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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4/13님께서 소개하신 전설의 섬 명박도에 관한 글을 읽고 명박도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당장 '명박도'를 수소문해보았습니다. 

명박도에 대한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명박도는 어디에 있습니까?'로 검색하자 '독재' 고개의 한 노인이 알고 있다는 글이 나왔습니다.

 


지도로 검색해보니 전라도 쪽에 정말 '독재'고개가 있었습니다. 이럴수가 정말로 명박도가 존재하다니? 다음날 망설이지 않고 독재고개로 떠났습니다.

고개 아래를 지나는 터널 밑에 차를 두고 거기서부터 고개를 올라갔습니다. 1시간 쯤 올라가니 숲 속에 집이 하나 보였고 그 집 앞에 머리가 시원한 노인이 한명 보였습니다. 혹시 명박도를 알고 있다는 '독재'고개의 그 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었습니다.  

"어르신 명박도로 가는 길을 아십니까?" 

"명박도? 아 그냥 무대포로 가면 나오겠지?"

"무대포라고요? 그럼 항구를 말하는 건가요?

"항구? 요즘 제일 유명한 항구는 포항이잖아."

그길로 차를 타고 포항으로 떠났습니다. 노인과 헤어지면서 한마디 더 물었습니다.

"산속에 참 좋은 집에 살고 계신데 얼마나 하죠."

"29만원 밖에 안해. 절대 그거 이상 안해."

마침내 포항 쪽 어딘가에서 무대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무대포에 도착했을 땐 명박도로 향하는 조윤선이 막 떠나고 있었습니다. 홍준표를 끊어주는 매표원이 오늘은 명박도로 가는 배가 더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난감해진 나에게 매표원이 말했습니다.

"아쉬우면 저거라도 타고 가시죠. 마침 오늘 '진성호'가 명박도에 들린다고 합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저 배라도 놓칠까 싶어 얼른 뛰었습니다. 배의 선장이 승객들을 향해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명박도로 가시는 분 네이버넨 갑니다. 하지만 다음엔 없어요."

아마 마지막 배니 빨리 타라는 말인 듯 했습니다.

어느 정도 어수선한 배가 정리되고 한숨 돌리자 지도에서도 못 본 섬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면서 호기심들이 막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승객들에게 빨리 타라며 외쳤던 선장에게 다가갔습니다.

"명박도에 사시나 보죠?"

"아뇨 저는 아까 배를 탔던 무대포 인근에 위치한 조중동에 삽니다. 명박도엔 조중동 출신들이 많이 살죠. 땅관이라고 제 친구도 저기 살고 있습니다. 전 조중1동이고 걔는 조중3동 출신이죠."

막연한 질문에 너무나 자세한 설명이었습니다. 이 분이 자신의 출신 동네 조중동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기 파도 보이죠. 여기랑 다르게 아주 으르렁거리죠? 전 저런 파도가 좋습니다. 명박도 사람들은 저걸 '친일파'라고 부릅니다."

"친일파는 명박도의 특산물인 파 이름 아닌가요?"

"맞습니다. 친일파가 맵기가 지랄같은데 저 파도가 그 지랄같음을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 '오해'에서 가장 멋진 파도일 겁니다. 반면에 저길 보십시오"

그가 왼쪽을 가리켰다.

"저기에 고르게 치고 있는 붉은 빛은 띠는 파도 보이시죠. 저렇게 파도가 매가리가 없어서. 저렇게 평탄한 건 딱 질색이예요."
 
옆에 있던 한 중년의 여성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50년도 넘었었지. 김구란 사람이 저 파도를 한번 잡아보겠다고 제방공사 하다가 그냥 파도에 휩쓸려 죽었잖아. 하여튼 사람이 지 주제를 알아야 해요. 양반출신도 아니면서 나서니 사람들이 따라주냐 말이지." 

"강부자씨 이거  당신 꺼 아니예요. 왜 이런 걸 아무데나 흘려요?"

일행인 듯한 한 사람이 중년 여인을 향해 서류 뭉치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어머 내 땅문서. 클 날뻔했다. 아이고 가슴이 다 떨어질라카네. 아이고 내 땅."




출처 : [그림동화]전설의 섬, 명박도를 찾아서..


드디어 명박도에 배가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 출출해졌습니다. 둘러보니 항구 조금 지나서 이동관이 보였습니다. MP4/13님이 말하던 그 기녀들이 즐비하다는 식당입니다.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식당 위에 크게 점심특선 '법치'만원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프래카드를 보고서야 안심하고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자 여자 종업원이 상냥하게 다가왔습니다.

"어서 오시쥐 손님."

말투가 좀 이상했습니다.

"무슨 말이 그래요?"

"아 여기 처음이시쥐? 여기 사투리가 그렇쥐. 우린 말 끝에 쥐를 붙이쥐."

