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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후보가 오거돈 후보에게 양보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로서 부산시장선거는 오거돈과 새누리당 서병수의 양자대결이 되었다.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오거돈 후보는 서병수 후보에게 박빙의 차이로 앞서는 걸로 나온다. 한치를 알 수 없는 접전양상이 되면서 부산시장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김영춘과 오거돈의 단일화는 시기적으로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다. 12일 김영춘 후보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단일화는 4일만인 16일 김영춘 후보의 양보로 마무리를 지었다. 4일 동안 이루어진 단일화 과정은 그야말로 속도전이었다.

 

12일 오전 김영춘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끝장 토론'을 제안하자 오거돈 후보가 김영춘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즉각 방문해 화답했고 다음날 두 후보는 해운대 벡스코에서 토론을 벌인 뒤 오후 7시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3시간 뒤 개혁과제에 대한 논의 없이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오거돈 후보에 반발해 김영춘 후보가 합의를 철회했다. 공백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다음날 오후 오거돈 후보가 김영춘 후보 캠프를 전격 방문하면서 불은 다시 지펴졌고 15일 오후 부산 발전을 위한 7대 개혁과제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다. 16일 새벽 협상결렬이라는 마지막 산통을 겪은 후 김영춘 후보의 양보라는 결단이 나오면서 단일화 드라마는 마무리 되었다. 

 

단일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데엔 두 사람의 스타일이 큰 기여를 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두 사람 다 진빼기를 할 성격은 아니다. 오거돈과 김영춘의 흔적들을 보면 둘 다 큰 그림을 그리는 식이었다.

 

부산시민을 위한 오거돈의 가장 큰 공적이라면 에이펙 부산 유치다. 당시 오거돈은 제주도 유치로 확정되다시피한 에이펙을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가 "지금 부산을 포기하시겠다는 겁니까? 제가 대통령께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한 번 이루어 보겠습니다."는 말로 분위기를 바꾸어 결국 부산으로 유치했다. 오거돈은 단도직입적이다. 의중을 둘러가는 말이 없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오거돈은 주변에 믿고 맏기는 보스 스타일이라고 한다. 30년 고급관료로 익힌 요약과 핵심파악의 능력이 오거돈의 이런 스타일들을 뒷받침 했을듯 하다. 협상장에서 오가는 내용의 출력에 자신감이 있고 필요할 땐 핵심을 짚어 조직을 통제할줄도 알기에 전적인 신뢰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분명 협상을 단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김영춘은 김영삼의 참모로 정치를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미래의 대통령감이란 소리도 들었다. 그래선지 눈치를 살피고 재는 것보다 돌파에 익숙하다. 2003년 독수리오형제로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2007년엔 열린우리당 해체에 대한 속죄로 불출마선언을 했다가 3년 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부산에 왔다. 설령 나중에 잘못된다 해도 크게 가지 연연하지 않는 게 김영춘의 스타일이다.

 

김영춘은 크게 가지만 휘어잡지는 않는다. 설득하고 다독일줄 안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많다. 3년만에 부산시장후보 자리를 꿰차고 후보가 되고 70명의 국회멘토단을 꾸리는 것을 봐도 김영춘의 인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또 그만큼 그들의 기대와 여론에 부응하는 행동을 한다는 뜻도 된다. 김영춘은 부산시민의 단일화 열망에 반드시 부응하고 답을 줄 사람이었던 것이다. 

 

단일화를 했지만 두 사람 다 각자의 중요한 명분은 살렸다. 원전제로와 대중교통 개혁 등 두 사람이 합의한 7개항은 김영춘의 개혁안이 많이 반영된 안이다. 김영춘은 둘만의 단일화가 아닌 진보정당과 시민의 의견까지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어 오거돈을 지지층이 넓은 후보로 만들었다. 오거돈 후보도 많은 걸 받았지만 핵심적 명분은 지켰다. 애초 오거돈 후보의 무소속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있었는데 끝까지 이를 지켜내면서 결국 시민후보라는 오거돈의 취지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공개 면담에서 김영춘 후보는 오거돈 후보에게 안철수 대표가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후 대권 지지도가 올라간 걸 거론하면서 오거돈 후보가 지지율 낮은 자신에게 양보하면 높은 대권 지지도를 얻으실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농담인데 이 말을 할 때 김영춘 후보는 협상이 결렬될 시 사퇴를 각오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김영춘의 양보도 안철수의 양보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김영춘 뒤에는 제2의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있다. 정당은 힘도 되지만 후보에게 부담도 된다. 사퇴를 하면서 2대 정당의 후보로서 걸맞는 행동인가 김영춘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정당 밖에는 단일화과정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다. 투표지가 인쇄되기 전인 19일까지는 단일화가 되어야 이런 피로감을 차단하고 단일화 효과도 볼 수 있다. 김영춘은 당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시민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했다. 16일의 양보는 이 모든 걸 고민해서 나온 김영춘의 결단이었다.

 

오거돈은 이런 김영춘의 결단에 보답할까? 당선이 되어 김영춘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김영춘 후보의 결단 배경에는 오거돈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거라 본다. 몇차례 면담을 통해 만나본 오거돈 후보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봤기에 김영춘 후보가 자신의 적잖은 지지율을 보탠 것이다. 만약 오거돈이 맥없이 패배한다면 전적으로 밀어준 김영춘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큰 타격이다. 오거돈 후보가 이길 수 있을 거라 봤기에 그만큼 깔끔하고 빠른 단일화도 단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영춘은 오거돈에게 무엇을 본 것일까? 얼마전 오거돈 후보는 부산대학교를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혹시 김영춘 후보가 오거돈 후보에게 이런 면을 읽었던 건 아닐까? 오거돈 후보의 짧은 영상 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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