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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선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976년이다. 서방의 스파이위성이 카스피해에서 물위에 떠서 빠르게 움직이는 괴물체를 발견했는데 그 속도가 자그마치 550km였다. 서방군사전문가에게 충격을 준 이 괴물체는 소련이 군사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던 위그선이었다.




위그선이 물위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지면효과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WIG선이라는 이름도 바로 이 지면효과(WING-IN GROUND)의 약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의 날개가 지면이나 수면 가까이 갈 수록 양력(揚力)이 증가하고 항력(抗力)은 줄어드는 것이 지면효과인데 이 덕분에 새는 적은 에너지로 멀리 날 수 있다.

위그선은 배보다 3배 이상 빠르면서 요금은 항공기의 절반도 안되는 정도라고 한다. 비행기처럼 공항을 건설할 필요 없이 기존의 항만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군작전 활용 가능성도 높다. 속도가 기존 부양함정보다 3배나 빨라 신속한 지원 등 신개념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저공비행이 가능해 군작전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서방선진국들은 이러한 이점에 주목해서 위그선 개발에 나섰는데 아직은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는 실정이다. 소련은 6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해 500톤급까지 3.5m 파고에서도 운항가능한 위그선을 시운전했으나 경제성 미흡으로 상용화는 실패했다. 독일도 파랑 중 이착수 성능이 저조하고 경제성도 미흡한 걸로 드러났다고 한다. 미국은 2002년부터 해외주둔 미군수송용 초대형수송기 펠리칸 프로젝트를 보잉사에서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99년까지 러시아 설계기술 도입으로 개발을 시도했으나 운항성능이 저조하고 경제성이 미비하는 등의 러시아 위그선의 한계점을 확인하고 2000년부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2001년 4인승 위그선 개발 및 실해역 시운전에 성공하였고 2007년 8월에는 20인승 위그선의 1/2크기 시제선을 공개하였다.('날아다니는 배' 위그 시험선 공개 연합뉴스) 20인승 위그선은 2009년까지 개발될 예정이고 2015년에는 100톤 화물과 200인 승객을 수송하고 250km로 달리는 대형위그선 20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계획대로 위그선이 도입되면 그림처럼 동북아는 1일 생활권이 된다. 상해도 3시간 만에 갈 수 있다. 비행기로 상해에 가려면 1시간45분이 걸리는데 접근성과 연료효율을 고려한다면 위그선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꿈을 실현하려면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




향후 위그선 개발은 기술적 난제 극복과 안전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한국해양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관건은 표면효과 원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위그선 설계를 고안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현재 길이 20m, 폭 16m의 물탱크에서 위그선 모형을 띄워 저항을 줄이면서 양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해양연구원 김기섭 박사는 “위그선은 이륙 이전에 일단 물 위를 시속 150〜170㎞로 달려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극심한 물의 저항을 최대로 줄이는 것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과제”라고 말했다.(위그선개발 청사진 세계일보)




위그선의 기술적 난제는 파도가 높으면 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위그선이 경제성을 가지기 위해선 이수할 수 있는 유의파고가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 이전에 개발되었던 위그선은 유의파고가 0.2-0.3m 정도로 낮아 호수나 강같은 내해에서만 운항이 가능했다. 2002년 시운전된 시제선은 이수 가능한 유의파고가 1m까지 높아졌다. 2009년 개발 예정인 20인승 위그선은 유의파고 2m를 목표로 하고 있고 뒤이어 개발될 대형위그선은 2.5m이다. 유의파고가 2.5m가 되야 서해안 운항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2007년 8월 당시 공개했던 위그선도 높은 파고로 시운전이 별로 좋지 못해 관계자의 애를 태우기도 했고 2006년 8월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위그선 개발을 위해 시운전하던 수중익선이 실제 뒤집히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날 위그시험선은 초속 8~9m의 돌풍과 0.7m의 파고 속에서 당항만을 수차례 선회하며 성능을 공개했으나 악천후로 인해 자연스런 활주와 수면비행능력, 조종성능 등 평소 시운전 당시의 만족스런 운항성과가 나오지 않아 관계자들이 애를 태웠다.('날아다니는 배' 위그 시험선 공개 연합뉴스)

뒤집히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함께 배에 탔던 후배 연구원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앞이 캄캄해지며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다행히 선체는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자칫하다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것이다
.("[연구실 X파일]‘날아가는 배’ 시험하다 뒤집힐 뻔 ‘아찔’" 동아일보)


위그선을 개발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사업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005년 매일경제의 기사에서 한국해양연구원 대형위그선추진기획단 강창구 단장은 "위그선 운임수입과 수출 등으로 2010년 이후 연간 1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및 3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커버스토리] 바다 위를 나는 배 띄운다) 또한 "민간 선박업체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는 경향신문의 2006년 지적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비용편익비율(B/C)이 1.268에 이르며, 미래가치에 대한 순 현재가(NPV)도 2927억원으로 경제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대형위그선 사업 계획대로 추진)

그러나 위그선 개발을 추진하는 쪽의 사업타당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선 크게 관심을 보이지않고 있는 듯 하다. 2005년엔 2010년 쯤 개발될 것이라는 대형위그선은 2015년으로 미루어졌고 올해 그나마 20인승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상용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2006년 10월 18일 과학기술부 산하 해양연구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김영선의원도 위그선사업의 타당성에 귀기울일만한 의문을 제기한다.  


김 의원은 "대형 위그선 개발사업에 세계 조선업계의 빅3로 불리는 현대·삼성·대우중공업이 참가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 사업에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위그선 분야의 선진국인 러시아조차 사상 최대의 경제호황을 누리는 등 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이 사업에 대해서 주춤거리며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에서 말한대로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면 왜 기술 선진국인 러시아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느냐"고 강조했다.(
대형 위그선, 안정성·경제성 재점검 필요 머니투데이)


위그선에 대해선 아직도 사업성 논란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난제도 있다. 그런데 경향신문 기사(경인운하에 검증안된 ‘위그선’ 추진)에 의하면 정부는 이 위그선을 경인운하가 완공되는 2011년 말 즉시 운행하겠다고 한다. 2011년 말이면 2007년 해양수산부가 밝힌 2015년보다 4년이 당겨진 개발시기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서 가장 의문스런 것은 4년 당겨진 개발시기보다 경인운하로 위그선이 다닌다는 바로 발표 그 부분이다. 경인운하의 폭은 80m로 알려져있다. 위그선은 길이가 70m이다. 일반 배와 달리 날개가 달려있는 위그선의 폭은 길이에 거의 육박한다. 그러면 80m 폭의 경인운하에 폭 70m에 좀 못미치는 배가 지나가게 된다는 소리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위그선의 날개를 접이식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날개를 접이식으로 하겠다고 해서 위그선이 말한대로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날개를 접음에 따른 기술적 검토와 개발이 있어야 한다. 위그선 개발단에선 유의파고를 극복하는 부분 외에 날개를 접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기술적 고려까지 해야하는 것이다. 난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기존의 문제들로 계속 미뤄지던 위그선이 경인운하까지 떠안았다. 과연 위그선은 서해를 달릴 수 있을까? 경인운하 포장하느라고 위그선까지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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