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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와 남북전쟁 위기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1월2일 부천상공회의소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신년사 중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기사를 읽다가 한순간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는데, 당시 장내도 이말 때문에 잠시 술렁거렸다고 한다. 

만약 김문수지사의 말이 타당한 주장이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 일본과의 합병도 별 무리가 없는 주장이 된다. 절대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유익했으니까 그런 유익함을 제공하겠다는 이유로 일본이 다시 한국을 지배하겠다고 한다면 식민지입국론을 받아들인 자의 입장에선 100년 전만큼 잘 해달라는 말 외엔 별로 할말이 없을 듯 하다.  
 
100년 전 앞선 기술과 제도를 가졌던 일본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100년 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배로 발전을 이룬 것처럼 지금의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선진국이 되기위해 우리끼리 낑낑거릴 필요 없는 것이다. 지금 일본과 합쳐버리면 애쓰지 않아도 바로 선진국이 된다.

식민지입국론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식량난과 내부 분열로 북한이 붕괴에 직면했을 때 중국이 한국 내의 식민지입국론을 받아서 북한에 대한 지배를 주장할지 모른다. 북한과 갈등이 심한 남한보다는 정치체제가 비슷한 중국이 북한을 지배하고 발전시키는 게 낫다는 주장이 우리 내의 식민지입국론에 의해 어느 정도 타당성은 인정받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살려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민족 또는 국가의 정체성이란 그 나라 민족이기 때문에 좋고 다행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한때나마 일본인으로서 살았던 때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체성에 바이러스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는 일부가 아닌 정체성 전체를 흐트려 놓는다. 우리가 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라는 정체성은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한국인인데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서 좋았고 미국의 도움으로 동포와 전쟁해서 다행이다라고 하는 것은 정신분열증환자가 아니고선 가질 수 없는 정체성이다. 

일본의 지배를 받아서 좋았다고 한다면 일본인이 다시 되어도 좋다는 말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해서 다행이다라고 하면 미국과 함께 민족전쟁을 또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동포와의 전쟁을 반기고 일본인이 되는 것에 꺼리지 않는 우리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인인가? 아니다. 식민지입국론을 긍정하는 순간 우리는 미국의 끄나풀, 일본의 2등 국민이 되는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는 '사실' 이전에 '정체성'의 문제이다. 만약 우리가 식민지입국론을 인정해버리면 우리는 그 말의 힘에 의해 앞으로의 역사에서 독립국으로서의 자존감과 강대국의 강압에 대한 저항감을 상실하게 된다. 정체성을 상실한 국가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진리다. 식민지입국론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초강대국들에게 미래에 지배당할 토대를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  

식민지입국론은 '사실'도 아니다. 식민지입국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식민지시대에 한국이 공업화를 이루었고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명확하지 않은 산출만 부풀려 계산하고 분명한 비용은 계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산출 몇 배의 식민지 비용을 역사에서 치렀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은 세계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한반도를 철저히 수탈했다. 식민시대는 해방후엔 남북간에 수백만의 희생자를 만든 전쟁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리고 분단은 한반도의 역사와 남북 각각의 정치에서 지금도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차기를 꿈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가 그의 꿈을 이룬다면 그리고 이날 밝힌 역사관을 조국의 교과서에 쓰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한 사람의 꿈이 국가엔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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