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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사태로 바빠진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바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파헤치다 제명된 이청호 금정구 구의원이다. 통진당 사태도 이석기 의원이 핵심이었다. 이청호는 최근 이석기 사태를 진단하는 언론지면과 방송에 하루에도 몇번씩 등장하고 있다.

 

핵심 인물이 동일인물이지만 이석기 사태와 이청호가 파헤친 통진당 사태는 그 내용이 다른 사건이다. 이청호도 이석기 사태는 전혀 몰랐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그가 이 사건의 뉴스 해설자로 나설 수 있었던 건 얼마전 출간한 그의 책 "진보는 죽었다"란 덕분이다. 이청호는 이 책에서 통진당 사태의 전말과 당시 이석기를 감쌌던 패권파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이석기 사태는 여당에겐 대형호재다. 여당의 대형호재에서 가장 바쁜 야당 정치인의 모습이 야권 지지자들에게 곱게 보일리 없다. 이석기는 진보를 죽이고 있지만 이청호는 부채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의도는 그렇지 않다해도 결과적으로는 이청호가 이용당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야권 지지자들이 가질만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청호는 전혀 이용당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는 인터뷰 중 기회 있을 때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아주 효과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9월 6일 맹찬형 시사터치(연합뉴스)에서 이청호는 사회자가 "거기에 대해 제가 뭐라고 코멘트하기에는..."이라며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새누리당에 공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닌 것처럼 하지만 실질적으로 위기가 왔을 때는 새누리당 의원들 거짓말 밥먹듯 하는 그 쪽 사람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해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수꼴하고 좌꼴은 일맥상통한다. 극과극은 통한다. 그런 느낌이 들죠."(맹찬형의 시사터치)

 

이석기와 패권파의 부도덕한 행태를 이야기하면서 새누리당을 빗대어 공격했는데 우회적이지만 이석기와 패권파를 사라져야할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로 단언했기에 그 비판의 세기는 아주 강력할 수밖에 없다. 이청호는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도 이런 식으로 빗대어서 청와대를 비판한다.

 

"촛불집회 하시는 분들이 '대통령 선거 부정이다', '다시 사과를 하든 하야를 하든 (해야한다)' 이런 주장들 하지 않습니까. 저는 박근혜 현 대통령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석기씨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명백한 부정으로 당선된 사람이기 때문에 의원이라는 이름을 제 양심상 못붙이겠습니다."(박종진의 쾌도난마)

 

문장상으로는 이석기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이석기를 같은 부정선거의 비교 선 상에 놓음으로서 두 인물의 비중상 비판의 효력은 박근혜에 더 쏠리고 있다.

 

이청호는 조금이라도 여권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있으면 놓치치 않고 거론한다. RO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석기와 패권파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또 빗대어 청와대를 공격한다.

 

"예전에 초원복국집 사건을 일으켰던 그 분 대통령이 부르셔서 비서실상 가있잖아요. 지역감정 일으켜서 우리가 남이가 했던. 실제 처벌되어야 할 사람은 그분인데 현직공무원이니까. 그런데 도청한 사람이 처벌된 거예요."(박종진 쾌도난마)

 

얼마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김기춘은 21년 전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김영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했던 사람인데 당시 처벌받은 사람은 오히려 김기춘이 아니라 도청한 사람이었다. 녹취록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다는 이석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지만 그 주장의 빌미는 이미 청와대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이청호는 여권에 대한 공격 뿐 아니라 논의가 야권으로 넘어가면 확실한 선긋기를 하면서 야권을 적극 변론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이석기와 패권파의 행태에 대해 왜 조용히 있었냐는 질문에 이청호는 오히려 그게 국가보안법이 때문이라며 국정원을 공격한다.

 

"그게 국가보안법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서두에 이야기 할 때 이게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하지않았습니까. 불고지죄 예전에 인혁당 사건도 있었고 여러 간첩단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부실이거나 누명으로 억울한 일들이 많았잖아요. 군부 독재시절 발각이 되면 그 사람만 아니라 전체 조직이 죽으니까 알면서 말을 안했던 거죠. 그런데 그게 관성처럼 굳어져서..."(맹찬형 시사터치)

 

이석기의 의회 진출에 민주당의 책임이 있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대해서도 이청호는 민주당을 명쾌하게 옹호한다.

