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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생탁 파업이 100일을 넘겼다. 회사 측에선 마지막 협상 결렬 이후 현재까지 달라진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회사가 이렇게 느긋하게 대처할 상황이 못된다. 노조가 제기한 위생불량 및 과대광고 의혹이 식약처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식약처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회사로선 치명타다. 여기에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노조 측이 파악한 바로는 파업 이후 생탁은 20% 정도 매출 하락이 있다고 한다. 


파업 100일째인 8월 6일 오후 생탁 노동자들은 부산 초량의 탁약주협회 앞에서 집중집회를 가졌다. 탁약주협회는 생탁 사장들로만 이루어진 생탁 사장단 모임이다. 지난번 인터뷰 했던 송복남 조직부장을 이 자리에서 만나 그날 이후 파업 진행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생탁 사측은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한다. 생탁에 애정을 가졌던 시민 여론이 돌아섰고 의지했던(?) 관청으로부터도 외면당한 상황이다. 41명 사장들을 대표했던 현 신용섭 사장 교체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석달이 넘는 기간 동안 노사분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만 시켰기 때문이다.



생탁 페이스북 펌



최근 노사간에 만남이 있었습니까? 


어제(8월5일) 만났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배를 내밉니다. 자기들은 식약처 벌금 맞을 거 다 맞았다면서. 


식약처로부터 적발된 회사의 위반사항은 어떤 것들이죠?


일부 막걸리 날짜를 하루 앞서 찍었고요. 염소를 써서 기계·식기류를 청소했고요. 또 수돗물로 생탁 만들면서 암반수라고 과대광고한 게 있죠. 이게 벌금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 정도면 몇 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심각한데요. 이런데도 회사가 노조에 대해 고압적인 태도로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가네요.


겉으로는 느긋해 하지만 속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사장으로부터 내일 다시 협상하자며 전화가 왔거든요. 사장이 긴장을 하면서도 그걸 감추는 거 같아요.


사장이 처음부터 노조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텐데.


사장은 파업 초기 노조원 30명을 탈퇴시키고 공장에 복귀시킨 걸 자신의 큰 업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때 곧 파업이 와해될 거라고 봤던 겁니다. 그런데 15명이 100일을 버티고 말았습니다. 파업은 오히려 장기화 되고 사태는 더 커졌습니다. 결국 사장의 독단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 거죠. 


사태를 악화시킨 현 사장이 계속 협상을 하면 안될 거 같은데요.


안 그래도 현 사장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파업을 장기화시키고 악화시킨 책임을 묻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엔 탁약주협회(생탁 사장단 모임) 회장이 나서야 할 거 같습니다. 


파업 이후 생탁 매출은 얼마나 줄어들었습니까?


회사 측은 10% 정도 얘기합니다. 도매상에선 2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분명한 건 현재 부산 내 타사 막걸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론은 더 나쁩니다. 중간 도매상들이 술을 들고 가면 "니들 이런 술 팔았냐?" "수돗물로 만들었다메" 하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면박을 준다고 합니다.


도매상들은 파업에 대해 협조적이진 않을텐데.


도매협회 회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도매상들이 생탁 술을 싣는 건 불법이라고 했죠. 수고비와 기름값 받거든요. 파업 중 대체인력이잖습니까? 그 사람들 생계 때문에 안 막았는데 이제부터는 그거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전에 우리에게 협조해달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3일 정도만 술 가지러 오지 말라. 좀 더 발전적으로 3일만 주문하지 말아 달라. 만약 우리가 강력히 저항하면 회사도 죽고 당신들도 죽는다. 죽는 게 낫나, 3일 술 주문 안하는 게 낫나?" 아직 답이 없습니다. 


시민들 여론은 어떤가요?


한달 전부터 시민들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전단지 보자고 그러고 작은 나이도 아닌데 정말로고생한다고 말해줍니다. 우리가 휴가 간 사이 누가 플랭카드를 훼손했더라구요. 그런데 한 시민이 자기가 그거 봤다며 증인도 서주겠다고 합니다. 


다녀간 정치인은 없습니까?


조경태 의원 보좌관이 다녀갔습니다. 처음엔 우리 조합원들이 생난리를 쳤어요. 우리 조합원들 전부 조경태 의원 지역구거든요. 그래도 보좌관 2명 앉아있더라구요. 그래서 조경태 의원이 41명 사장한테 전화 다 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달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습니다.  


집회가 더 활기찬 느낌입니다.


지금 우리는 악밖에 안 남았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죠.



생탁 페이스북 펌



생탁 파업이 100일이나 넘긴 이유는 뭘까? 현 사장의 무능한 협상력도 문제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탁 41명 사장집단에 있다. 41명의 사장은 매달 2천만원을 배당받는다. 사장들은 자신들의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시스템은 공고히 만들었으면서 회사가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아예 관심밖이다. 그들은 일임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문제를 공유하지 않았고 사장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태를 지연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생탁노동자 뿐 아니라 언론과 시민 여론도 돌아서고 심지어 관청도 진저리를 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생탁 사장들과 노동자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장들은 매달 2천만원을 버는 사람들이고 생탁 노동자들은 최저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돈이 많은 생탁 사장이 이길까? 잃을 게 없는 생탁 노동자들이 이길까? 그 답은 인터뷰 마지막 "악에 받쳤다"는 생탁 노동자의 대답으로 대신한다. 


지금이라도 생탁 사장들이 노조와 합의를 하고 회사 자정선언을 하면 생탁에 애정을 가진 부산시민은 다시 생탁을 좋은 친구로 받아들일 것이다. 생탁이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생탁 사장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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