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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은 하지만 권유하지는 않겠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한줄 논평이다.

 

우주선에서 외계기지까지 구현된 세트가 주는 공간감은 생생하다. 독창적인 장면들도 볼만하다. 비스커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의 전신 몸매도 또한 볼만하다.

 

그런데 역시 이야기가 걸린다. 영화는 우리가 딱 예상한 부분까지만 전개한다. 창조주가 외계인이라는 것과 그 과정에서 에일리언은 만나게 된다는 거, 거기까지 펼치고 끝난다.

 

캐릭터 낭비도 심하다. 뭔가 보여줄 거 같은 캐릭들이 갈등의 냄새만 풍기다 허무하게 사라진다. 비스커의 아버지에 대해선 영화도 민망했던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네요"라며 황당한 퇴장을 젠체 하는 대사로 뚱친다. 회장님이 창조의 의문과 영생을 위해 우주선에 탄다는 것도 너무 뻔하고 억지스런 장면이고 관객들 몰래 태워 그 뻔한 설정을 피곤하게 추리하게 만든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 쓸만은 하다. 인간이 창조한 로봇과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의 설정은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다. 피조물과 피조물의 피조물의 대화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함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는 창조자를 엔지지니어라고 부른다. 이건 창조주를 낮춰 부른 것인데 지구에서 엔지니어들이 로봇을 창조한 것처럼 외계인도 그렇게 본 것이다.

 

그러나 피조물인 로봇이나 인간은 창조주보다 더 깊이있는 사고와 품위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건 창조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창조했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처럼 창조는 우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기술일뿐이다. 창조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존재이다. 

 

쓸만한 대사가 많았는데 그중에 가장 맘에 드는 건 로봇의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죠."이다. 이에 대해 주인공 라파스는 "나는 안그래"라고 답한다.

 

가진자의 자식은 부모가 죽기를 바라지만 가지지 않은 자의 자식은 부모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이건 가진 자에 대한 필연적 저주다. 나누지 않은 자에 대한 당연한 형벌이다.

 

나는 볼만했다. 쓸만한 것이 많은 영화라고 본다. 그러나 혹시 내 권유를 듣고 갔다 따질 사람도 있을 거 같아 권유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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