여자의 이름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경숙'이란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뒤에 '쥐'를 붙이면 영어를 잘한다고 누가 그러고나서부터 여긴 계속 말끝마다 쥐쥐거려. 어때 듣기 좋쥐."

듣기 메스꺼웠습니다. 빨리 이 여자 종업원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치 하나 주세요"

법치를 시켜놓고 있는데 뒤쪽에서 한 손님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봐 그 법치가 진짜 법치라고 생각하나?"

"무슨 말씀이죠?"

"자네 여기 처음...? 법치는 명박도의 특산품 중에 특산품이쥐. 하루에 1마리도 잡기 힘든 고긴데 지금은 그냥 아무 식당이나 다 법치래쥐. 법치가 어디 꽁친가?"
 
"그럼 법치도 아닌 걸 법치라한단 말입니까?"

"몇년 전 법치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법치위원회가 생겼쥐. 그 뒤론 위원회에서 법치라고 하면 무조건 법치가 되어버렸쥐. 때론 법치를 법치가 아니라고 평가하는 일도 있쥐. 그렇게 법치가 아닌 걸로 되버린 진짜 법치는 위원회와 통하는 법치업자에게 아주 싸게 사들여져 엄청난 값에 팔리쥐. 만약 위원회가 법치라고 한 걸 아니라고 하면 법치모독죄에 걸려. 그리고 진짜 법치라도 위원회가 가짜 법치라고 하면 허위법치유포죄에 걸려."

점심 한끼 먹는데 너무 심각한 얘길 들은 듯 했습니다. 법치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같이 차려온 밥과 반찬만 먹고 일어났습니다. 밥을 다 먹고 일어나려는데 종업원이 가져다준 물병의 광고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법치엔 어청수" 법치 먹고 어청수를 마시라는 말인 듯 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는데 종업원이 따라나왔습니다.

"어디로 가시죠?"

"저 쪽으로요."

"거긴 신지호(호수)인데 거기로 갈려면 마스크를 사야데요. 마스크 안쓰고 가면 잡혀가요. 그리고 거기 지날 때 조용히 가세요. 근처 식당들이 시위했다고 시비를 걸어 시끄러워 장사 안된다고 소송 걸 수도 있어요."

MP4/13님이 말하던 바로 그 '신지호'였습니다. 점점 불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섬을 내가 얼마나 참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을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니 마을 주민들이 윷놀이를 즐기는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섬에 와서 보는 가장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잠시 서서 윷판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청년이 윷을 올렸는데 떨어진 윷들은 '빽도'를 나타냈습니다. 

갑자기 한 편에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빽도를 던진 팀이었습니다. 좀 이상해서 물어봤습니다.

"왜 빽도인데 좋아해요."

"빽도잖아. 여긴 빽도가 최고야. 뒤로 뒤로."

다시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그 이상한 윷놀이 판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뒤로 30분을 더 걸었는데 앞에 어청수라고 쓰인 표지가 나왔습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어청수의 발원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래를 보니 작은 약수물 나오는데가 보였습니다. 물을 떠마시려는데 그 옆에 다른 표지가 보였습니다. 그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 2명 이상 모여서 물을 마시지 마시오.
2. 2분 이상 물 먹는데 지체하지 마시오.
3. 관리자의 지시에 반드시 따르시오.


난 별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물을 뜨는 순간 갑자기 방송이 들렸습니다.

"지금 물 마시는 분 바가지 내려 놓으세요. 지금 당신은 위법하게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머리 띠를 두르고 물을 마시면 위법입니다."

좀 더워서 수건으로 이마를 둘렀는데 그걸 빼라는 말이었습니다. 기분이 너무 나빠져서 물도 안마시고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안그래도 물색깔이 이상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는데 버스가 왔습니다. 한나라교통이라는 마크가 적혀있었습니다. 어딜가는 걸까 하고 도착지를 보았습니다. '성추행'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명박도의 성추마을에 가는 것입니다. 걷기가 피곤해 일단 타고봤습니다. 재밌을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버스가 섰습니다. 버스 앞에 커다란 장벽이 나타났습니다. 

"여기가 성추입니까?

앞 자리에 있던 분이 답했습니다.

"아뉘지 여긴 청와대쥐. 성추는 뒤쪽이쥐."

"이 벽이 청와대라는 말입니까"

"벽 이름이 어떻게 청와대가 되냐 말이쥐. 당신네 동네엔 벽에 대학이름을 붙이나보쥐. 저 벽 너머에 청와대가 있쥐."

"아니 저 벽을 어떻게 넘어가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래주머니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저길 모래주머니 쌓아서 가요?"

"그럼 어떻게 하쥐? 방법이 없쥐. 몇년 전부터 저렇게 다니기 시작했쥐. 익숙해지면 나쁘지 않쥐."

도대체 여긴 어디지? 뭐 이런 데가 다 있지?


시간이 없어서. 이 다음 얘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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