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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의 책 연애엔 연애가 들어있을까?'

 

지난번 책 소개 포스팅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땐 연애가 들어있지 않을 거란 추측으로 한 말이었다. 생각해보라 만약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표지와 프롤로그로 받은 책의 인상은 김여진이 연애하듯이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이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와 김진숙을 연애하듯이 만나 공명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그런 얘기가 아닐까 추측을 한 것이다.

 

소셜테이너로서의 활동을 풀어낸 초반부까지는 이 생각을 유지하면서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첫사랑 얘기가 나오면서 책을 보는 관점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가 나를 버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릴까봐 겁이났다" 지점 쯤에서는 결국 관점을 수정해야 했다. 김여진 책 연애는 진짜 연애의 고백이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와 김진숙과의 사회적 연애는 연애 얘기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김여진의 연애고백을 듣고 있으면 김여진의 연애에 대한 집착 같은 게 느껴진다. 김여진도 그런 점을 숨기지 않는다. 책 겉장 뒷면에는 "고백컨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애다'라고 쓰고 있다. "스킨쉽을 좋아한다"는 식의 연애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김여진은 연애형 인간 김여진의 시작을 어릴 적 기억에서 찾는 것같다. 어렸을 적 버스에서 잠이들면 엄마와 아빠의 품에 안겨 떠다니며 어디론가 가곤했는데 어느날인가 아빠가 매몰차게 깨우면서 똑바로 서서 걸으라고 하더란다. 김여진은 그때 흠뻑 사랑받던 유년시절이 끝났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 짧았지만 서러웠던 느낌을 기억한다. 세상이 내게 자고 싶어도 자지 말고 참으라고 말했다. 내 몸은 너무 커져 이제 안겨 다닐 수가 없었다. 아빠가 미웠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이걸로는 연애형 인간 김여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김여진은 여기에 첫사랑의 기억을 더한다. "첫사랑은 많은 걸 결정지어 주었다. 그와의 연애는 내게는 연애의 전형이 되었고 그로 인해 이후의 연애는 힘들 때도 많았다... 함께 나눈 시간 그 속에서 그가 내게 보여준 친밀함이 당연한 기준이 되어 그렇지 못한 경우 불만스러워지곤했다." 

 

사랑이 많았던 부모님과 다정했던 첫사랑은 김여진의 연애에 대한 갈망을 키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연애형 인간이 완성되지 않는다. 연애는 상상이 아니라 행동이다. 행동은 김여진 자신이 풀어야 하는 것이다. 김여진의 아버지는 사위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여진인, 지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는 애다. 잘 알고 있어라." 김여진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하고싶은 걸 하고 산다는 것.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그게 왜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른다." 이로서 연애형 인간 김여진이 완성된다.

 

 

김여진의 책 연애엔 내가 찍은 그의 사진이 시작하는  첫페이지 앞에 있다. 김여진의 책 연애엔 내가 찍은 그의 사진이 시작하는 첫페이지 앞에 있다.

 

 

 

어찌 보면 참 얄밉게 느껴진다. 어떻게 지하고 싶은 일 다하고 살면서 연애에 대한 갈망도 채우며 살려고 할까? 이건 잘못하면 연애형 인간이 아니라 왕따형 인간이 될 수 있다. 너무나도 솔직한 김여진은 이 점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은 친구가 적다는 고백을 이번엔 책의 겉면 안쪽에 쓰고 있다. 탤런트 대기실에서도 사람들과 사귀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구석에 있던 게 자신의 모습이라고 털어놓는다.

 

김여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 김여진이 날라리들과 처음 85호 크레인의 김진숙을 찾았을 때 취재하다 만났는데 그때 내가 김여진에게서 받은 인상은 머뭇거림이었다. 사람을 정치적으로 대하지 않고 연애적으로 대한다는 그런 느낌. 우리가 서로 얼마나 유익할 수 있을까 이런 게 아니라 얼마나 교감할 수 있을까 이런 게 이면에 느껴졌다. 교감할 수 없다면 괜히 더 다가갈 필요는 없다. 그런 게 바로 머뭇거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애에 몰두하는 김여진의 삶이 너무 편항적인 건 아닐까? 김여진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연애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연애해봐야 안다. 그게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해보면 해볼 수록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연애만큼 매순간 자기성찰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으므로."

 

안아 달라고 투정 부리던 소녀가, 더 사랑해달라며 연인을 원망하던 여자가 연애에 몰두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을 얻게 되었다. 연애에 대한 집착은 외면적으로는 세상과 고립되게 보였지만 실로 내부에선 끊임없는 성찰로 세상을 포용하게 된 것이다. 연애를 통한 김여진의 세상에 대한 성찰은 절대 얕지 않다. "나는 우선 아름다워 끌리고 그런 다음 논리를 세우고 이유를 생각한다. 당시는 반대인줄 알았다. 논리와 이유가 있어서 선택하고 함께하는 줄 알았다."

 

이 책은 연애를 원하는 사람과 소셜테이너 김여진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특히 지금 연애를 하는 사람에겐 이 책은 꼭 권하고 싶다. 김여진의 책이 좋은 조언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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