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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너는 내운명을 즐겨 봤습니다. 그 드라마 할 때면 아이들이 "엄마 새벽이 한다."면서 엄마를 부를 정도입니다. 아내는 너는 내 운명이 방영되는 tv 앞에 자석처럼 달라 붙어 리모콘에 손도 못대게 했습니다. 그러면 나는 저런 막장이 뭐가 재밌냐면서 빈정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막장드라마 논쟁을 먼저 꺼낸 건 아내였습니다. 집에 배달된 씨네21의 막장드라마 기사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도대체 어떤 드라마가 막장드라마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뭔가 씨네21 기사를 보고 힘을 얻은 것도 있는 듯 했습니다.

아내와 20여분간 걸친 막장드라마 논쟁을 소개합니다.

*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연예 포스팅 소재를 몇번 얻었습니다. 아내와의 드라마 논쟁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




막장드라마는 여성영웅물?


아내 : '너는 내 운명'이 막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현실적이지 않을 걸로 따지면 '꽃보다 남자'가 더 말이 안되잖아?

커서 : 막장이란 게 스토리가 현실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따지는 건 아니지. 그러면 SF영화는 다 막장이지. 그건 말도 안되는데. 막장이냐 아니냐의 구분은 스토리의 설득력이지. 이야기라면 합리적인 흐름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건데 막장드라마엔 그런 게 없잖아. 반전도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데 너는 내 운명은 그게 아니잖아. 스토리 상관 없이 완전히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잖아.

아내 : 그렇게 생각하면 아내의 유혹은 막장드라마라고 볼 수 없지. 아내의 유혹은 처음 남편 교빈이 아내인 은재를 죽이는 장면부터 시작하잖아. 죽다 살아난 은재가 복수를 한다는 걸 시청자한테 알려주거든. 아내의 유혹은 지금 그 복수극에 충실하게 전개하고 있단 말이야.    

커서 : 그게 뭐랄까. 자극만 나열하는 것도 막장이라고 할 수 있지. 자극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유리된 채 몽땅 복수극이라는 극의 단일 목표에 돌진하잖아. 이건 드라마가 너무 고민이 없는 거지.

아내 : 그렇지만 많이 본단 말이야. 재밌으니까 보는 거잖아. 보면 재미를 느낀다니까.

커서 : 그게 도대체 왜 재밌지? 아주 유치한 스토리잖아? 예전에 만화방에서 이현세 만화 다음 편 나오면 막 나가고 그랬는데 이게 만화 다음 편 보는 재미 비슷 한 건가? 말은 안돼고 뻔한 스토리지만 막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그런 재미 말야.

아내 : 뻔하긴 한데 그걸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구. 주인공이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 이겨내고 복수에도 성공하잖아. 거기에 쾌감이 느껴져. 질질 짜는 그런 지지리궁상 드라마는 딱 질색이야. 

커서 : 윤아는 시부모한테 지지리궁상 떠는 거 아닌가?

아내 : 결국은 다 이기잖아. 고아출신이 재벌가 며느리로 들어가면 지지리궁상은 아니지. 멋진 성공이지.

커서 : 너는 내 운명은 그래도 처음엔 재밌다가 나중에 막장이 된 드라마라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는 있는데 아내의 유혹은 정말 시작부터 막장이잖아. 너무 뻔한 복수극이었단 말이야. 

아내 : 그게 뻔한데 그 뻔한 복수가 통쾌하다니까. 남자들도 사극이나 영웅물 뻔한데도 잘 보잖아. 그런 거랑 똑같지. 그리고 아내의 유혹은 또 가정주부였던 은재가 복수를 위해 화려하게 변신하는 게 주부들 변신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커서 : 가만가만 이렇게 볼 수도 있네. 그렇다면 말이야 막장드라마는 결국 여자들의 영웅드라마네. 남자들이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보는 것 처럼 여자 세계에선 은재나 새벽이가 수퍼맨이고 스파이더맨이란 말이야. 수퍼맨이 초인적인 힘으로 적을 물리치는 거나 새벽이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라서는 거나 별로 다를 게 없거든.

이거 내가 내린 결론이 왜 이렇지. 스파이더맨 좋아하는 내가 여자의 유혹 좋아하는 여자들 앞에서 잘난 척 할 게 없다는 결론이잖아.  헐~~  ^^;; 

아내 : 그렇지 은재나 새벽이는 약자인 여자가 처한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영웅이지. 남자들이야 현실에서 제약이 별로 없으니까 새벽이나 은재같은 영웅을 꿈꾸지는 않겠지.

커서 : 그러면 너는 내 운명이나 아내의 유혹도 하나의 장르가 되는 건가? 여성 영웅물 장르로 등극한단 말인가? 이거 완전히 혹 뗄라다 혹 붙인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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