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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토요일 오후 부산에서도 촛불이 불을 밝혔습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면 쥬디스 앞을 따스한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날은 서울에서 온 미디어행동 소속 언론인도 합류하면서 보다 풍성한 집회가 되었습니다. 점잖게 차려입은 어른들이 집회장 여기저기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고 또 다가가 설명하면서 촛불은 당당함에다 올곧은 권위까지 실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집회에 한 시민이 눈에 띄었습니다. 차도를 지나가는 차를 향해 집회 내내 피켓을 들고 서 계셨습니다. 그에게 사람들의 눈길이 쏟아졌고 카메라 프레쉬가 터졌습니다. 




카메라를 보면 그는 자신의 주장이 담긴 피켓을 더 높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보다 많이 효과적으로 드러내는데에만 집중했습니다.




당당한 시민이었습니다. 시민? 이 분에게 시민이란 호칭을 붙이고 나니 '시민'의 의미가 아주 크고 무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뭘까? 여기 당당하게 피켓을 들고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능한 행동을 하는 그가 시민이라면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는 뭘까?

로마의 시민은 두 가지 의무가 있었습니다. 로마를 지키기위한 전쟁에 참여해야 할 의무와 세금을 내야할 의무 두 가지입니다. 로마의 구성원 중엔 세금은 내지만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로마의 구성원으로서 큰 차별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할 권리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노예와 같은 차별을 절대 받지 않았지만 정치적 권리가 없는 구성원으로서 시민도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는 전쟁에 참여하는 시민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였습니다.

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구성원입니다. 나는 세금을 냅니다. 나는 그러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무너지는 민주와 공화를 그저 넋을 잃고 바라만 보는 사람입니다. 나는 세금은 내지만 민주·공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힘차게 나선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분명 민주공화국에서 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그보다 낮은 단계의 무엇일 겁니다. 그가 시민이라면 나는 시민 아래의 사람입니다. 나는 시민이 아니라 그저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일뿐입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 여러분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십시오. 당신들은 진정 시민입니까? 진정 시민이었던 적은 있었습니까? '시민이란 단어의 무게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시대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만 사실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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