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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둘째의 재롱잔치였습니다. 무정한 아빠란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재롱잔치에 가고 싶지않았습니다. 첫째와 둘째 해서 이번이 4번째 재롱잔치입니다. 아이들은 귀엽지만 거의 비슷한 레퍼토리의 재롱을 두 시간 정도 앉아 보는 것은 사실 곤욕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무슨 재롱잔치가 그렇게 자주 열리냐고 투덜대며 차를 몰아 빙상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순순히 앉아 관람하진 않았습니다. 공연순서를 보니 둘째는 7번째였습니다. 잔대가리를 굴렸습니다. 잠시 커피 한잔 마시겠다며 공연장을 나와 둘째 공연 전까지 빙상센터를 여기저기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공연장 바로 아래 1층에 생각지 못한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어랍쇼! 빙상장에 왠 유물전시관? 그리고 구포왜성은 또 무슨 관계?




일단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전시된 유물 위에 붙여진 글을 보니 대략적인 그 사연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빙상장을 공사하면서 나온 유물들을 전시한 것입니다.





여기서 돈도 나오고 큰 자기도 나왔습니다.




전시관 내에 설치된 패널에 적힌 설명을 보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구포왜성은 본성과 지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중 고속도로 남쪽 지역에 위치하는 지성 구간은 그 동안 지표상에서 뚜렷한 유구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관계로 별 다른 보존대책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2002년 부산광역시에서는 이곳에 실내빙상경기장을 건립키로 계획하면서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조사를 의뢰하여 2002년 2월26일에서 동년 8월24일, 2004년 4월16일에서 동년 6월30일까지 2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구포왜성 지성부에서는 삼한시대로부터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에 이르는 각종 고분들을 비롯하여 주거지 등 다양한 시기의 유구와 유물들이 확인되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구포왜성은 이 들 유적을 파괴하고 조성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왜성과 관련한 유구는 구릉 정상부를 중심으로 당시의 건물지나 유구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등 2차례의 축조 흔적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2차에 걸쳐 발생한 전란 중에 폐기와 재수축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구포왜성 유물전시관 패널에 적힌 설명)


빙상장이 있던 이곳은 구포왜성의 지성이었는데 2002년 공사하면서 많은 유물이 나온 것입니다.




원래는 빙상장에 위치한 구포왜성 '지성'의 모양은 이랬다고 합니다. 아래 낙동강으로 길이 연결되어있고 거기에 배도 닿았습니다.

  


빙상장에 올 때 저기가 왜 저렇게 돋아있나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왜성의 정상부였던 것입니다. 전시관을 둘러 본 후 빙상장 근처를 다시보니 이곳에 위치했던 구포왜성의 실제 모양을 감잡을 수 있었습니다.  




빙상장에서 보니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앞에 하얗게 깔린 것은 낙동강 퇴적지의 비닐하우스입니다. 구포왜성이 여기에 만들어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보니 흘러내려오는 낙동강이 잘 보입니다. 구포왜성은 본성과 지성이 있습니다. 빙상장은 구포왜성 지성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언덕이 바로 구포왜성 본성이 위치한 곳입니다. 남해고속도로가 구포왜성 본성과 지성을 잘라버린 것입니다.

이 공간을 다음 스카이뷰로 보면 이렇습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구포왜성 본성이 궁금해졌습니다. 며칠 뒤 지성 북쪽에 위치한 본성을 찾아봤습니다.




다음 스카이뷰에서 보이는 35번 녹색도로를 타고 200미터 정도를 가니 구포왜성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화살표 방향으로 100미터 올라가면 구포왜성이 있습니다.




언덕 정상부에 있는 구포왜성의 모습입니다. 성이 제법 잘 보존되어있습니다.


임진왜란 해전사 본문 책


확실히 우리나라 성의 모습과 다릅니다. 성에 경사가 졌는데 이게 일본성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성의 모서리가 아주 날카롭게 각이 져있는 게 일본풍이라는 느낌이 확 납니다. 자연에서 나온 돌로 저렇게 각 만들기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왜성의 정상부입니다. 임진왜란해전사의 설명에 의하면 왜성은 산정상 돌출부에 작은 규모로 쌓아올렸다고 나오는데 구포왜성 정상부의 크기가 운동장 반이 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왜성 정상부에서 바라본 낙동강입니다. 낙동강이 빙상장보다 더 잘보입니다.




구포왜성에 설치된 패널의 설명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은 경상도 일대에 왜성을 만들었습니다. 서생포(양산), 임랑포(양산), 기장, 부산포, 구포, 가덕도, 장문포, 안골포, 웅천 등 18곳과 정유재란 때 울산, 양산, 마산, 사천 등과 함께 전라도 순천에 추가로 쌓았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해전사를 보면 구포왜성이 조선에 설치된 왜성 중 가장 잘 만든 성이라고 합니다.




구포왜성 밑에서 보니 지성이 위치한 빙상장이 아주 가깝게 보입니다. 남해고속도로가 자르기 전에는 언덕이 저쪽까지 연결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동네 문화재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발로 꼬리를 물면서 찾아다니니 꼭 문화재를 내가 발굴한 느낌입니다. 400년전 이 곳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숨결이 생생히 다가옵니다. 내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빙상장처럼 쉽게 다가가는 공간에 지역 문화재를 소개하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동사무소 등에 이렇게 지역의 문화재를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둘째 재롱잔치는 잘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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