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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볼 때마다 항상 불만스러웠다. "아유 저 거미줄 좀 걷어내면 정말 시원할건데." 도시 어딜 가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감겨져 있고 늘어져 있는 저 굵고 검은 선들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잠시 집앞에 들린 후배에게 따져 물었다. "야 저 거미줄들 좀 땅 속에 묻으면 안돼냐?" 이 친구는 지말로 전기쟁이다.

"안돼요."

어랍쇼.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다. 난 지중전선화에 대해 동의를 얻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듣고 싶었다. 얘가 지 밥줄 때문에 이런 입장인가? 전봇대에 매달려 돈 버는 일은 안하는 걸로 아는데...

"땅에 묻으면 전선 관리가 안돼요. 일본에서도 땅에 묻었다 불이나서 다 탔다 아이요. 땅에 묻는다고 다 좋은 줄아요. 땅에 묻는 비용도 장난 아이요."

듣고 보니 맞았다. 도시의 경관과 문화를 위해서 안전을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좀 티내는 세련된 주장을 하려다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장미희가 화장실 가다 힙 조절 못해서 빵구 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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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알아서 반성하고 있는데 이 녀석 잔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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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철탑보이죠? 저게 '154'라고 하거든요. 15만4천 볼트란 말이요. 발전소에서부터 저 선이 나오는거요. 저거 땅에 묻기 힘드요."



듣고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 철탑의 전선이 어떻게 내려 오는 건지.


"그라면 저 선이 전봇대로 바로 오나?"




"그기 아이고 일단 변전소로 가서 거기서 2만2천9백볼트로 바까가 전봇대에 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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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맨 위에 전기선 있지요? 저게 변전소에서 나온 2만2천9백볼트 선이요."
 
"그 밑에 선 4개는 뭔데?"

"그건 우리 가정에서 쓰는 380볼트고."

"저 선도 변전소에소 들어오나?"

"말이 되요. 그 멀리서 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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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2만2천9백볼트를 변압시켜 쓰잖아요. 전봇대 보면 이런 변압기 세개가 있는 전봇대 있죠. 이게 전봇대마다 다 있는 건 아닌데, 여기서 380볼트로 바뀌가 내려와요. 100LT는 100키로용량이란 말인데, 컴퓨터 용량이 0.5키로니까 저거 하나면 컴퓨터 200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단 말이지요. 3대니까 600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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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소. 선 4개 잡고 있는 애자 색깔이 다르죠. 하얀 선은 R, S, C 선이고 녹색선은 N선이요. R, S, C 선끼리 붙이면 380볼트가 나오고 N선, 그러니까 R과N, S와N, C와N 이렇게 붙이면 220볼트가 나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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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게 가정집으로 어떻게 들어가노?"

"이 집 들어오네. 전봇대에서 전기선 뻗쳐가 집 지붕으로 연결되지요. 저기 보소 아래에 계량기도 보이지요. 저렇게 들어간다 아이요."

"어! 진짜네."

"그럼 맨 밑에 있는 선들은 뭔데."

"저건 케이블 선들이죠. 저게 돈 되요. 한전이 전봇대 하나 당 구청에 점용료를 주거든요. 근데 한전이 케이블한테 선 받아주고 받는 돈이 더 많아요. 그래서 구청에서 한전에 점용료 올리니 마니 한다 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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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보통 아파트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위에 2만2천9백볼트 선이 바로 들어가요. 삼지창처럼 생긴 거 저게 위에 2만2천9백볼트 전기를 받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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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받아서 땅 밑을 통해 아파트 전기실로 들어가요. 그러면 아파트 전기실에서 변압해서 각 가구에 전기를 보내는 거죠."

"근데 삼지창이 두 갠데."

"하나는 예비로 두는 거요. 근데 거의 쓸 일 없소."

"그라고 이것도 알아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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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꼭대기에 있는 거 있지요. 저게 피뢰침이요. 번개가 치면 전봇대 밑으로 피하라 한다 아이요. 저 주변에서 치는 번개는 전봇대 피뢰침으로 흡수되거든요. 저 피뢰침이 카바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전봇대 밑에 있으라고 하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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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접지. 혹시 피복이 벗겨져서 선이 흐르면 접지를 통해 땅으로 흐르라고 만든거요. 별거 없소. 그냥 땅에다 선 묻어둔기라."

"자 이 정도만 알아두도 어디가서 아는 척 하요."

"야 이거 재밌다. 블로그에 올려두께."

"반응 좋으면 술 한 잔 사소."

"알았다."


이 친구랑 대화하면서 그걸 느꼈다.

세상은 넓고 블로깅 할 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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