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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불가피한 것으로 체념하고 감내하던 폭정도 일단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즉시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억압으로 여져지게 된다. 왜냐하면 일부 폐단이 시정될 경우 아직 시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폐단은 더욱 참기 힘든 것으로 돋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고통을 덜받는 만큼 감수성이 더욱 예민해지는 것이다. 196p

 

 

억압이 많으면 자유를 더 갈망하게 될까? 토크빌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노예는 시민보다 더 많은 억압을 받지만 그걸 억압으로 깨닫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억압의 강도가 아니라 억압에 대한 자각이다. 억압을 부당하게 느끼는 감수성이다.

 

 

전체 국민이라는 이 무차별적 다수가 이론상 유일한 합법적 주권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감시할 권한마저도 교묘하게 박탈당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국민의 동의 없이 국민의 이름으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권자가 전체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 요컨대 그것은 법적으로는 하위기구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배자인 것이다. 182p

 

전체로서의 국민이 모두 주권을 갖지만 사실상 시민 개개인은 엄격한 종속 상태에 놓였다. 186p

 

 

그런데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도 교묘한 억압 상태에 놓일 수 있다. 국가 권력에 모든 걸 내맡길 때 우리는 노예는 아니지만 스스로 종속 상태에 갖힐 수 있다. 이러한 타락의 예가 바로 민주적 전제정치다. 토크빌은 나폴레옹3세의 전제정치를 두고 한 말이었지 파시즘과 나찌같은 더 큰 재앙을 예언한 건 아니었다.

 

 

만약 농민이 땅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봉건체제가 토지 재산에 가한 여러 부담들에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45p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오직 자신에게만 속한 땅 한조각은 그에게 자부심과 독립심을 한껏 불어넣는다. 46p

 

 

전제정치로의 타락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자유에 대한 감수성과 공적의식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자유에 대한 감수성과 공적의식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 긴밀히 관계해야 한다. 그럴려면 소유해야 한다. 소유로부터 존재의 감수성이 나오는 것이다.  

 

 

토크빌은 전능한 힘을 가진 대공업의 지배자들이 언젠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새로운 형태의 봉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해제 309p

 

시민 사회에 평등을 도입하지 않고서도 정치사회에서 항구적으로 완전한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 이런 자들이야 말로 내가 보기에는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하다. 불평등은 부자들을 뭉치게 하며 국민 전체에 대해 일정한 권력을 행사하기 마련인 별개의 소집단을 국가 안에 만들어 낸다. 해제 308p

 

 

그러나 소유가 집중되면 소유를 빼앗는다. 누군가는 더 많이 소유하고 누군가는 소유를 잃는다. 소유를 잃은 사람은 자유에 대한 감수성을 잃고 다시 노예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걸 저지하기 위해 우리는 평등에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평등의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이 세상엔 부자들의 더 많이 가지려는 의지만 남는다. 부자들은 불평등 해지려 노력할 뿐 아니라 평등의 의지를 불순한 음모로 몰아붙일 것이다.

 

 

따라서 앙시앵레짐하에서 제 3신분이 감내해야 했던 굴욕적인 행위들, 예컨대 무릎을 굽히는 몸짓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 진정서에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 앞에서 무릎을 굽히는 장면은 인간의 품위를 헤치고 천부적인 권리와 양립할 수 없는 어떤 열등성을 평등하게 태어난 존재들 사이에 심어준다"라고 적혀있다. 262p

 

 

과거엔 주인의 명령에 의해 무릎을 굽혔지만 이제는 돈의 지불에 의해 굽힌다. 과정은 다르지만 어쨌든 둘 다 인간의 품위를 해치는 명령을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열등성을 평등하게 태어난 존재 사이에 심어주'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평등에의 의지를 멈추면 이런 일은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결국 지배당할 것이다.

 

 

토크빌의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을 읽고서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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