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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남동사람들>을 읽고나면 몸이 아플려고 한다. 책에 나온 자영업자들의 사연들이 하나같이 구구절절하고 너무나 절박하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저 깊은 바닥에서 들리는 것 같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슬픔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와 온 몸을 마비시키는 듯하다. 

 

imf 이후 한국의 자영업자 숫자는 900만에 달했다. 2012년 그 숫자는 580만으로 줄었지만 이 수치도 oecd 평균 15.9%보다 2배가량 많은 28.6%의 비율이다. 과당경쟁의 결과 자영업자는 중산층에서 노동자보다 낮은 하위계층으로 전락했다. 2012년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개인사업자 절반 이상이 1천만원 이하의 소득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과당경쟁은 자영업자 스스로를 옥죄기도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을 자본과 건물주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imf 이후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자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급성장했다. 자영업자들의 피같은 투자금과 밤낮을 안가린 노동이 이들 프랜차이즈 자본의 이익으로 이어진 것이다. 장사할 사람이 넘쳐나는 자영업 시장에서 건물주들도 횡포를 부렸다. 임대료를 올리고 권리금을 가로채는 식으로 자영업자들을 울렸다.   

 

"알고보니 요새 건물주들이 권리금 장사한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던데 아마 그런 기 아닐까 싶습니더. 장사 잘 하고 있는 멀쩡한 임차인 내보내고 새로 임차인 들이면서 권리금을 받아 챙긴다는 거지요. 그러고 임대료도 마음껏 올리고."

 

열심히 일해서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려서 그 수익을 빼앗아 간다. 장사가 안되면 자영업자가 투자금을 몽땅 잃게 된다. 이익은 착취당하고 손해는 모두 감수하는 자신들을 한 자영업자는 조선시대 소작농에 비유한다. 조선시대 농민이 땅이 없어 당한 것과 같은 고초를 지금 자영업자들이 장사할 건물이 없어 당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자영업은 현대판 소작농이다. 죽도록 일해서 지주 배만 불려주다가 흉년들면 소작료 못 내서 쫓겨나고 기름진 땅으로 가꿔서 계속 풍년들면 소작료 올려서 쫓겨난다."

 

그래도 장사 잘되는 장사집도 많은데 자영업자들의 엄살은 아닐까? 그나마 장사가 될 것 같은 한 음식점 주인은 이런 생각을 했던 저자의 입을 싹 닫게 만들었다. 부부가 같이 일하는데 일년에 딱 이틀밖에 쉬지 못한다. 쉬면 손님들이 아예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이서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남편이 직장에 다닐 때 혼자 버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부부는 애들 학교만 끝내고나면 시골에서 조용하고 소박하게 살 생각 뿐이다.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강도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감정노동'이란 복합어를 알게 되면서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리는지 알게되었다. <상남동사람들>은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조선시대 소작농처럼 '지대효과'에 시달리고 있음을 말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명징하게 드러냈다.  

 

<상남동사람들>은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책이다. 그 상상력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읽을만한 정치인의 책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정치인의 책은 선거용으로만 생각한다. 이렇게 발품과 노력을 들여 실태보고서를 만들어 책을 출간한다면 정치인의 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수백명의 정치인이 낸 실태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둘째는 정치인과 블로거의 협업이다. 여영국 도의원(경남)과 함께 책을 낸 정부권씨는 '파비'라는 블로거 닉네임으로도 유명한 분이다. 그러니까 <상남동사람들>은 지역 정치인과 지역 블로거가 협업해서 만든 책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협업이 다른 지역에서도 펼쳐진다면 어떨까? 블로그스피어 특히 시사 분야의 블로거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상남동사람들> 정치인들에겐 꼭 권하고 싶고, 자영업자들에겐 알리고 싶고 블로거과는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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