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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지역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후식으로 단감이 올라온다. 창원 동읍과 북면 그리고 인근 김해 진영은 국내 최대의 단감 생산지다. 게다가 10월 말에서 11월 초인 요즘은 단감 수확기다. 이 지역 식당에서 후식으로 단감을 안 먹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단감을 추위에 약해서 냉해를 많이 입는다. 그리고 한창 무르익을 때는 온도가 높아야 떫은 맛이 제대로 없어진다. 이 때문에 좋은 단감이 생산될려면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이고 단감 성숙기인 9월에는 21도 이상, 휴면기간인 겨울에는 영하 15도 이하가 되선 안된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창원의 동읍, 북면과 김해 진영읍인 것이다. 

 

 

 

 

단감은 진영이 유명하다. 그런데 전국 최대 단감 생산지의 타이틀은 창원이다. 창원이 진영보다 단감을 조금 더 많이 생산한다. 원래 창원에도 단감 농가가 있은데다 진영의 단감농가가 전국적 유명세를 타면서 소득을 올리는 걸 보면서 창원에 단감농가가 더 확대된 결과다.

 

창원과 진영 두 지역은 단감으로 은근히 경쟁한다. 같은 날 단감축제가 벌어지고 서로 단감 시배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배지는 진영 쪽 스토리가 좀 더 구체적이어서 인정받는 분위기고 창원은 더 젊은 과수의 장점을 내세우는 편이다.

 

 

 

 

한 단감 농부의 얘기에 의하면 23년 전엔 15키로 한 박스 126개에 36000원 정도를 받았는데 지금은 10키로 30개에 3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훨씬 더 커지고 당도도 좋아졌는데 가격은 20년 전 그대다. 이건 단감이 지금 많이 싸졌다는 말도 되지만 그 전에 더 놀라운 건 단감이 과거엔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감귤나무로 자식 대학 보냈지만 창원과 진영은 단감나무로 그랬다.

 

 

 

 

단감은 자연상태에서도 씨가 없는 상태로 열매를 맺는다. 다른 과일은 수분이 안되면 떨어지지만 단감은 수분이 안되도 과일이 되는 비율이 높다. 그래서 씨가 없는 단감을 골라 먹기도 한다. 단감의 꼭지가 움푹 들어가면 씨가 없고 도톰하게 솟아있으면 씨가 있는 것이다. 헌데 씨를 둘러싼 부분의 쫄깃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씨가 있는 단감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단감이 아니라 떪은 감인 청도 반시는 씨가 없는 걸로 유명하다. 이를 두고 청도 지역의 안개로 벌들이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조사한 결과 이 속설이 틀린 걸로 드러났다. 산림청의 발표에 의하면 청도 지역의 감나무는 대부분 암나무라고 한다. 주민들이 수꽃을 맺는 감나무(가루받이 나무)의 대부분을 잘라낸 탓에 수정되지 않아 씨가 생기지 않은 것이다.

 

 

 


단감은 크기 경쟁도 치열하다. 예전엔 300g 이상이면 정말 농사를 잘 지은 거였지만 지금은 400g은 되어야 눈길을 준다. 단감이 커진 건 유전자 조작이나 그런 건 아니다. 최대한 햇볕과 양분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가지의 형태와 가지 당 단감 갯수 등을 과학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일행 중 한 분이 단감을 수능 수험생 선물용으로 팔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단감을 먹고 시험문제 '감'잡으라고 하면 재밌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아이디어가 또 보태졌다. 400g 정도의 단감을 주고 수능만점 받으라고 하면 어떻냐고 한다. 단감은 당도도 좋고 비타민이 사과보다 10배 많다. 그리고 아삭하면서도 먹기에는 부드러운 편이다. 긴장된 수험생의 위장에 적당할 수도 있겠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단감이 풍년이고 맛도 좋다. 창원단감축제에서 산 단감 하나를 잘라 입에 넣어보았더니 정말 달다. 그런데 당도가 무겁다고 할까? 입에 확 퍼지는 게 아니라 혀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그래서 자꾸 입에 넣게 되는 중독성도 있는 것 같다. 씹어보면 과육이 아삭하게 찢어지다 좀더 씹으면 부드러운 부분도 느껴지고 씨를 둘러싼 부분은 잘근 씹히기도 한다. 풍성한 가을에 어울리는 풍성한 맛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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