 

"야권연대를 해서 그쪽으로 갈 수 있다 그런 말을 하는데 그게 어불성설인게 예전에 민주노동당만 해도 비례대표 4-7분 있었어요. 이석기는 비례대표 2번이었기 때문에 민주당과 야권연대하건 안하건 될 상황인 거죠. 이석기가 2번이 된 건 당 내부의 당원들의 부정선거거가 있어서 그렇게 순번이 정해진 거지 그건 민주당과 관련이 전혀 없는 거예요."(연합뉴스 9월4일 인터뷰)

 

심지어 이청호는 이석기와 패권파에 대해서도 퇴출되어야할 정치세력이지만 내란음모죄는 아니라고 방어해준다.

 

"내란음모는 국정원에서 이야기 한 거고요. 내란음모가 될 수 없는 게 법에 보면 불능이라는 거 있습니다. 이건 자기들끼리 모여서 신세한탄 수준밖에 안되요. 열 번을 모이든 스무번을 모이든. 제가 이석기와 더불어 경기동부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있는 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되거든요 이 사람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그리고 단서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처들어 내려오면 북한에서 처들어 내려올 수 없잖아요 당연히 불능인거죠(박종진 쾌도난마)

 

이청호는 이석기에 대해 보수진영이 원하는 답을 아주 확실하게 해준다. 그런데 이런 확언은 여권보다 야권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청호의 확언은 이석기와 패권파를 정치적 상수로 만들면서 여당이 바라던 이슈의 파급효과를 차단시킨다. 그리고 이석기와 패권파를 새누리당과 비교하면서 새누리당을 극좌파 반대편의 극우세력으로 매기는 효과도 만든다. 

 

이석기 사태에서 이청호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이다. 지난 통진당 사태를 파헤쳐온 이청호는 현 상황에서 야권을 변호하고 여권의 이중성을 공격할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석기 사태에서 야권은 보수진영의 음모가들에 의해 더 황당하게 난도질 당했을 수도 있다. 

 

 

이청호 사무실에 쌓인 수백권의 <진보는 죽었다> 책들

 

 

얼마 전 이청호를 만났다. 책 <진보는 죽었다>에 대해 물었다. 통진당 사태 당시 필자가 이청호를 인터뷰한 내용이 책 뒤편에 실렸기에 더 궁금했다. 원래는 지난 대선 때 출판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때 못나온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지금 나온 것은 그 돈을 이청호가 자비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왜 자비로까지 내고싶었냐고 물으니 통진당 사태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8월 출판 초기 온라인 서점에서도 보기 드물었던 이 책은 현재 하루 70~80권씩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때 원고는 대통령 선거에 맞춰서 낸 원고였거든요. 이정희 못나오게 하고... 이정희 설치지 못하도록. 그 책은 박근헤 까는 것도 많았어요. 지금은 빠졌죠 별 의미가 없잖아요. 까는 건 있지만 까는 빈도와 강도가 많이 죽었죠."(얼마전 만남에서 직접 들은 말)

 

통진당 사태 당시 이청호는 통진당 사태를 진보언론과 함께 파헤치고 싶었다. 그러나 종편 이외에는 그 어떤 진보언론도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연락했음에도 말이다. 그런 사정은 이석기 사태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진보언론도 아직 이청호에게 인터뷰나 정보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만약 지난해 통진당 사태 때 한겨레 경향 등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석기를 사퇴시킬 수 있었지 모른다. 그러면 이번 이석기의 RO 모임은 국회의원 이석기가 아닌 개인 이석기가 되기 때문에 이석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지난해 통진당 사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 이석기 사태는 진보가 자초한 게 맞는 것 같다.

 

왜 한겨레 경향은 이청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을 안할까? 다 떠나 우리 내부에서 이석기와 패권파에 맞서 가장 치열하게 맞선 내부고발자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이청호의 주장을 소개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왜 우리는 진보 내부의 투쟁 소식을 종편을 통해 들어야만 하는 건가? 왜 다른 언론에선 이석기와 이청호의 대결구도를 볼 수 있는데 진보언론에선 볼 수 없을까? 혹시 한겨레 경향도 이석기처럼 이청호가 두려운 걸까? 이대로 간다면 아무래도 한번 더 이석기 사태를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강한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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