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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스타들의 장기집권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병헌·장동건은 인기가 시들기는 커녕 이젠 헐리우드까지 진출하면서 더 파워풀해지고있다. 90년대 여자스타도 마찬가지다. 고현정은 아이를 둘 낳고 복귀했는데도 인기엔 전혀 영향이 없다. 고소영은 별 활동을 하지 않아도 특급의 CF개런티를 받는다. 심은하는 놔주지 않는 팬과 미디어의 손길을 뿌리치고 간신히 결혼했을 정도이다.

80년대만 해도 30이 넘으면 퇴물 취급 받던 곳이 연예계였다. 특히 여자 연예인의 초로현상은 심해서 40대 남자배우의 연인으로 20대 초의 신인배우가 맡는 게 흔했다. 여자는 30세만 넘으면 연애드라마의 주연을 꿈도 꾸지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서 확 바뀌어 90년대 스타들이 30을 넘어 40이 가까운 지금까지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최근에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90년대 스타들의 인기 지속과 함께 당시 스타의 화려한 귀환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장년 층의 스타들이 주축이 된 '세바퀴' 등의 오락물이 뜨고있고 90년대 스타들이 인기 대열에 귀환하고 있다. 곁불도 아니다. 돌아온 박미선과 최양락은 예능프로 메인 엠시까지 꿰차버렸다.





연예계의 90년대 지속현상엔 어떤 설명이 적절할까? 이 현상은 당시 팬층의 출생연도를 보면 납득되는 점이 있다. 한국에서 출생연도별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게 71년 생이다. 인구구성비는 71년생을 전후로 두터운 산모양을 이루고 있다. 90년대 대표스타 이병헌·장동건도 바로 이 나이다. 70년 전후 출생 세대들이 90년대 스타의 팬층을 이루었을 것이고 이 두터운 인구층의 팬들이 90년대 스타의 인기에 일조했다 볼 수 있다. 


 순위 출생연도  인구수 
 1  1971  875,187 
 2  1970  859,817 
 3  1972  859,512 
 4  1961  853,912 
 5  1970  851,273
카페 게시물 참고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정확합니다.


더 중요한 근거는 이 세대의 소비습관과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70년을 전후로 출생한 세대는 한국현대사의 전환점에 섰던 세대이다. 87년 6월 항쟁과 88 올림픽을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자유로워지고 소비문화도 관대해졌다. 이와 함께 세대마케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X세대 열풍이 불었다. 자본은 당시 10대와 20대의 스타를 향한 팬덤문화와 소비열풍을 X세대라는 이름으로 부추겼다. 이렇게해서 이전의 세대와 소비습관이 확연히 구분되는데 세대가 나타나게 되었다.



현재 26~35살이 된 X세대는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초반 서태지에 열광하고, 외환위기라는 사회적 격동기를 겪은 세대다.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인 소비행태를 보이며, 규정이 불가능한 세대란 뜻에서 X세대라고 불렸다.(부모가 된 X세대 “합리적 균형 사랑해요”)  



가장 많은 인구층의 본격적인 소비를 하는 한국 역사상 가장 큰 문화·자본적 영향력을 가진 세대가 90년대 등장한 것이다. 문화·자본은 이 세대와 활발히 교섭했다. 그들이 하는 말에 귀기울였고, 그들의 행동에 눈길을 주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추앙하는 스타들의 인기가 20년 가까이 지속하게 된 것이다.

처음 남희석이 아침프로MC를 맡았을 때 의아스러웠다. 예능프로 스타급MC가 아침프로에 나온 다는 것이 그리 좋은 징후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남희석은 여전히 자신의 상품성을 유지했고 한때의 부진을 농담삼아 얘기할 정도로 오히려 더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 보니 그건 신중한 선택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그를 지켜보는 주부들은 가장 출생연도별 인구가 많은 30대 중후반의 엄마가 된 X세대들이었다. 남희석은 문화·자본적 영향력이 가장 큰 시청자 앞에 선 것이다. 그 자리는 '저요' 하고 손들고 다투어 차지해야할 자리였다. 

X세대가 빠져나간 후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90년대 가장 인기있던 가요톱텐 류의 가요프로그램은 이제 관심 밖이다. 네티즌과 블로거들의 수다는 전날 예능프로에 나온 가수들의 이야기이지 가요프로에 나온 가수들의 얘기가 아니다. 십대와 이십대 가수들은 이제 자신의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창구인 가요프로그램만으로 인기를 얻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부턴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 윗세대인 X세대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연상녀 열풍이 불었고 아이돌 스타에게 누나팬들이 붙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돌 스타에게 누나팬은 필수적인 관리대상이 되었다.

X세대의 등장과 함께 드라마의 꽃이 되었던 미니시리즈의 인기도 다소 시들해지고 있다. 소재에서도 변화가 왔다. 그동안 주류를 이뤘던 트렌디물은 적어지고 아줌마를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나 사극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중장년층이 즐기던 아침·주말·일일 드라마는 인기도가 상승하고 있다. 퇴물배우 집합소이거나 신인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여겨졌던 아침드라마에 이젠 얼굴을 알만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보인다. 지난 1월 시청율 조사에선 방송3사 4개 드라마가 모두 시청율 두 자리수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이처럼 X세대가 나이들면서 TV 프로그램 인기도가 이동하는 이런 추세를 대입하면 최근의 막장드라마 열풍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발람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X세대가 30대를 넘어서 40대에 접어들면서 보수화를 피할 수 없었고 시청행태에서 보수화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두터운 인구층과 활발한 소비력을 가진 X세대의 거대한 문화·자본적 영향력은 보기 민망한 막장드라마까지 밀어부쳐 올렸던 것이다.

아내의 유혹이나 너는 내 운명 같은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드라마들 관련 내용들이 당당히 포털 메인에서 연예기사로 올려지고 있다. 아침드라마나 조강지처클럽 같은 막장을 표방하다시피하는 드라마의 배우들이 이제 예능프로의 꽃이라는 버라이어티쇼에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사랑과 전쟁의 신구판사는 이미 오래전에 아이콘이 되었다. X세대의 힘에 힙입어 막장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추세도 예측해볼 수 있다. 이제 노년층 드라마가 뜨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X세대의 노년화로 노인이 주연을 하고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드라마가 나올 거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노인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드라마나 영화의 붐이 불지도 모르겠다. 이건 뭐 나쁘지 않다.




또 하나 예측해볼 수 있는 것은 X세대를 향한 정치마케팅이다. 미국은 61년부터 81년 생을 X세대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좀 넓긴 하지만 거의 겹친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가 바로 X세대 출신 첫대통령이라며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음 우리 선거의 정치마케팅에서 X세대 열풍이 불지도 모르겠다.

<미 정치 전면에 나서는 X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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