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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짬내서 밥 먹으면서 해도 됩니다."

이봉수 후보 캠프 관계자가 약간 난색을 표하는 표정이었다. 그걸 읽은 백인닷컴 정부권 편집장이 간담회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려 던진 말이다. 최대한 후보의 일정을 고려해서 행사를 만들어 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봉수 후보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었고 경남지역 블로거와 이봉수 후보의 블로거 간담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경남지역 블로거들은 이번 재보선에 나름 기대가 있었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 보름 전 쯤 모임을 가지고 블로거 간담회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했다. 일단 모든 후보에게 공문을 보내고 여야의 단일화가 성사되는 즉시 간담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몇몇 야당은 적극적인 OK 사인을 보냈지만 한나라당은 예상대로 답이 없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이봉수 후보 측도 반응이 없었다. 

백인닷컴 편집장은 이봉수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된 직후 전화를 걸어 재차 블로거 간담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개소식에도 참석해 관계자를 직접 만나 점심시간 간담회까지 제안한 것이다. 간담회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봉수 후보를 찾아 간담회에 대해 설명했고 심지어 유시민 대표도 잠시 붙잡고 그 얘기를 건넸다.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경남지역 블로거들은 지역 이슈의 취재활동이 활발하다. 선거가 있을 때면 지역민에게 후보들의 정보를 알리는 역할도 하는데 지난 지방선거 땐 지역의 도지사 후보들과 시장 후보들을 모시고 수차례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국적 관심을 끌었던 이번 재보선에선 한나라당과 국민참여당 두 당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블로거 간담회가 없게 된 것이다. 

만약 블로거 간담회가 개최되었다면 어땠을까?

김두관 후보와 간담회에 참석했던 블로거들 중 상당수는 그후 김두관 후보 유세 밀착취재에 나섰고 유세 중 재밌는 장면과 연설 내용 등은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통해 지역에 알려졌다. 만약 간담회에 응했다면 이봉수 후보도 블로거들의 밀착취재로 더 많은 노출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간담회를 통해 대면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경남지역 블로거들은 취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선거운동 기간 이봉수 후보를 취재한 건 개소식날 들린 백인닷컴 편집장과 나뿐이었다.
 
나는 취재 동안 이봉수 후보 관련 약 7개 정도의 글을 올렸다. 이중 두개는 주요 정치싸이트에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내 형같은 이봉수의 검지손가락"의 경우 이봉수 후보의 새로운 면을 봤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자들에 의해 여러 싸이트에 자주 인용 또는 변용되기도 했다. 

내가 이봉수 후보의 선거전에서 기여한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 혼자가 아닌 여러명의 블로거가 취재에 임했다면 이런 기회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봉수 후보는 지역 블로거와의 간담회를 거절함으로써 그 기회를 차버렸다. 특히 경남지역 블로거들의 경우 대부분 오랜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겸하는 중장년층이라 블로그 포스팅은 즉각 지역 사회의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봉수에 다소 비판적인 진보적 인사들의 여론을 돌려놓고 실질적 연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은 인터넷의 지지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인터넷의 지지자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을 퍼나르며 선거운동을 했고 자기 돈을 내고 김해까지 와서 선거운동을 했다. 오자마자 지도를 보고 자신의 지역을 찾아 피켓을 들고 서서 하루종일 '투표'를 외치는 장면은 강원도 펜션 전화방의 아줌마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참여당이 블로거 간담회에 별 관심을 못 가졌던 것 같다. 인터넷 지지자의 활동과 블로그를 동일시 하고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지지자들의 활동과 블로그, 특히 지역 블로그는 다르다. 인터넷 지지자는 지지세력의 결집을 위한 그들만의 놀이에 치중하는 반면 블로거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적절한 매체에 유통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간 들려서 본 이봉수 캠프는 좀 답답했다. 이봉수 후보를 취재하고 싶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유시민 대표는 수행원 전화번호를 캠프에서도 모른다고 했다. 대락 위치를 듣고 가봤는데 헛걸음이었다. 유시민 대표 취재를 3번이나 시도했지만 매일 출퇴근 인사한다는 창원터널에서야 겨우 마주칠 수 있었다. 

열정도 좋지만 선거는 이겨야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의 소중한 표를 순수한 열정의 아마추어에 맡길 수는 없다. 유권자는 지지를 끌어오고 확대시켜줄 프로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 진심을 알겠지만 친노의 성지라는 김해을에서까지 못지키는 미숙한 정당이라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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