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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재수를 준비해야 했죠. 친구들 몇명과 앞으로 다닐 학원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데 한 친구가  믿거나말거나 한 아주 신기한 학원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학원은 재수생들을 24시간 기숙시키고 주말에만 잠깐 집에 다녀오게 한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식 수업인데 우리가 겪어온 고등학교보다 학습강도가 훨씬 심했습니다. 새벽 12시 넘어 취침하고 기상은 아침 6시입니다. 때로는 이 학원의 엄격한 규정을 어긴 학생에게 지도선생이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열이 과열되다보니 세상에 별 희안한데도 생긴다고 우리끼리 웃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강제자율학습에 몸서리를 쳤던 우리였습니다. 누가 자기 돈 내고 그런 끔찍한 지옥을 다시 가겠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2년전 우리가 그런데가 어딨냐며 반신반의하던 그 학원들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아주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얼마전 알게되었습니다.




1월 말 경에 조선일보 부록으로 발행된 16면 정도의 기숙학원특집섹션입니다.






기숙학원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학생들을 잘 감시하는가를 광고합니다. 실시간으로 자녀모습을 관찰하고 이성교제도 차단합니다. 1년에 휴가는 10일만 주겠다고 약속하고 24시간 관리를 아예 로고로 만든 곳도 있습니다.

 


월수강료는 100만원에 육박하는데 계산해보면 대학등록금을 능가합니다. 어떤 곳은 200만원에 육박합니다

예전에는 참 기괴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리 옆에 당연한 듯 자리잡아버리니 이걸 기괴하다 느끼는 저같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기괴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이렇게 우리 안에 자리잡는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래의 이 기사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신문사 기사 내용을 따라 벽지에서 참 공부잘하는구나라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희안한 기사입니다. 입시명문고등학교 들어가기 위해 중학교에서 피터지게 공부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전설로 들었습니다. 소위 명문고라는 데에 들어간 것이 지금 서울대 입학하는 것처럼 뉴스가 되던 때는 내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도 수십년 전 얘기였습니다. 그런 얘길 듣고 옛날엔 참 끔찍했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전설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오늘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다시 소위 명문고에 입학한 것도 뉴스가 되는 세상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학원없는 곳에서 이룬 성과라고 강조하지만 나중엔 학원 여부와 관계 없이 명문고 입학만으로도 뉴스가 될 것입니다.

이제 또 어떤 끔찍한 전설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까요? 명문중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생이 혼자서 서울로 유학갔다는 그 악몽같은 전설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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