만 발생시킵니다. 미국에서 과거 노예의 상품가치를 따질 때 하루에 몇시간을 부려먹으면 노예를 죽이지 않고 몇년을 쓸 수 있냐를 계산해서 노예에게 일을 시키는 것처럼 노동력은 한정된 상품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유리한 조건의 노동력으로 이익을 누린 세력들은 그 이익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정치·법·문화·언론 모든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해 그들을 향한 비판을 막고 현재의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필사적으로 저지합니다. <차베스 미국과 맞장 뜨다>를 읽어보면 석유를 차지한 자들 저항이 얼마나 악랄하고 격렬한지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국가의 노동력은 일부 자본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이익은 모든 국민에게 적절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노동력자원의 통제권을 자본의 손에 넘겨준 악법과 제도는 철폐되어야 할 것입니다. 

석유가 그들의 것이 아니듯 자본이 창고에 쌓아놓은 그 엄청난 돈은 그들의 것이 아닙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들이 법과 환경을 조작하여 석유를 차지했듯 한국의 자본도 법과 환경을 조작하여 노동력의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했고 그렇게해서 그들의 금고로 돈이 쌓은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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