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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의 철거가 시작된 것은 19일 새벽 5시입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경부터 철거민과 경찰과의 격렬 대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상황은 다음날인 오늘 아침 신문에 보도되어 나왔습니다.




20일자 조선일보 사회 9면입니다. "다시 불붙은 화염병"이란 굵은 글씨의 제목으로 어제의 철거민시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제에선 화염병이 26개월만에 재등장했다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 위에 사진이 참 섬뜩합니다. 불타는 듯한 붉은 배경에 검은 복면의 남자들이 6명이 아주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뒤의 배경은 불이 아닙니다. 내부가 붉은 빛을 띠고 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 편집부가 화염병을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 사진을 고른 듯 합니다.




동아일보도 철거민사태를 다루면서 화염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2면에 실은 동아일보도 제목을 "도심 26개월만에 화염병 재등장"으로 잡았습니다. 그 위에 복면 쓴 철거민의 파노라마사진이 조선일보보단 덜해보이지만 역시나 위협적입니다.

대신 동아일보는 옆에 김석기신임청장의 "불법 폭력 시위 엄정대처"라는 발언의 작은 기사로 보수적 메시지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모습입니다. 

진보언론들은 19일 철거민시위를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경향신문입니다. 경향은 텍스트 없이 사진과 사진 설명만 실고있습니다. 사진의 제목은 철거민 입장을 반영한 "철거 반대 투쟁"입니다. 경향의 사진 아래 텍스트엔 보수언론이 그렇게 강조하는 화염병은 나오지 않습니다. 




한겨레기사에선 화염병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그러나 경찰의 물대포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모습도 경찰의 물대포에 고전하는 철거민의 모습입니다. 소제목엔 "상인들 임시 주거·시장 마련해달라"는 철거민의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한겨레도 약자인 철거민의 입장에 우선해서 기사를 다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조선과 동아의 화염병을 강조하는 기사는 오늘 사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보수세력이 조선 등 보수 언론의 기사를 많이 참조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보수정권이 집권한 지금 조선과 동아가 저렇게 화염병 재등장에 혀를 차는 걸 보고 뜨금하지 않을 관료가 있을까요? 

조선일보 기사의 사진에 대해서 한마디 더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 불에 탄 듯한 사진을 찍은 연합뉴스 기자는 사진을 찍고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화염병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저 사진에 쾌재를 불렀을까요? 이 사진에 환호할 보수언론 쪽 사람들이 생각나 흐믓한 미소가 지어졌을까요? 예언이 되버린 듯한 사진에 또 한번 놀라고 우쭐해있을까요?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그리고 이 사진을 기사에 편집한 조선일보 편집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 기사에 이 사진을 실은 자신의 편집 실력에 뿌듯함을 느꼈을까요? 역시 편집에선 조선일보 따라올 데가 없다는 자부심을 가졌을까요?

다시 한번 물어봅시다. 오늘의 사태에 보수언론의 화염병을 강조한 기사는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요? 만약 영향이 있다면 조선일보의 저 사진은 그 중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까요?

자문해보기 바랍니다.

기대는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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