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구경해보셨나요? 다들 차를 타고가다 지나쳤지 마을에 들어가본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평상에 앉아보고 장독대 들춰보며 느껴보는 그런 기회는 요즘 사람들에게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골마을을 경치로만 바라봤을뿐 그 정취를 느껴본 사람은 사실 많지 않죠. 얼마전 경남 함양의 임호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손으로 발라진 진흙벽, 나무 작대기 하나 걸쳐놓은 대문, 대나무에 걸린 메주, 아궁이에 불 떼는 할머니 등 마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왔습니다. 남의집 세간살이 슬쩍 넘겨다 보는 재미도 솔찮았습니다. 임호마을 입구에서부터 여기가 다른 세상임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양파 품종 이름이 생각보다 강렬하네요. 흙벽의 진흙은 손으로 긁어도 쉽게 떨어집니다. 비가 오며 젖을텐데 어..
4 화장산을 두고 '발견'을 했다는 김훤주 해딴에 대표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상의 조망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500미터 짜리 뒷동산 수준의 산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날까 싶었다. 그것도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여기 함양 휴천면에서 말이다. 함양군의 홍보물을 뒤져봐도 온통 지리산과 둘레길 자랑뿐 화장산 얘기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화장산 정상에 오르고서야 우리는 김훤주 대표의 표현이 정말 절제된 것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화장산의 장관은 '발견'이라는 그 단어가 주는 기대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화장산은 낮기도 했지만 길도 편했다. 이런 완만한 경사가 산의 정상까지 이어졌다. 일행 뒤쳐진 사람들이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조금만 서두르면 1시간도 충분할 것 같았다. 김훤주..
수원화성 앞에'지동'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곽과 마주하는 이 마을 풍경은 외지인에겐 참 인상적인 볼거리입니다. 이 마을엔 수원화성 말고도 볼거리가 또 있습니다. 바로 벽화입니다. 지동의 골목길은 이런 알록달록 색을 입힌 벽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동의 벽화는 2011년부터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방인에겐 볼거리일지 모르지만 지동 사람들에게 수원화성은 장애물이었습니다. 문화재법에 의해 수원화성 500m 내에는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없습니다. 그때문에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갔고 지동은 점점 낙후되어 갔습니다. 마을은 점점 빛을 잃어갔지만 바로 그 희생 덕분에 수원화성은 큰 건물에 가리지 않은 채 200년 전 위용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수원화성을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
수원에 관광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서울 바로 밑에 있어 거쳐가는 곳이거나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는 게 수원에 대한 나의 인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 거 같다. 일행 중 한 명도 수원의 인구가 울산광역시에 맞먹는 110만이란 얘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우린 수원에 대해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너무 몰랐다. 말은 들었지만 수원화성이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도 이렇게 장관을 연출하는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수원화성은 역사적˙문화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문화재다. 건축의 한글 같은 것으로 수원화성은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이 총동원되어 아무도 없던 땅에 4천명의 인구를 모이게 한 혁명적 신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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